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맛집이 있다. 획기적인 메뉴들을 선보여 사랑을 받았고, 이제 신아이템을 선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가게는 모험을 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기존 메뉴를 변형할 것인가. 이번 결정에 걸린 액수가 2억 달러라면, 아마 대부분 후자를 택할 것이다. 마블의 [이터널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터널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7,000년 전 지구에 온 불멸의 히어로들을 앞세운 [이터널스]는 예고편부터 웅장한 스케일을 선보였다. 거기에 [노매드랜드]로 각종 영화제를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과 마블의 만남 또한 기대감을 높였다.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 등 지난 10여 년간 MCU를 이끈 영웅들이 떠난 지금, 과연 [이터널스]는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는 기원전 5000년 우주를 창조한 존재 ‘셀레스티얼’의 지시로 괴물 ‘데비안츠’를 섬멸하기위해 지구에 파견됐다. 이들은 7,000년 동안 인류 곁에 머물면서 사랑과 분노, 슬픔 등 똑같이 감정을 느끼며 인류의 대소사를 함께 해왔다. 다만 이들은 데비안츠가 아니라면 인간의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 이터널스가 타노스를 보고도 막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멸종한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흩어졌던 이터널스 멤버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영화 [이터널스]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단연 다양한 캐릭터다. 우선 ‘마블리’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육체파 캐릭터다. 감독은 길가메시를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는 인물로 설정했고 마동석은 이에 걸맞은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테사는 길가메시와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추는 멤버다. 전쟁의 여신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우주 에너지로 각종 무기를 만들어내 독보적 액션을 선보인다.

육체파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터널스의 구심점인 세르시는 배려심 많은 사상가 유형이며 파스토스는 위대한 발명가다. 여기에 발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활약하는 킨고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집사와 함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외에 마카리가 MCU 히어로 중 처음으로 장애를 가진 캐릭터로 등장해 히어로의 지평을 넓혔다.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는 메소포타미아부터 고대에 이르러 현재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든다. 기원전 70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시작으로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까지 다양한 인류 문명의 시초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진짜 사막, 바다, 화산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는 디즈니가 자랑하는 CG 기술과 합쳐져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장대한 배경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한다. 영화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기 때문이다. 7,000년의 역사와 개성 넘치는 열 명의 히어로를 157분에 전부 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몇몇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후반부 클라이맥스가 특히 그렇다. 또한 각 캐릭터의 성격을 하나씩 보여주느라 전개 속도가 느려지는 점도 아쉽다.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결국 [이터널스]는 포장지는 바꼈을지 언정 내용물은 비슷한 마블표 영화다. 물론 이번에는 주체가 인간에서 불멸의 존재로 바뀌었다. 거기에 성소수자와 장애인 히어로가 추가된 점도 새롭다. 그럼에도 영화는 여전히 “가치관이 다른 히어로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모여 차이점을 극복하고 세계를 지킨다”라는 마블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익숙함을 택했고 기존 캐릭터들의 공석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클로이 자오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만의 색채를 어느 정도 녹여냈다. 이터널스는 7,000년을 산 신적인 존재임에도 서로를 질투하고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도 달라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불완전한 감정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클로이 자오는 이러한 메시지를 157분 동안 뚝심 있게 전달한다.

끝으로 영화는 이른바 ‘떡밥’ 뿌리기에도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마블의 성공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관객이 알려줄 듯하다. 쿠키 영상은 두 개다. 향후 MCU 세계관과 연결되므로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