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1월이 지났다. 그 다짐들을 지금까지 지켜가는 분도 계시겠지만, 안타깝게 작심삼일로 끝냈을 분도 많을 듯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 소원이 이뤄질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가능하다.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을 되돌리거나 혹은 빨리 지나가길 원하는 마음을 담아 드라마에서만 갈 수 있는 여행, ‘타임슬립’ 소재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과거나 미래로 떠날 수 있는 시간 여행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통해 대리만족 해보자.

아웃랜더 (Outlander)

이미지: 넷플릭스

[아웃랜더]는 제2차 세계대전 종군 간호사 출신의 영국인 클레어가 스코틀랜드로 두 번째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18세기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드라마다. 유부녀인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통해 카리스마 있지만 은근히 순진한 스코틀랜드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아웃랜더]는, 로맨스이자 판타지 타임슬립물이다. 선정적인 이미지로 관심을 모았지만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과 순박한 남자 주인공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스코틀랜드와 프랑스, 미국의 역사까지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시간 여행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지만,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랜선 여행은 만끽할 수 있다. 다이애나 개벌든의 소설이 원작인 미드 [아웃랜더]는 올 3월 여섯 번째 시즌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


매니페스트 (Manifest)

이미지: NBC

[매니페스트]는 미국행 비행기가 실종된 지 약 5년 반 만에 탑승객들이 실종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나타난 기이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탑승객들은 변화된 삶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동일한 환청과 환영을 보는 등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비행기 탑승객 전원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 여행을 경험한 [매니페스트]는 타임슬립 드라마에 미스터리와 수사 장르가 더해졌다. 드라마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로 긴장감이 가득하고, 흥미로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해서 펼쳐진다. 복선을 넘어선 수많은 떡밥이 난무해 어떤 마무리를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가득했는데, NBC에서 3시즌으로 방송을 종료한다고 발표해 많은 논란도 일어났다. 다행히 팬들의 사랑이 계속된 덕분에 [매니페스트] 시즌4(이자 최종시즌)는 넷플릭스로 옮겨 제작한다. (웨이브)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이미지: FOX

얼굴 없는 귀신이 사람들의 목을 베어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의 [슬리피 할로우]는 워싱턴 어빙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조니 뎁 주연의 영화에 이어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현대가 배경인데, 주인공 이카보드 크레인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이카보드 크레인은 미국 독립 전쟁 시기에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군대에 있던 중 한 용병의 머리를 자르게 되었고, 자신도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이카보드는 250년이 지난 미래에서 깨어나는데, 자신이 죽였던 목 없는 기사도 함께 부활하면서 이야기는 미궁에 빠진다. 목 없는 기병이 슬리피 할로우를 피비린내 나는 살인 현장으로 만들려고 하자, 이카보드는 경찰과 함께 이를 막아서면서 미국 건국 초기 역사와 관련된 초자연적인 사건들도 같이 파헤친다. [슬리피 할로우]는 과거의 인물이 미래로 와서 현대 기술에 적응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잘 유지해 흥미를 더한다. 드라마는 4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디즈니+)

애쉬스 투 애쉬스 (Ashes to Ashes)

이미지: BBC

[라이프 온 마스]의 스핀 오프 드라마이자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애쉬스 투 애쉬스]는, 인질극을 벌이던 범인 레이튼의 총에 맞은 후 과거에서 완전히 다른 차림으로 눈을 뜬 경찰 알렉스의 이야기다. 2008년의 알렉스는 불의의 사고로 1981년에 가게 된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시간 여행이 아니라 혼수상태에서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에서 깨어나기 위해 알렉스는 1981년의 마약상 레이튼을 체포하고 딸이 있는 현실로 돌아가려고 단서를 찾는다. [애쉬스 투 애쉬스]는 범죄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지만, 타임 슬립물 특유의 재미도 이야기에 녹아내어 독특한 매력을 건넨다. [라이프 온 마스]의 스핀 오프답게 원작 시리즈에서 진 헌트, 레이 칼링, 크리스 스켈턴 역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3시즌으로 종영되었다. (웨이브)

시간여행자 (Travelers)

이미지: 넷플릭스

몸은 그대로 있고 의식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시간여행자]는 이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내놓은 작품이다. 드라마는 서로 연관이 없는 네 명의 사람이 사망한 후,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만 이전과 다른 성격이 되면서 시작된다. 해당 현상을 추적하던 FBI 요원 매클래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모든 일이 미래 인류가 인간의 정신을 과거의 지구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덮어 씌운 기술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사망 시각을 예측해 해당 인간의 몸에 의식을 빙의한 시간여행자들은 팀을 이뤄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한다. 드라마는 이 같은 이야기를 수사극 형태로 풀어내어 팽팽한 스릴감을 전한다. 시간 여행을 한 개인의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거대 권력의 큰 그림이자 양날의 검 같은 시스템으로 그려내 설정의 재미도 자아낸다. 타임슬립물의 매력과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날카로운 주제의식도 잘 담아낸 [시간여행자]는 3시즌으로 마무리 되었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