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이 관객의 사랑에 힘입어 아이맥스 재개봉을 확정했다. [듄]은 귀중한 자원을 놓고 우주의 여러 세력이 벌이는 다툼을 그린 영화로 동명 SF 소설이 원작이다. SF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는데, 대개 다양한 이종족들 혹은 고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 현실의 범주를 벗어난 세계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유의 세계관이 스크린에 실현되면서 두 매체가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창의적인 세계관을 자랑하는 SF 소설 기반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엔더스 게임 (2013)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SF계의 노벨문학상’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한 1985년작 동명 소설에 기반한 영화 [엔더스 게임]은 외계 종족에 맞설 영웅으로 선택된 ‘엔더’가 지휘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50년 전 외계 종족 ‘포믹’의 침공을 겪은 인류는 다시 찾아올 침공에 맞서 반격할 수 있도록 우주함대를 결성한다. 함대에는 특별히 선발된 우수한 아이들이 있으며 이들 중 테스트를 통과한 단 한 명이 지휘관이 된다. 엔더는 동기들의 시기와 부담감을 극복하고 예리한 관찰력과 판세를 읽는 능력,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휘관으로 선정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화려한 비주얼을 꼽을 수 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전투신과 함대 대열은 게임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눈에 띈다. 초반에 착하기만 했던 엔더는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전투 본능에 눈 뜨지만, 특유의 공감 능력을 잃지 않는다. 엔더가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도 적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변화하는 엔더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전쟁의 트라우마 등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엔더의 정신적 성장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만약 엔더가 고민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보다 세밀히 그렸다면 관객도 그에게 더욱 이입하고 영화의 메시지도 보다 명확하게 전달되었을 듯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가상현실로의 도피는 SF 장르의 단골 소재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SF 액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사람들이 암울한 현실을 피해 가상현실에 의존하는 2045년을 그린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 또한 부모와의 갈등, 지루한 현실을 피하고자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아시스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의 유언이 공개된다. 그가 게임에 숨겨놓은 3개의 이스터에그를 찾는 사람은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얻는다는 것. 사람들은 곧바로 너 나 할 것 없이 인생 역전을 노리며 달려든다. 이때 웨이드가 기적적으로 첫 번째 미션을 풀지만 거대 기업이 우승을 가로채고자 끼어들면서 위기를 맞는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다양한 서브컬처 요소들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할리데이가 80년대 대중문화를 사랑한 설정상 80, 90년대 문화적 아이콘이 여럿 나온다. 우선 포스터에서 보이듯이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백 투 더 퓨처]에서 타임머신으로 활용됐던 ‘드로리안’이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주인공이 타는 애마로 재탄생했다. 1980년에 개봉한 공포 영화 [샤이닝]의 상징인 욕실 커튼 명장면도 나온다. 이 밖에 1988년에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와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도 오마주됐다. 한편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20년 속편 『레디 플레이어 투(Ready Player Two) 』가 출간되었다.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톰 크루즈 주연의 SF 밀리터리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으로, 외계인 침공에 맞서 싸우던 군인이 모종의 이유로 타임루프 능력을 습득해 자신이 죽었던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케이지 소령은 줄곧 비전투 병력으로 지내며 전장을 피해왔다. 그래서 타임루프 능력을 얻고도 한동안 헤매고 심지어 탈영까지 한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결국 아군이 전멸하고 적군이 케이지의 턱 끝까지 쫓아온다. 이때 케이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적의 우두머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전쟁 영웅 리타 브라타스키 중사와 최후의 작전을 세운다.

영화가 전투로 시작해 전투로 끝나는 만큼 각종 미래 병기가 압권이다. 특히 첨단 기능이 탑재된 ‘엑소 슈트’는 CG가 아니라 40kg에 달하는 금속 재질의 전투복으로 배우들이 실제로 입고 촬영했다고 한다. 여기에 뺀질 대던 소령이 까칠한 전쟁 영웅을 만나 일취월장하는 과정도 매력적이다. 특히 케이지가 죽음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그 변화를 옆에서 본 리타가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작중 언더독인 인류가 끝없는 좌절을 겪은 뒤 승리하는 쾌감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다.

타임 패러독스 (2014)

이미지: 조이앤시네마

시간 여행을 통해 다른 시간대의 ‘나’를 없앤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될까? SF의 거장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영화 [타임 패러독스]는 바로 이러한 질문을 다룬다.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하면서 범죄를 예방하는 시간요원이다. 하지만 폭탄 테러를 막는 데 실패하자 테러범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용의자에 원한을 가진 남성 ‘존’을 포섭해 테러범을 사살할 계획을 세운다.

거창한 물리학 이론을 다루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행적이 1945년부터 1985년을 오가는 탓에 기본적으로 영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이 존을 만나면서 건네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질문을 비롯해 각종 복선이 깔려 있어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며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거듭되는 반전이 가장 돋보이는 매력으로 반전을 좋아한다면 꼭 보기를 바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미래를 예측해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 세상은 과연 완벽할까. 범죄 예측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가동하는 2054년, 팀장 존은 예비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이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예언이 나오자 존은 관리국으로부터 쫓기게 된다.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이 전혀 없던 존은 ‘프리크라임’의 핵심 예언자 아가사와 함께 사건을 조종한 배후를 찾아 나선다.

동명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감시 로봇과 홀로그램, 자율주행차 등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유토피아를 표방하면서 SF 장르의 기대를 충족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은 영화가 건네는 질문이다. 영화는 운명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대결을 필두로 시스템의 허점, 가족의 붕괴를 다룬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리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박스 오피스 흥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