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얼마 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듄]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작품 모두 [피스메이커]와 [듄: 더 시스터후드]라는 드라마로 제작돼 영화의 한정된 러닝타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스핀오프라고 하는데, 어느새 유명 시리즈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주인공의 과거 시절부터 감초 조연의 비하인드, 혹은 같은 세계관의 또 다른 사건 등을 다루며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어떤 드라마들이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려진 작품에서 비롯됐는지 살펴본다.

클라리스 (Clarice)

이미지: CBS

영화 [양들의 침묵]의 스핀오프인 [클라리스]는 한니발 렉터와 공조로 버팔로 빌 사건을 해결한지 1년 후, 또 다시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영 초기에는 한니발 없는 [양들의 침묵] 시리즈가 가능할까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원작 영화의 기본 뼈대를 잘 이어가는 동시에, 자신의 트라우마에 맞서며 진실을 향해가는 클라리스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또한 서사가 진행될수록 연쇄살인사건 그 이상의 음모가 드러나 [양들의 침묵]을 다시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왓챠)

고담 (Gotham)

이미지: 넷플릭스

DC 코믹스 최고의 인기 히어로인 ‘배트맨’의 프리퀄이자 스핀오프인 [고담]은 탄탄한 완성도로 코믹스와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배트맨의 조력자 제임스 고든 경감이 신출내기 형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고담시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악당들의 기원과 10대 브루스 웨인의 성장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아쉽게도 배트맨은 시대 배경상 등장하지 않지만, 조커와 펭귄, 리들러, 투 페이스, 포이즌 아이비 등 원작 코믹스의 개성 강한 빌런들이 대거 등장해 음울한 분위기를 뽐내는 고담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넷플릭스)

리전 (Legion)

이미지: 넷플릭스

[엑스맨]의 스핀오프 [리전]은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 교수의 아들인 데이빗 할러의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리전의 능력이 아버지 찰스는 물론 웬만한 뮤턴트가 덤벼도 끄떡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렇기에 영화보다 예산이 적은 드라마에서 그의 활약상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다행히 드라마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1%, 메타크리틱 82점을 받았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리전이 겪고 있는 다중 인격을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고, 현실과 환상을 분간하기 힘든 독특한 영상미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배치해 재미를 건넸다. 아쉽게 시즌 3로 마무리되었지만 향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한 [엑스맨]에 리전이 등장하지 않을까 묘한 기대감을 계속 전하고 있다. (넷플릭스)

캐리 다이어리 (The Carrie Diaries)

이미지: The CW

캔디스 부시넬의 동명 소설을 브라운관으로 옮긴 [캐리 다이어리]는 [섹스 앤 더 시티]의 프리퀄이다.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의 학창 시절과 뉴욕에서의 인턴 생활이 주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사라 제시카 파커 대신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의 안나 소피아 롭이 캐리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다. 유료 케이블 채널 HBO에서 공중파 The CW로 오면서 작품의 성격이 전형적인 하이틴 드라마로 전락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10대 소녀의 성장담을 사랑스럽게 담아냈다는 호평도 많았다.

워킹 데드: 저 너머의 세상 (The Walking Dead: World Beyond )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좀비 아포칼립스의 대표작 [워킹 데드]는 시리즈의 인기만큼 다양한 파생작이 나와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이중 [워킹 데드: 저 너머의 세상]은 좀비물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10대들의 성장담을 그려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는 [워킹 데드]의 10년 후를 배경으로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아이리스와 호프 남매와 이들의 친구인 사이러스와 엘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체적으로 [워킹 데드]처럼 좀비와의 사투를 중심으로 그리지만, 생존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지키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밀도 있게 그려내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킨다. 물론 [워킹 데드] 스핀오프답게 본가 시리즈의 소품과 인물들이 나와 재미를 건네는 점도 잊지 않는다. 현재 시즌 2가 방영 중인데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아이들의 모험을 끝까지 지켜보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