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tvN 주말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다. 1998년을 배경으로 나희도(김태리), 백이진(남주혁), 고유림(보나), 문지웅(최현욱), 지승완(이주명) 다섯 청춘의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이 예쁘게 담긴 작품이다. 첫회부터 높은 6.37% 시청률로 시작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현재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방영일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미지: tvN

먼저 작품 곳곳에 1998년의 시대가 잘 녹아있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는 희도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장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을 바라보는데, 희도를 따라서 학생이던 때로 돌아가면 추억 속의 그 시절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삐삐 알람을 받으면 공중전화를 찾아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고, 순정만화책을 앞다투어 빌려보고, 나우누리와 하이텔 같은 파란 화면의 PC 통신을 이용해 익명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반가운 소품들이 이곳저곳에서 잘 드러난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는 브라운관 TV를 통해 옛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흐릿하고 희뿌연 화질에 복고풍 자막 효과가 가득한 영상이 시작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상미와 음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만의 매력을 더하는데 한몫한다. 드라마 내내 보여주는 화면은 풍경에서부터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화면 톤까지 푸른색이 가득하다. 그해 여름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듯 싱그럽고, 수분을 잔뜩 빨아들이며 맑은 하늘을 향해 쭉쭉 자라나는 어린 나무처럼 푸르러서 가장 아름답게 미화된 추억의 한순간을 화면 속에 붙잡아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적재적소의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때로는 청춘 로맨스, 때로는 청춘 스포츠물 혹은 성장 드라마다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고조시킨다. 특히 2화의 마지막, 희도와 이진이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야말로 청춘 분위기의 만능 치트키처럼 작용해,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푹 빠져들게 한다.

이미지: tvN

인상적으로 조성된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 간에 얽힌 관계와 서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나희도와 백이진, 나희도와 고유림의 관계가 핵심이다. 먼저, 나희도와 백이진의 관계는 조금 특별하다. 두 사람은 희도가 IMF라는 시대 때문에 평생 해온 펜싱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이진이 잘 살던 집안이 망한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때 우연히 만나고 점차 가까워진다. 이진은 희도가 주변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굳건한 믿음과 응원을 보내면서 희도의 펜싱을 지지하고, 희도는 이진이 경제사범이 된 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절대 행복해지지 않겠다고 자책할 때 둘이 함께 있을 때는 행복하다며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한 단어로 콕 집어서 정의히기 어렵다. 희도에게 이진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버팀목이고, 이진에게 희도는 무너지려 할 때마다 자신을 잡아준 의인이자 행복이다. 유일무이한 두 사람의 관계가 예쁜 영상미 속에서 담백하게 그려지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희도와 고유림의 관계는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다이나믹하게 격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림을 사랑하는 열성팬 희도와, 어렸을 적 경기에서 진 후 희도에게 트라우마를 가진 유림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다. 처음에는 유림이 일방적으로 희도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한다. 둘 사이는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맞붙은 후 유림이 경기 오심을 주장하면서 극으로 치닫는데, 오랜 시간 동안 PC 통신에서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며 깊은 애정을 나눠온 채팅 상대가 서로인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눈물의 화해를 하고 급속도로 사이가 좋아진다. 희도와 유림의 관계 변화 폭이 큰 만큼 둘의 여러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청춘 스포츠물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는 라이벌 구도부터 알콩달콩 설레는 청춘 로맨스 구도까지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이제 반환점을 넘어서 세 번째 장을 향해 가고 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진이 희도의 고백에 “널 사랑하고 있다, 네가 행복해진다면 난 바랄 게 없다”라며 약간은 애매한 답변을 내어놓는 부분이다. 명확한 연애 감정을 보여주는 대사나 장면은 희도가 성인이 된 이후의 시점에 등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제 희도가 성인이 되는 세 번째 장에서는 과연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