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K-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인정받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비교 불가의 성공을 거둔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특유의 매력으로 세계 곳곳의 시청자들을 매혹했다. 그중에서도 [D.P.], [마이 네임], [지옥]까지 2021년 하반기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라인업은 드라마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마무리는, ‘넷플릭스의 딸’ 배두나와 [부산행]과 [도깨비]로 세계 시장에 얼굴을 알린 공유가 주연인 [고요의 바다]가 맡았다.

이미지: 넷플릭스

필수 자원인 물이 고갈된 2075년, 우주생물학자 송지아 박사가 소속된 팀은 특수 임무를 받고 지구를 떠나 달의 발해 기지로 향한다. 그들의 임무는 5년 전 폐쇄된 이 기지에서 연구하던 자원 샘플을 회수하는 것. 하지만 달 착륙부터 잘못되며 임무는 난관에 부딪힌다. 게다가 발해 기지의 상황은 그들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대원들은 예상치 못하게 하나 둘 희생된다. 탐사팀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5년 전 발해 기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최초로 달을 배경으로 한 우주 스릴러다. 배경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데에 한국 영상 산업의 첨단 기술이 총집약됐다. 특히 몇 년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LED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발전된 VFX 기술로 달 위 연구기지는 물론 황폐화된 미래의 지구도 잘 표현했다. 이를 통해 달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물 부족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 독특한 상상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필수 자원인 물이 부족한 미래에 정부와 가진 자들이 자원을 어떻게 하는지, 물 부족 상황이 개인의 삶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보여주면서, 대원들이 달 탐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그런데 막상 탐사대의 임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힘이 빠지는 듯하다. 외계 물질이든 외계 생물이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 때문에 사람이 하나 둘 죽고, 남은 이들이 그 진실을 밝히면서 거대한 음모를 밝힌다는 전체 얼개는 이미 익숙하다. 전개 방식이 친숙할 거라면 시청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다른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일단 이야기 진행은 느리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혼란을 겪는 대원들을 비춰주는 데 집중하면서 단서는 천천히 끄집어낸다. 그런데 막상 단서나 사건 전환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하는 힘은 크지 않다. 중요한 반전인 빌런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도 많이 드라마틱하지 않다. 서로 다른 신념을 품은 캐릭터 간의 갈등이 시선을 끌어야 하는데, 진실을 우선하는 송지아 박사와 임무를 우선하는 한윤재 팀장 사이의 긴장감은 와닿지 않는다.

놀랍게도, 드라마는 후반부에 흥미로워진다. 탐사 임무를 있게 한 자원 샘플의 정체, 발해 기지에 도착한 탐사 대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스터리 생물의 정체, 그리고 과거 발해 기지에서 있었던 일의 관계가 밝혀지는 지점부터다. 이제 더 이상 숨긴 사실이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는 드디어 묻고 싶었던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진다. 정말 중요한 이 지점까지 오는 데 8부작은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1분이라도 지루하면 채널을 돌리거나 다른 콘텐츠를 찾아 나서는 요즘, 빌드업 과정이 빠르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은 드라마를 누가 끝까지 보려 할까? 등장인물의 수를 줄이고 4~6부작으로 만들었다면 더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고요의 바다]를 보는 내내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한다. ‘처음’이라는 거창한 시도나 흥미로운 설정 덕분에 시청을 시작했어도, 이야기 구성이나 진행 속도, 캐릭터의 매력은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둘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주제와 희망을 품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 드라마를 놓치기는 아깝다. [고요의 바다]는 과학 발전 속도에 눈앞이 어지러운 요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을 논한다. 핵심에 닿기 위해 천천히, 빙글빙글 돌아가기로 선택한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