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리스트 김닛코

배트맨이 초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요소가 배트모빌이다. 다른 히어로들이 날아다니는 동안, 그는 긴급출동, 전투, 추격 등을 위해 자동차를 타기 때문이다. 배트모빌은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서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평범한 빨간색 자동차일 뿐이었지만, 이후 목적에 부합하도록 꾸준히 진화해왔다. 바이크, 전투기, 잠수함, 트럭 등등 배트맨의 이동 수단은 점점 늘어났고, 이 같은 첨단장비들은 그의 상징이 되었다. 원작 코믹스부터 내년에 만나게 될 [더 배트맨]까지, 배트모빌은 만화와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코믹스 속의 배트모빌

이미지: DC 코믹스

첫 모델은 ‘배트모빌’이란 정식 명칭이 없었으며, 등장하자마자 금방 파괴되었다. 이후 배트맨이 개발한 차세대 자동차는 배트모빌이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색상이 어두워지고 배트맨을 상징하는 장식이 달리는 등 겉보기부터 평범하지 않은 차가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 배트맨이 등장하는 코믹스의 종류가 늘어났는데, 이에 따라 배트모빌도 여러 종류의 디자인으로 그려졌다. 특히 코믹스 『배트맨: 허쉬』 (2003)에서는 배트맨이 보유한 다양한 배트모빌이 나온다.

이미지: DC 코믹스

2009년의 『배트맨과 로빈』 시리즈에서 선보인 새로운 배트모빌은 비행이 가능하며, 19종의 발사체를 탑재했다. 브루스 웨인이 제작했지만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것을 아들 데미안이 비행 문제를 마무리해서 완성시켰다. 2016년부터 등장한 배트모빌은 배트 마스크를 자동차 면면에 달았으며, 골목길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날렵해졌다. 이후 이 모델은 배트모빌의 표준형처럼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든 미래의 배트맨을 그린 『배트맨: 다크나이트 리턴스』에서는 탱크같이 생긴 폭동진압용 차량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고무탄 발사 기관총과 대형 캐논 포를 달았으며, 바퀴 대신 캐터필러로 이동한다.

배트맨 (1989) / 배트맨 2 (1992)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팀 버튼의 배트맨 영화 시리즈에 등장한 배트모빌은 쉐보레 임팔라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차체가 길고 낮으며 방탄 기능과 음성 명령 인식 기능이 있고, 갈고리와 기관총, 폭탄, 연막 등이 탑재되었다. 손목의 장치에 대고 명령하면 장갑이 차량을 감싸서 아무도 손댈 수 없게 잠겨버리는 특이한 기능도 장착했다. 후속편인 [배트맨 2]에서도 자동차의 파워업은 계속되었다. 바퀴가 안쪽으로 후퇴하고 차량의 양면이 떨어져 나가면서, 배트모빌이 가느다란 형태의 “배트 미사일”로 변신한다.

배트맨 포에버 (1995)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이리언]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H. R. 기거가 초안을 설정했다. 배트모빌에 파란색 조명 장식을 추가해 외관이 화려하고, 바퀴가 90도 회전해서 수직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제트 배기가스와 전면의 갈고리를 이용해서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으며, 멀리 점프할 수도 있다.  

배트맨과 로빈 (1997)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수석과 캐노피가 없으며 외관이 더 화려해졌다. 음성 명령으로 무기와 장비들을 가동할 수 있는데, 로켓포 발사와 다초점 적외선 및 레이저 스캔 추적 장치, 운전석 분리 등의 기능과 차량이 분리되는 특징도 갖추고 있다. 

다크 나이트 삼부작 – 배트맨 비긴즈 (2005), 다크 나이트 (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에 등장하는 배트모빌은 코믹스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 나오는 탱크 스타일의 차량을 연상시킨다. 영화에서는 배트모빌이 아닌 ‘텀블러’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원래는 웨인 엔터프라이즈에서 설계한 군용차량의 시제품으로, 무기 탑재는 물론이고 점프 능력, 단단한 장갑 등이 갖춰져 있다. 공격 모드를 발동하면 운전석 시트가 차량 중앙으로 이동해 운전자가 앞 바퀴 사이 중앙 부분에 머리를 대고 엎드릴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운전석 부분이 바이크로 분리되는 기술도 보여준다. 

DCEU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6), 저스티스 리그 (2017)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DCEU의 배트모빌은 군용차량과 민간차량 기술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먼저 본체 모양은 앞쪽에 개틀링 건이, 뒤쪽에는 작살 발사기가 있다.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움직여서 전투나 점프를 할 때 차체가 뜨고, 도로주행 시에는 내려온다. 최대 초속 92미터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조수석에는 유탄발사기를 포함한 각종 무기가 설치되어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차량 외부에 도난 방지용 전류까지 흐른다. 한편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가 설계한 4족 전차 차량인 나이트크롤러가 등장하기도 한다.   

더 배트맨 (2022)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아직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워풀한 고성능 슈퍼카로 보인다. 옛 코믹스의 배트모빌과 비슷하다. 후륜구동 미드쉽 엔진에 내부가 빛나는 정도 외에는 많은 것이 베일에 감춰져 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배트모빌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슈퍼프렌즈] (1973)에서는 링컨 푸투라 배트모빌을 변형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문 위에 노란색 박쥐 표식을 달았는데, 코믹스에서도 이를 따라 했다. [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 (1992)에서는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긴 사각형의 차체에 연기 및 오일 분사기, 최루탄 분사기, 미사일 장착, 운전석 분리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