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민재와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위트홈], [악마판사]를 거쳐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고 있는 박규영이 로맨틱 코미디로 만났다. KBS 수목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은 예술에 조예가 깊은 미술 명문가 집안의 딸 김달리와 예술은 전혀 문외한인 외식기업의 상무 진무학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지: KBS

김달리와 진무학은 완전히 극과 극의 성향을 지녔다. 먼저, 김달리는 예술적 소양으로 정계와 재계를 넘어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청송 가문의 후계자이자, 청송미술관 관장 김낙천의 외동딸이다. 달리 역시 예술적 방면으로 지식이 탁월할 뿐 아니라, 영어와 불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한 능력자다. 좋아하는 미술 공부에 집중할 때는 밥을 먹는 것도 잊고 몰두해서 막대사탕으로 겨우 끼니를 때울 때가 많은 반면, 성격은 점잖고 나긋나긋해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진무학은 매번 말실수로 무지를 뽐내면서도 전혀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인물이다. 그는 타고난 장사 수완과 요리에 자부심을 가졌으며, 작은 감자탕 가게에서 시작해서 글로벌 외식기업 돈돈F&B로 키워낼 정도로 유능하다. 생존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현장 경험치가 풍부하고 금전 감각이 뚜렷하다. 그러나 불 같은 성격에 돈이 안 되는 일은 무시하기 일쑤여서 예술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전혀 마주칠 일이 없이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훌륭한 시너지를 선사한다. 

이미지: KBS

드라마에서 선보이는 로맨스는 마치 미술관에 걸린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처럼, 고전적이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독특하고 새로운 인상을 준다. 두 사람의 인연은 네덜란드의 미술관에서 일하는 달리가 업무상 출장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한 무학을 VVIP 파티에 참석할 중요한 손님으로 착각하면서 시작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학의 카드가 모두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달리는 오갈 데 없어진 무학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첫 만남부터 뜻하지 않게 한 집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은 무학이 직접 만든 식사를 함께하고, 갑작스런 정전 때문에 어둠 속에서 헤매다 서로의 몸이 아슬아슬하게 밀착되는 소동을 겪는다. 다음날 무학은 달리와 헤어지면서 다시 만나기 위해 자신의 시계를 채워주나 결정적으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을 깜박한다. 이처럼 로맨스 장르의 고전적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연속되며 달리와 무학 사이에 로맨틱한 기류를 불어넣는다.

여기에 독특함을 불어넣는 것은, 엉뚱한 만남 이후 채권자와 채무자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관계다. 달리는 아버지의 느닷없는 죽음과 재정난 때문에 한국으로 귀국해 청송미술관의 관장 자리에 부임한 뒤 투자금 20억을 회수하려는 무학과 재회한다. 돈으로 얽힌 관계는 자칫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으로 진행될 법도 한데, 드라마는 달리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 무학이 달리를 도와 망해가는 미술관을 되살리려고 하는 동업자이자 사업 멘토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달리는 선하고 이타적인 품성을 지녔으나 명문가의 자녀로 곱게 자란 통에 미술관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이상을 앞세우는데, 그럴 때마다 무학이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주며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달리를 단순히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 주인공이 현실적인 남자 주인공에게 가르침을 받는 캐릭터’로 묘사하지 않고, 우아하면서도 강하고 단단하게 현실에 맞서며 용기를 내는 인물로 그려내 드라마의 매력을 배가한다.

[달리와 감자탕]은 달리와 무학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아섰다. 지금까지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두 사건도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괴한이 한밤중에 미술관과 달리의 거처를 침입하면서 달리의 신변을 위협했던 사건은 숨겨진 마약을 되찾기 위한 달리의 사촌오빠 시형의 사주로 밝혀졌고, 미술관을 망하게 하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의 배후에는 달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세기그룹 장태진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과연 달리와 무학은 청송미술관을 지켜내고 돈도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앞으로 전개될 남은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