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글자에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불어넣어 세상과 교류한다. 이들은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와 신념으로 종종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그 덕에 영화 속 작가 캐릭터는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끊임없이 고뇌하고 좌절하면서도,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가들. 이들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모아본다.

동주

2015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써 내려간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동주와 고종사촌 몽규는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함께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일본에서 동주는 시에 몰두하는 반면, 몽규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매진한다. 방법은 달라도 조국을 향한 마음은 같았던 둘. 그러나 일본 내 거세지는 군국주의의 파도가 두 청춘을 덮쳐온다.

영화 [동주]는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그렇다고 잔잔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먼저 동주와 몽규는 절친한 벗이자 가족이지만 서로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주는 자신보다 먼저 등단하는 몽규의 지성과 과감한 행동력을 부러워하고, 몽규는 자신이 갖지 못한 동주의 순수함을 동경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둘의 차이는 극명해지면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내 같은 길을 향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의지하는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무릎꿇지 않는 청춘의 희망을 보여준다. 이들을 연기한 두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흑백 화면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탄탄하게 다진다.

비포 선셋

2004
이미지: THE픽쳐스

‘비포’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비포 선셋]은 비엔나에서 헤어졌던 ‘셀린’과 ‘제시’가 파리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1편으로부터 9년이 흐른 작중 시점, 제시는 셀린과 보냈던 운명적인 하루를 책으로 써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파리의 작은 서점에서 제시의 출간회가 열리고 셀린이 찾아오지만, 둘의 곁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 그럼에도 다시 만난 둘은 과거 그날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묻어뒀던 감정을 다시 꺼내기 시작한다.

비포 시리즈의 특징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둘의 대화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1편 [비포 선라이즈]에서 사랑, 종교,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끊임없이 생각을 주고받던 둘은 2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극 내내 사랑과 인생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비포 선셋]은 다시금 열린 결말로 끝을 맺으면서 강한 여운을 남긴다. 여담으로 영화 속 카페와 골목길, 센느강 등 파리의 로맨틱한 풍광은 코로나 때문에 떠나기 힘든 프랑스 여행의 갈증을 풀어줄 듯하다.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이미지: (주)엔케이컨텐츠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미드나잇 인 파리]는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각본가로 활동하는 ‘길’이 1920년대 파리로 넘어가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약혼자 ‘이네즈’와 함께 파리를 찾은 길은 현실을 중시하는 연인의 성격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길은 파리의 밤길을 홀로 걷다가 과거로 슬립해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의 F.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유명 평론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난다. 그러다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길. 과연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약혼자에게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토록 동경해 온 1920년대에 머무를 것인가?

영화는 주인공 길의 환상과 동경을 반영하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파리를 아름답게 표현한다. 낮에는 세련된 현대의 도시 파리를, 밤이 되면 화려하고 반짝이는 파리를 보여준다. 거기에 자정이 되면 마법처럼 과거로 데려다주는 클래식 자동차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회전목마 등 작품 곳곳의 미장셴이 아름다운 영상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브라이트 스타

2009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브라이트 스타]는 19세기 초반,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존’과 옆집 소녀 ‘페니’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23살의 젊은 청년 존은 가난한 형편과 허약한 체질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페니를 밀어낸다. 그러다 친구 ‘브라운’이 벌인 장난에 존의 질투가 폭발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페니와 존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든다.

‘브라이트 스타’는 영화의 제목이자 실제 존이 쓴 시로 연인에게 바치는 애절한 사랑 고백을 담았다. 존이 페니를 품에 안은 채 속삭이는 구절 ‘빛나는 별이여(Bright star), 내가 너처럼 변치 않는다면 좋으련만’에서 느껴지는 애틋함은 극 전반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외에 존과 페니가 사랑을 확인하고부터 나누는 로맨틱한 대사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도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