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본 드라마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이 같은 마음을 바꿔줄 작품이 지난 달에 등장했다. 일본 정부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회 고발 드라마 [신문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2017년 동명의 영화가 먼저 나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드라마는 그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재구성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특히 이 작품에서 다루는 ‘에이신학원 비리 사건’은 실제 있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모리토모 사학 비리 사건’를 모티브로 하기에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드라마의 기본적인 얼개는 영화와 흡사하지만, 더 많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을 추가해 서사의 재미를 대폭 강화한다. 거기에 영화를 연출했던 후지이 미치히토가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아 신뢰감을 더했는데, 과연 드라마 [신문기자]는 영화만큼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줬을까?

영화와 차이점은?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분량이다. 드라마는 113분의 영화를 총 6부작(한 회당 평균 50분 러닝타임)으로 만들어, 원작보다 이야기를 더 확장했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 에피소드, 주요 사건들을 곳곳에 배치해 서사의 밀도를 다진다.

주인공도 달라졌다. 영화에서는 토토 신문의 사회부 기자인 요시오카 에리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참고로 이 역은 배우 심은경이 맡아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출생한 인물로, 일본 정부의 비리를 쫓기 위해 모든 것을 다 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토토 신문의 기자 마츠다 안나로, 6부작의 긴 호흡을 풀어낸다. 영화의 에리카보다 더 경험이 많은 베테랑 기자라는 설정도 추가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가족이 정부와 갈등을 벌이다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비하인드가 있는데, 그 인물이 각각 다르다. 영화는 자살한 아버지, 드라마는 식물인간이 된 오빠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이 일이 스토리의 핵심 소재로 작용해 후반부 큰 전환점을 건넨다.

드라마에만 등장한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영화에는 없었던 취업준비생 키노시타 료의 출연은 작품이 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는 조직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총리 관저의 비리에 관여한 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한 공무원의 조카로 등장한다.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가족의 죽음과 이를 치열하게 취재하는 기자 마츠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간다. 드라마는 료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를 공감 가면서도 호소력 있게 건넨다.

여담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모두 같은 역할로 출연한 배우가 있다. 극중 내각정보 조사실 책임자로 출연한 연기자 타나카 테츠지다. 시종일관 냉정한 모습으로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부하인 신이치를 압박하며 세상의 정보를 정부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한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타나카 테츠지의 무게감 있는 연기로 이 인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된다. 그가 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작품의 서늘한 공기를 대변한다. 이 밖에도 영화와 다른 점이 있는데, 그런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드라마의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이미지: 넷플릭스

[신문기자]라는 제목 때문에 언론인의 고군분투만을 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드라마는 기자를 포함,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이자 토토 신문의 기자인 마츠다 안나를 비롯, 조직의 비리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며 괴로워하는 관료 신이치, 이모부의 자살로 인생이 바뀐 취업준비생 료 등 세 사람의 사연에 큰 비중을 둔다.

세 인물은 언뜻 전혀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드라마의 지향점을 확장시킨다. 기자 마츠다가 공무원 신이치도 관여한 에이신 학원 문제를 파헤치며, 이 과정 속에 취업준비생 료의 이모부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료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한 정치, 사회 문제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하고자 한다. 상사의 명령으로 마츠다의 뒷조사를 하던 신이치는 그의 오빠가 조직 내 부당한 처사에 대항하다 식물인간이 된 자신의 직장 선배임을 알게 된다. 나라와 조직을 위해 못 본 척 지나쳤던 문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깨닫고 나중 마츠다에게 모든 것을 실토한다.

드라마는 이 같은 사연들을 감각적인 화면으로 교차해 드라마의 주제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마츠다가 기사를 쓰고 있으면 다른 한쪽에선 신이치 같은 관료들이 정보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다음 료가 신문을 배달하는 장면이 나와 사회, 정치 문제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미지: 넷플릭스

이 과정에서 세 인물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닥터 X] 시리즈 등 일본의 간판 드라마를 책임졌던 요네쿠라 료코는 기자 마츠다 역을 맡아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도 저널리스트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고 냉철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때때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료 역을 맡은 요코하마 류세이는 극 초반 의욕 없는 눈빛과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보여지는 캐릭터의 진솔한 감정들, 특히 이모부의 죽음 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성장 코드와 밀착해서 그려내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엘리트 공무원 신이치 역을 맡은 아야노 고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공무원 신분인 관계로 조직의 비리를 못 본 척 따르지만, 그럴수록 고뇌하고 자학하는 모습들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특히 후반부 상사의 부도덕한 명령에 반항하며 터트리는 신이치의 울분은 관료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 그들의 비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이야기의 주제의식을 절박하게 드러낸다. 참고로 아야노 고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전작 [야쿠자와 가족]에서도 주연으로 출연해 좋은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의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는 주제의식

이미지: 넷플릭스

드라마 [신문기자]는 마지막까지 담담한 기조를 유지한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주인공의 장황한 연설이나 억지 감동이 드물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의 전개가 다소 늘어지고 심심한 감이 있지만, 오히려 차분하고 담백한 분위기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를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일본 드라마의 독특한 소재 발굴에 호기심이 가다가도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강압적인 주제의식 때문에 시청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될 듯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전하는 사회 비판 정신과 언론의 참된 지향점은 일본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뜻하는 바가 남다르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신문기자]는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이야기 속에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는다. 덕분에 영화를 인상적으로 관람한 분들에게 드라마는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음은 물론, 묵직한 주제의식을 한층 더 파고든 작품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