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는 주인공의 활약에 따라 판결의 향방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수세에 몰린 주인공이 허를 찌르는 증거와 변론으로 분위기를 뒤집을 때 선사하는 짜릿함은 다른 장르에서는 맛보기 힘든 매력이다. 이 때문에 판사, 변호사,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꾸준히 제작되었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방영 중인 tvN [군검사 도베르만]은 이전 법정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군검사라는 직업이 주는 낯선 이미지와, 군대와 법정의 만남이라는 이질적인 배경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법정 드라마가 가진 매력에 군대라는 소재의 특수성을 잘 배합해, 매 에피소드마다 재미는 물론 상당히 시원한 사이다를 건넨다. 과연 어떤 점이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지 세 가지 요소로 살펴본다.

독특한 소재, 안티 히어로의 쾌감

드라마는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안보현)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 만나 군대 내의 비리와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피해자, 검사, 변호사 등 주요 인물이 모두 군인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법정물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여기에 법정 판결까지 뒤흔드는 군대 내 계급 압박이 상당한 핸디캡으로 작용해 각종 갈등을 야기한다. 이 같은 어려움을 재치 있게 이겨내는 두 주인공의 활약 덕분에 권선징악의 쾌감은 더 커진다.

법의 최전선에 있는 검사임에도 삐딱한 면이 있는 두 주인공도 흥미롭다. 도배만은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군검사다. 더군다나 빌런 용문구(김영민)와 금전 계약 때문에 의도적으로 군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차우인 역시 군검사로 하는 모든 일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용문구와 노화영(오연수)에 대한 복수다. 심지어 도배만에게 부모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리며 자신의 편으로 끌어온다. 결국 두 인물은 검사라는 사명감보다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칼을 간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복수 대상인 노화영이 벌인 비리를 파헤치며 자연스럽게 군대 내의 일그러진 정의를 바로 잡는다. 지난해 인기를 끈 [빈센조]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불순한 목적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이들을 제거하면서 정의의 사도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안티히어로의 매력을 전한다.

밀리터리물에서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

이미지: tvN

군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대체로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약한 것과 달리, [군검사 도베르만]은 오히려 이들이 더 돋보인다.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극 전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먼저 도배만과 함께 노화영의 야망을 저지하려는 차우인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그는 노화영과 용문구의 음모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는데, 이에 복수를 꿈꾸며 한때 악의 편에 섰던 도배만과 힘을 합쳐 자신의 계획을 하나둘씩 완성해간다. 이로 인해 작품의 서사는 차우인이 큰 그림을 그리고, 도베만이 실전에 투입하는 형식으로 흘러간다. 비슷한 소재의 작품과 다르게 남녀 주인공의 비중에 큰 차이가 없고,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쪽은 차우인이다. 또한 도배만 못지않게 당차고 과감한 성격과 절도 있는 액션으로 극의 재미까지 책임진다.

빌런 노화영의 정체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창군 이래 여성 최초의 사단장이라는 배경도 흥미로운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들마저 사지에 내보내는 악의 카리스마가 매화마다 인상 깊게 펼쳐진다. 노화영의 출세에 비아냥거리는 남자 동기들에게 거침없는 방법으로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밀리터리물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다만 노화영의 야심을 부각하기 위해 부하의 다리를 직접 절단하는 등 일부 무리한 연출이 캐릭터와 이야기의 간극을 벌이지게 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 서사로 빠지기 쉬운 장르에 상당한 존재감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반갑다.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 하지만…

이미지: tvN

드라마에서 다루는 몇몇 사건들을 보면 픽션이 아닌 실제 뉴스를 보는 기분이다. 어머니가 사단장임에도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노태남의 발악은 실제 현실에서 기득권층 자제의 군면제 문제를 떠올린다. 게다가 노태남이 입대 전에 벌인 성범죄를 군사재판으로 끌고 오는 모습은 모 가수의 스캔들과 겹친다. 이외에도 방위 산업 비리, 탈영, 강한 유착관계를 가진 사조직 등 군 내부의 문제를 놓치지 않고 주요 소재로 활용해 분노를 유발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극중에서는 도배만과 차우인 콤비가 각종 부조리를 멋지게 해결해 보는 이의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뚫어준다.

다만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많이 아쉽다. 가장 큰 문제는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군사재판 도중에 전날 전역했던 도배만이 상관의 허락 없이 복귀하는 모습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너무 잦은 우연과 몸싸움에 기대어 사건들을 해결한다. 명색이 군검사와 군사재판을 메인으로 한 드라마인데, 법정에서 역전의 쾌감을 자아내는 모습이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군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호기심을 끌어내지만, 전개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니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7화를 기점으로 도배만과 차우인이 노화영의 수족들이 벌인 사건들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게 되면서 이 작품에 기대하는 지점이 조금씩 드러날 예정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청춘의 부당한 희생을 강요한 군대 내 부조리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이들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건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같은 시도가 여전히 현실성을 갖지 못한 채 흥미 요소로만 그칠지, 아니면 작품이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사이다급 정의구현의 절묘한 조합이 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