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웹 소설을 드라마로 옮긴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대한민국 정·재계를 움직이는 조태섭(이경영)의 비리를 쫓다 살해당한 검사 김희우(이준기)의 복수극이다. 그런데 줄거리가 이상하다. 주인공이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복수를 다짐하지? 여기에는 한 가지 특별한 사연이 있다. 희우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인생을 살아갈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이다. 드라마는 희우의 스무 살 재수 시절부터 검사가 되는 날까지 복수의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려간다. 매화마다 통쾌한 반전처럼 펼쳐지는 희우의 활약상에 보는 이의 응원도 커져간다. 방영 5화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이 작품, 과연 무엇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두 가지 이유로 살펴본다.

복수의 사이즈가 다르다

이미지: SBS

요즘 K-드라마의 트렌드는 ‘사이다’다. 주인공이 온갖 수난을 다 겪은 뒤 간신히 승리하는 공식을 기다려줄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다행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지력과 무력 등이 완벽한 주인공이 모든 판세를 잘 읽어내 손쉽게 악당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중이다. 게다가 그 복수의 사이즈도 남다르다.

극중 빌런 조태섭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정계는 물론, 재계까지 손을 뻗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권력, 그 자체다. 보통 작품이라면 검사인 희우가 태섭의 비리를 밝혀내 법으로 응징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때문에 희우는 이미 목숨을 잃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준 누군가는 악마를 잡기 위해 괴물이 되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이때부터 희우의 과거 에피소드를 펼쳐내며 복수의 발판을 마련한다.

악마를 잡기 위한 희우의 방법은 상당히 신선하다. 이전 인생처럼 명문대를 진학한 후 검사가 된 것은 물론, 주위의 힘 있는 조력자를 포섭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명 부동산 갑부를 만나 그의 투자 실패를 막고, 어느 벤처사업가의 유망한 아이템이 대기업의 횡포로 뺏길 뻔한 것을 지켜낸다. 인생 1회 차에서 사이가 좋지 못했던 선배 검사를 도와주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은 희우가 이미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극 전개가 초반이라 이 같은 희우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조태섭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희우 혼자만의 복수극이 아닌, 마치 케이퍼 무비처럼 공통의 목적을 가진 여러 캐릭터들이 의기투합해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두 번째 인생은 인물들의 사연이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재미를 자아낸다.

인생 2회차다운 관록을 보여준 이준기의 존재감

이미지: SBS

주인공 희우 역을 맡은 이준기는 이 작품으로 약 2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숨겨둔 에너지를 발산하며 드라마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특히 인생 2회 차인 덕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연기가 흥미롭다. 희우는 앞으로 일어날 대한민국의 굵직한 사건을 비롯해 주변인들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상대에게 넌지시 중요한 정보를 건네며 복수의 큰 그림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이준기의 포커페이스가 돋보이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감정을 폭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희우는 인생을 새롭게 사는 만큼 원래 과거에서 뺑소니를 당해 죽었던 부모님을 다시 만난다. 15년 만에 재회한 부모님을 껴안으면서 이번만큼은 허망하게 놓치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애잔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준기는 그동안 보여줬던 희우의 철두철미한 이미지와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와 거리를 더욱 가깝게 좁힌다.

여러모로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 이준기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마치 드라마 속 또 다른 각본가처럼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보는 이에게 극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라 많은 부담도 있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쌓은 연기 내공으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드라마에 안착시킨다. 이준기의 유일한 단점은 하나다. 엄청난 동안이라 20살 과거와 35세 현재가 구분이 안 된다는 것뿐이다.

전개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서사가 지나치게 희우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주변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 갈등 상황에서는 인생 회귀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주먹싸움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이 문제는 희우가 다시 검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복수를 이처럼 응원하고 기다렸던 적이 오랜만이다. 완벽한 계획을 위해 인생 전부를 건 빌드업이 후반부에서 어떤 식으로 터져줄지 궁금하다. 이야기가 지금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면, 많은 시청자에게 답답한 현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짜릿한 드라마로 다가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