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레트로, 복고의 바람이 드라마 시장에도 불었다. 최근 많은 작품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만에 돌아와 예전의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갔다. 이 같은 드라마를 ‘리바이벌’이라고 일컫는데, 올드팬들에게는 추억을 소환시키고, 신규팬들에게는 마치 새로운 작품처럼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리바이벌 드라마에는 무엇이 있고, 이전 시리즈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덱스터: 뉴 블러드 (Dexter: New Blood)

이미지: Showtime

미국 케이블 TV 쇼타임 채널의 에이스였던 [덱스터]가 종영 8년 만에 [덱스터: 뉴 블러드]라는 부제를 달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덱스터 역의 마이클 C.홀은 “시즌8 엔딩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이번 시즌으로 만회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힐 정도로 [뉴 블러드]에 애정을 표했다. 드라마 [덱스터]는 살인 본능을 가진 덱스터가 양아버지 헨리로부터 금기의 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흉악 범죄자를 처단하는 과정을 담은 시리즈다. 매 시즌마다 나름 은밀하고 긍정적으로(?) 억압된 본능을 해소하는, 일명 ‘나쁜 놈 잡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로, 긴장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자아내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자신이 행한 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은 죽어나가는 것을 본 텍스터가 행적을 감추면서 시리즈는 끝나고 만다. 이에 다시 돌아온 [덱스터: 뉴 블러드]는 혈흔 전문가에서 총기 판매상으로 숨어 지내던 덱스터 앞에 다시금 그를 자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끓어오르는 살인본능으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시리즈의 상징이자 주인공인 마이클 C.홀의 컴백은 물론, 그의 이복동생 데브라 모건 역의 제니퍼 카펜터도 복귀했다. 데브라는 이전 시즌에서 양아버지 헨리가 했던 역할을 대신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캐치온)

풀러 하우스 (Fuller House)

이미지: 넷플릭스

[풀 하우스]는 1987년 ABC에서 방영된 인기 가족 시트콤으로,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뉴스 앵커 대니가 그의 이복형제이자 록커 제시, 친구 조이와 함께 세 명의 딸을 돌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히 올슨 자매가 이 작품에서 귀여운 아역으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6년에는 [풀러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리바이벌되어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다. 약 20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임에도 본편의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론칭 후 큰 성공을 거둬 옛 드라마 [로잔느 아줌마], [윌 앤 그레이스] 등의 리바이벌 기획에도 큰 모티브를 제공했다. [풀러 하우스]는 아버지 대니가 그랬듯,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된 어린 딸들도 자신의 자식들과 티격태격을 반복하는 재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시리즈 특유의 추억까지 더해져 웃음과 함께 흐뭇한 감동도 건넨다. (넷플릭스)

앤 저스트 라이크 댓… (And Just Like That…)

이미지: HBO MAX

[왕좌의 게임] 이전 채널 HBO에서 유일하게 1000만 시청자를 넘겼던 드라마는 단 두 편이다. 바로 [소프라노스]와 지금 소개할 레전드 [섹스 앤 더 시티]다. 그 정도로 [섹스 앤 더 시티]는 전 세계를 강타하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이후 나온 극장판도 크게 성공해 시리즈의 힘을 입증했다. 다만 출연진들의 불화와 여러 가지 문제로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고 말았는데, 최근 옛 멤버들이 다시 모이면서 (단,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은 이번 시즌에 불참) [앤 저스트 라이크 댓…]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기존의 4인 캐릭터에서 캐리, 샬롯, 미란다 등 3인 체제로 재편해 50대 중반이 된 맨해튼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만다가 빠진 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캐리와 친구들의 화려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이 그리웠던 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 때문이라도 HBO MAX의 국내 런칭을 기다려본다.

매드 어바웃 유 (Mad About You)

이미지: Spectrum Originals

[프렌즈], [윌 앤 그레이스]만큼 국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시트콤 [매드 어바웃 유]도 리바이벌 시리즈 대열에 합류했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 폴 레이저와 헬렌 헌트가 출연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총 7시즌까지 진행된 작품으로, 맨해튼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의 알콩달콩 해프닝을 그리며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작품의 주인공 폴 레이저는 [프렌즈]의 멤버들보다 먼저 에피소드당 1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로 등극했으니, 이 작품의 인기가 당시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헬렌 헌트 역시 이 작품에서의 열연으로 골든 글로브와 에미상을 수상하며 스타로 떠올랐고, 나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으며 최강 커리어를 자랑하게 되었다. 2019년에 새롭게 시작된 리바이벌에서는 폴과 제이미의 딸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랜만에 만나도 진짜 부부라고 착각할 폴-헬렌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 가치는 충분할 듯하다.

애쉬 VS 이블 데드 (Ash vs Evil Dead)

이미지: 넷플릭스

[이블 데드]는 친구들과 놀러 간 시골 별장에서 죽은 자의 책을 발견한 뒤 지옥의 문을 연 주인공 애쉬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공포영화의 바이블로 불리며 수많은 후속편과 리메이크 작품이 나왔는데, 2015년에는 [이블 데드]의 세계관과 주요 인물이 그대로 이어진 드라마 [애쉬 VS 이블 데드]가 등장했다. 원작에서 주인공 애쉬 역을 맡았던 브루스 캠벨이 오랜만에 같은 역으로 돌아와 많은 주목을 받기도.  [애쉬 VS 이블 데드]는 책 한 번 잘 못 펼쳤다가(?) 청춘을 다 바친 주인공 애쉬가 현실 세계로 돌아와 악령들과 다시 한번 대결을 벌이는 드라마다. 호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드라마 곳곳에 B급 코미디와 위트들로 웃음을 자아내며, 여러모로 [이블 데드]팬들이 좋아할 요소를 배치해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한다. 다만 의외로 잔혹한 장면도 많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시청하시길 바란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