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지막 지구촌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개봉 전부터 온갖 루머와 떡밥이 난무하며 그 자체로도 엄청난 열기였던 이 작품은 그간의 기대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존 왓츠 감독은 일찍이 이번 작품을 [스파이더맨]판 ‘엔드게임’이라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케일, 스토리 그리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이 그야말로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의 집대성이다.

영화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엔딩에서부터 바로 출발한다. 미스테리오가 죽기 전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면서 세상은 혼돈에 빠진다. 피터 파커는 자신의 정체 때문에 곤란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본다. 연인 M.J.를 비롯, 절친 네드, 메이 숙모 등이 모두 피해를 보면서 자신과 함께 우주를 구했던 동료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부탁한다. 세상 사람들이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임을 모르게 해달라고. 하지만 소원은 언제나 신중히 빌어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문을 거는 동안 피터 파커가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방해를 하자, 결국 금단의 영역인 멀티버스가 해방된다. 이에 따라 차원의 틈을 이용해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 빌런들이 이곳에 모이면서 세상은 더 큰 위험에 빠진다.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개봉 전부터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일렉트로, 리자드, 샌드맨 등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하 ‘샘스파’),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하 ‘어스파’) 빌런들이 총출동해 영화는 거대한 세계관을 예고했다. 본편 역시 “큰 판에는 큰 재미가 따라야 한다”[?]는 것처럼 화려한 스케일과 액션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반 도로에서 펼쳐지는 닥터 옥토퍼스와의 전투씬부터 후반부 입을 다물 수 없는 대규모 배틀까지, 러닝타임 내내 액션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친구들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제이콥 배덜런의 구강 액션도 볼만하다. 특히 닥터 스트레인지와 의견 충돌을 하면서 벌어지는 드립이나 개그가 꽤 웃기다.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이들 삼총사가 ‘미성숙한 아이들’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며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성장통의 의미도 함께 전한다.

많은 분들이 기대할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와의 연계점은 예상보다 더 끈끈하게 묶여 있다. 시리즈 대표 빌런들이 나오는 건 물론이며, 이들이 각각의 이야기에서 어떤 사건을 맞이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내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의 재미와 전작들의 기억을 동시에 소환한다. 이 과정에서 시리즈의 명대사나 명장면들이 오마쥬 되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로 다가온다. 이 점은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충성도가 높을수록 더 크게 느껴지니, 이번 작품을 보기 전 전작들을 복습하는 걸 강력 추천한다.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톰 홀랜드는 여러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시리즈 중 가장 무겁고 슬프다고 밝혔다. 실제 이야기 역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는 늘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샘스파]에서는 삼촌 벤 파커가 죽었고, [어스파] 시리즈에서는 연인을 구하지 못한 영웅의 좌절이 있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시리즈 역시 이전 작품들처럼 감정의 파도를 일으키는 동시에 이야기의 큰 전환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부터 전/후반 분위기가 달라지며 무거움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도 히어로의 책임감과 의지를 더욱 다독이며 많은 이들을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후 벌어지는 각성의 액션은 시각적인 놀라움은 물론, 2002년 [샘스파] 1편 이후 20년 가까이 이 시리즈를 사랑한 팬들을 위한 역대급 선물세트이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의 정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정말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전 세계 극장가에 한 영화의 개봉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즐겁게 했는지, 그 과정만으로도 뭔가 뭉클하다. 가급적이면 인터넷의 루머와 정보들을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처럼 다 잊고 온전히 감상하시길 바란다. 무엇을 좋아할 지 몰라 스파이더맨 팬들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한 소니와 마블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쿠키 영상은 두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