탈영병 체포 전담조를 그린 드라마 [D.P.]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탈영병의 사연을 그려내고 군 내부 문제를 현실적으로 조명하면서 많은 이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의 노고에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군인이 주인공인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실존 인물 크리스 카일의 회고록에 기반한 영화로, 군인의 심리적 갈등과 트라우마를 세밀히 묘사한 영화다. 크리스 카일은 실제로 총 네 번의 파병에서 전례 없는 저격 기록을 달성한 명사수다. 하지만 뛰어난 사격 실력으로 이미 첫 번째 파병부터 크리스는 적에게 쫓긴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에게 협조한 현지인 가족이 살해당하면서 궁지에 몰린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야기내내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크리스가 아이들의 탄생을 지켜보는 평화로운 장면도 있지만, 이마저도 그의 불안과 폭력성을 드러내면서 위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아가 영화는 음향 효과를 절제하여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에서 약 3억 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2015년 박스 오피스 6위에 올랐다. 참고로 각본을 집필한 제임스 딘 홀은 전역 군인의 PTSD를 그린 [땡큐 포 유어 서비스](2016)를 연출했으니,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취향이라면 해당 영화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청춘의 증언

2015

[청춘의 증언]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간호사였던 베라 브리튼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베라는 작가를 꿈꾸며 옥스포드 대학에 진학하지만 동생 에드워드와 친구 빅터, 연인인 롤랜드까지 전쟁터로 향하자 그들 곁에 있기 위해 간호사로 자원한다.

이미지: 판씨네마(주)

전쟁 경험이 없는 에드워드와 빅터는 지금 이 순간이 흥분된다. 하지만 전투를 간접적으로 겪어본 롤랜드는 베라에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다음 휴가 때 결혼하자는 약속을 한다. 크리스마스 날, 사랑하는 연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베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청춘의 증언]은 베라 브리튼의 목소리를 빌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평화의 대가 그리고 용서의 가치를 건넨다. 단순히 전쟁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로 묻히기에는 아쉽다.

수색자

2021

9월 29일 개봉 예정인 [수색자]는 DMZ에서 수색 작전이 벌어지면서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는 스릴러 영화다. 어두운 밤, 파견 나온 교육장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같은 시각 탈영병이 출입통제구역 DMZ로 도주하자 3소대는 긴급 수색 작전을 실시한다. 하지만 DMZ에서 대원들이 마주한 인물은 탈영병도, 같은 수색 대원도 아닌 정체불명의 병사. 그 후 알 수 없는 죽음의 릴레이가 시작되면서 DMZ에 감춰진 비밀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이미지: 콘텐츠판다

[수색자]는 아직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다음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배우 박상원의 존재도 눈에 띈다. 박상원은 [인천상륙작전], [군함도], [자전차왕 엄복동] 등에 출연해 강렬한 눈빛과 에너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에 그가 맡은 박경수 상병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색자]는 20년 광고계 베테랑 김민섭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잘 전할지 궁금하다.

트로픽 썬더

2008

벤 스틸러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액션 코미디 [트로픽 썬더]는 베트남 전쟁 관련 영화를 찍던 배우들이 정글 한복판에 남겨지면서 자신의 연기력을 발휘해 사지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다.

[트로픽 썬더]는 흔히 말하는 골 때리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 무리는 진짜 군인이 아니라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촬영 중인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트로픽 썬더』는 전쟁 경험을 그럴듯하게 써 내려간 ‘가짜 회고록’이다. 웃기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설정과 [브로크백 마운틴], [원더 보이즈] 등의 패러디를 더해 재미를 끌어올렸다. 또한 톰 크루즈가 성격 나쁜 제작사 임원으로 출연해 매튜 맥커너히와 호흡을 맞춘다. 특수 분장을 한 크루즈를 모르고 봤다가는 놓치고 넘어가기 쉽다. 수북한 가슴 털과 민머리, 신경질적인 눈빛을 지닌 남자를 보고 할리우드 대표 미남 배우 톰 크루즈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이렇듯 코믹 장르를 충실히 따른 [트로픽 썬더]는 전쟁보다 할리우드를 풍자한 영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커크 라자루스 역할이 화이트 워싱 논란을 낳기도 했는데, 그는 눈치 없고 허세부리는 배우를 비꼬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가벼운 분위기의 영화를 선호한다면 [트로픽 썬더]를 추천한다.

지 아이 제인

1997

[지 아이 제인]은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군 내 남녀 차별 폐지를 향한 여군의 위대한 행진을 그렸다. 조단 오날 중위는 능력을 인정받고자 60%가 탈락한다는 미 해군 특전단 훈련에 여성 최초로 참가한다. 하지만 존 얼게일 선임교관은 여군이 군 작전 수행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믿고 오닐 중위를 탈락시키려 한다. 오닐 중위는 교관의 방해에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가며 서서히 동료들의 신뢰를 얻던 중, 실전대비 훈련이 실제 교전으로 변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미지: 부에나 비스타 픽처스

군인을 상징하는 아이콘 ‘지.아이.조’에 영미권에서 흔한 여자 이름 ‘제인’으로 바꿔 넣은 것은 동등한 기회 하에 재능을 펼칠 여군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극 중 오닐 중위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함께 지략까지 갖춘 인물로, 윗선의 정치 공략을 역이용하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그리면서도 잇속을 챙기려는 정치인과 군 고위 간부의 두뇌 싸움을 유기적으로 엮어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