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이 절실한 디즈니플러스가 이번에는 웹소설을 실사화한 [키스 식스 센스]를 공개했다. 그동안 디즈니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사운드트랙 #1]을 차례로 공개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콘텐츠의 성적이 저조하니 디즈니플러스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HBO 맥스가 한국 진출 전략을 수정한 데는 디즈니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디즈니로서는 시청자에게 각인될 만한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키스 식스 센스]는 이전에 선보인 드라마들과 달리 흥행이 검증된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갓녀가 쓴 웹소설은 인기를 끌면서 웹툰으로도 제작됐고, 국내뿐 아니라 6개 국어로 연재돼 웹소설·웹툰 누적 조회수가 1억 6천만 뷰에 달한다. 인기의 비결은 톡톡 튀는 소재다. 타인의 신체와 입술이 닿으면 미래가 보이는 여자와 오감이 과도하게 발달한 남자의 로맨스라는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지혜와 윤계상이 남다른 감각을 지닌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아찔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제우기획의 AE 홍예술(서지혜)에게는 미래가 보이는 비밀스러운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독특한 조건에서 발현되는데 타인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든 예술의 입술에 닿을 때 나타난다. 어느 날 예술은 광고 촬영을 준비하던 중 사고로 끔찍하게 여기던 상사 차민후(윤계상)와 입술이 맞닿게 되면서 난감한 미래를 본다. 지난 5년간 그를 혹독하게 밀어붙여 넌더리가 난 민후와 동침하는 장면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미래를 본 예술은 당혹감이 앞서면서도 민후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 3년 전에 헤어진 이필요(김지석)가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어 돌아온다.

앙숙 관계인 두 남녀와 이들 사이에 끼어든 전 연인이 형성하는 삼각관계는 로맨스물에서 익숙하게 본 구도이나 주인공이 가진 남다른 능력이 차별화된 지점을 마련한다. 입술에 상대방의 몸이 닿으면 미래가 보인다는 설정부터 상당히 섹시한데, 하필이면 그 능력이 절대 엮이고 싶지 않은 직장상사와 뜻하지 않은 입맞춤으로 나타나고, 더 나아가 격정적인 관계를 나누는 두 사람의 미래를 암시하면서 아찔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재미를 준다. 전혀 로맨틱한 기미가 없던 예술과 민후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관계의 변화를 맞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민후의 과도하게 발달한 오감이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 포인트다.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하지만 극의 분위기가 이 흥미로운 설정을 받쳐주지 못한다. 드라마는 예술이 가진 능력을 신비롭게 묘사하면서도 그로 인해 받은 상처에 더 무게를 둔다. 판타지적 설정을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담아내는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극 요소와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남다른 감각을 지닌 예술과 민후의 캐릭터는 아픔과 불편을 겪은 탓에 진지한데 반해, 주변 사람들은 가볍고 상투적인 감초 역할만 하니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매력이 없고 극의 온도는 들쑥날쑥하다. 서사 진행도 느릿해 팽팽하고 미묘한 긴장감이 있으면 좋을 예술과 민후의 관계는 지루하게 흘러간다. 뻔하게 등장하는 코미디는 상투적일 뿐 아니라 올드하다. 올봄 웹툰을 각색한 [사내맞선]이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뻔뻔하게 밀어붙여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하면, 더 과감하게 소재의 매력을 활용하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아니면 [뷰티 인사이드]처럼 주변 캐릭터들을 잘 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캐릭터의 매력도 부족하다. 예술은 자신의 일을 잘하는 여성이긴 하지만 끌려다니는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그날 이후 민후가 신경 쓰인다 해도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감정선이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차라리 캐릭터를 보다 만화적으로 가볍게 그려냈다면 예술의 변화를 지켜보는 게 수월했을 것 같다. 불쑥 나타난 전 남친 이필요는 구시대적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청혼을 하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모습은 전혀 설레지 않는다.

4회까지 전개는 대체로 실망스러워 이대로라면 [키스 식스 센스]는 또 한 번 디즈니에 쓰라림을 안길 것 같다. 하지만 남은 이야기가 많기에 반전은 충분하다. 특히 5화 예고편에서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예술과 민후의 관계 변화를 암시한 만큼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두근거리는 설렘을 잘 전달해 로맨스의 향방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