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 즉 아이언맨과 헐크는 어벤저스를 함께 결성한 사이지만, 함께 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둘은 처음 만난 때부터 협력한 순간보다 싸운 나날이 더 많은 편인데, 이 힘과 기술의 대결은 인상적인 장면을 여럿 만들어냈다. 

헐크를 쓰러뜨린 일격 (1979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둘의 싸움은 대체로 헐크의 난동을 아이언맨이 제압하려는 시도로 시작된다. 아이언맨은 헐크를 민간인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유인한 다음 물속에 빠뜨렸다. 아무래도 지상보다 물속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노린 작전. 아이언맨은 쇠사슬로 헐크를 꽁꽁 묶어보려 했지만, 거대한 덩치를 제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아이언맨은 슈트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강펀치를 날렸고, 거대한 먼지를 일으키며 헐크는 쓰러졌다. 헐크버스터 슈트가 없이도 완승할 수 있었던 아이언맨의 대단함을 보여준 싸움이었다.

헐크버스터의 첫 등장 (1994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아이언맨의 헐크버스터 슈트가 이 대결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헐크는 다양한 인격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브루스 배너의 지능을 간직한 똑똑한 상태였다. 그는 위험한 감마 폭탄을 제조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한 공장에 나타났다. 아이언맨이 새롭게 마련한 거대한 헐크버스터 슈트는 기존의 슈트들보다 힘과 내구성이 월등히 향상되었지만, 그럼에도 헐크를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승패를 가리지는 못하고, 헐크의 선한 의도를 이해한 아이언맨이 싸움을 멈췄다.

다른 현실에서의 대결 (1996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1996년, 마블은 상당수 캐릭터를 가상의 현실 세계로 보내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일시적인 리부트를 진행했다. “히어로즈 리본”이라는 이 세계에서 아이언맨과 헐크는 새로운 기원을 얻었다. 하이드라가 브루스 배너의 감마 폭탄을 터뜨리는 바람에 헐크가 탄생했고, 흥분한 헐크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토니 스타크는 심장을 다치고 말았다. 스타크는 살기 위해 아직 실험단계인 프로메슘 슈트를 입어 생명유지장치의 도움을 받았고, 슈트에 내장된 리펄서 공격으로 헐크를 몇 초 동안 기절시킬 수 있었다. 헐크와 아이언맨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필사적으로 싸웠다. 결국, 아이언맨이 뉴욕 주 전체를 정전시킬 정도로 모든 전기를 끌어다 헐크를 감전시켰고, 한계에 다다른 둘은 의식을 잃은 채 나란히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졌다. 이 세계에서 ‘아이언맨’이란 이름은 헐크가 지어주었다. 

우주에서 돌아온 헐크 (2007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토니 스타크가 포함된 일루미나티라는 집단이 브루스 배너를 속여 우주로 내보낸 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추종자들을 이끌고 지구로 돌아온 헐크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우주에서 머물던 세계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분노를 차곡차곡 적립해온 상황이었다. 스타크로서는 자신들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노리고 있는 헐크는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적이었다. 새로운 버전의 헐크버스터와 대헐크 전용무기들을 장착한 아이언맨은 뉴욕의 거리에서 헐크와 맞붙었다. 둘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창문이 깨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격전이었지만, 최후에 서 있는 쪽은 헐크였다.

헐크 탄생의 비밀 (2014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세상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존재인 왓쳐가 사망하면서 많은 비밀이 세상에 흩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밝혀진 비밀 중 하나는 바로 토니 스타크가 헐크의 탄생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브루스 배너가 감마 폭탄을 개발하고 있을 당시 연구소를 방문했던 스타크는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몰래 고쳐놓았고, 이 폭탄이 터지면서 배너는 헐크로 변하게 된 것이었다. 이 사실이 들키자마자 스타크는 당황하여 즉시 헐크버스터를 입었지만 소용없었다. 초음파 공격과 헐크의 피부를 벨 수 있는 칼날을 갖춘 헐크버스터 슈트로도 버티질 못했다. 다행히 헐크는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스타크의 계산 덕분에 배너가 죽지 않고 헐크로나마 살아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년)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에서 아이언맨과 헐크의 본격 대결은 남아프리카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치러졌다. 헐크는 완다 막시모프의 정신조종을 받아 도시를 파괴했고, 아이언맨은 그를 막기 위해서 헐크버스터 슈트를 입고 ‘베로니카’의 공중지원을 받아가며 갖고 있는 무기를 다 쏟아 부어야 했다. 그래도 파괴신과도 같은 성난 헐크를 제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슈트가 다 찢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겨우 헐크를 기절시켜 다시 브루스 배너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었다. 헐크의 얼굴을 무한반복해서 때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며, 마블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전투씬 중 하나로 꼽히는 싸움이었다.

아이언맨들 VS. 헐크 (2021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브루스 배너는 이제 헐크의 몸을 통제하고 인공두뇌를 이식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발명품을 훔치려 했는데, 당연히 그것을 막으려는 스타크와 싸움이 시작되었다. 스타크는 이번엔 헐크버스터를 착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개의 헐크버스터 슈트를 동시에 조종했다. 이 헐크버스터들은 각각 최강의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만들어진 파편을 발사해서 헐크의 살을 찢고, 그물 모양으로 변해 그의 손을 묶어두는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헐크는 아다만티움 그물을 끊어내는 대신 자신의 손을 잘라버렸다. 그 다음 토니 스타크가 들어있는 헐크버스터를 파괴해 완벽히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