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게티 이미지

최근 영화 [탑건: 매버릭]의 개봉을 맞이해 배우 톰 크루즈가 10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로 처음 한국을 찾았던 그가 ‘팬데믹 이후 첫 할리우드 스타 내한 영화’가 된 [탑건: 매버릭](2022)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국내 팬들에 대한 사랑과 엄청난 팬 서비스를 보여준 ‘친절한’ 톰 크루즈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온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다. 무엇보다 이번에 개봉한 [탑건]을 포함, [미션 임파서블], [잭 리처]와 같은 시리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온 배우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리즈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 독립적인 작품도 많다. [탑건: 매버릭]의 개봉을 기념하며, 톰 크루즈가 출연한 시리즈물 외 영화들을 살펴보자.

제리 맥과이어 – ‘제리 맥과이어’ 역

수많은 액션 영화를 소화하기 훨씬 이전, 톰 크루즈도 멜로 영화로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 전인 1997년에 개봉한 [제리 맥과이어]가 그중 하나이다. [제리 맥과이어]는 뛰어난 능력과 매력적인 외모를 겸비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제리’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사랑 속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톰 크루즈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제리 맥과이어’ 역을 맡았다. 완벽한 외모와 다재다능한 능력도 갖추었으며, 그 때문에 매력적인 여자친구와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즉, 모든 것을 겸비하고 있는 능력자였으나,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일도, 사랑도 흔들리게 되는 위기를 겪는다. 영화는 자신을 외면하는 것들에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스스로의 의견을 반영한 에이전시를 이끌어가는 ‘제리’의 모습을 주로 담아냈다. 쿠바 쿠딩 주니어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빚어낸 “쇼미더머니”씬은 지금도 화자 되고 있다. 물론, 후반부 ‘도로시’ 르네 젤위거에게 사랑을 표현한 연기는 영화의 손꼽히는 명장면, 명대사로도 남았다. 이 작품에서 열연으로 54회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6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바닐라 스카이 – ‘데이빗 에임즈’ 역

이미지: UIP코리아

겉보기엔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 같아 보이지만,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추리의 재미를 더한 영화가 있다. 바로 2001년에 개봉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다.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인 [바닐라 스카이]는 남다른 매력과 탄탄한 재력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데이빗’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는 과거 파트너로 지냈던 여인 ‘줄리’가 자신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고를 일으킨 뒤, 간신히 목숨만 건진다. 하지만 이전의 삶은 떠올릴 수 없는 얼굴로 변하게 되면서 그의 삶은 무너진다.

톰 크루즈는 ‘데이빗 에임즈’ 역을 맡아, 남부러울 것 없는 재력의 소유자를 연기했다. 여기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자가 끊이지 않는 바람둥이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첫 눈에 반한 ‘소피아’와 행복한 삶을 꿈꾸던 중, 사고를 겪으며 성격과 태도가 180도 달라져버리는 인물이 되었다. 톰 크루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자신의 삶, 그 상황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선택과 모습에 대한 감정들을 진정성 있게 연기했다.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톰 크루즈는 원작보다 더 뛰어난 캐릭터에 대한 소화력으로 [바닐라 스카이]를 온전히 자신의 영화로 만들어낸다. 여러모로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의 외모와 완벽한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 ‘존 앤더튼’ 역

톰 크루즈에게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도 존재한다. 2054년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 주인공이다. 거장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용의자까지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범죄자를 추적해온 ‘존 앤더튼’이 자신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며 누명을 벗기 위한 고군분투를 펼친다.

톰 크루즈는 범죄를 예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의 팀장 ‘존 앤더튼’을 연기했다. ‘존’은 어느 날 자기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행을 저지를 것을 알게 된 뒤, 미래를 바꾸기 위해 홀로 나서는 인물이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살인 용의자로 추적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굳게 믿는 인물의 신념을 치열하게 그려내어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인다. 여기에 자신이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맹목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도 보여주며 애절한 눈물 연기도 펼친다. 톰 크루즈의 연기를 비롯해 획기적인 스토리, 독특한 영상미와 감독의 연출 등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호평받았다.

락 오브 에이지 – ‘스테이시 잭스’ 역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톰 크루즈가 액션 연기, 혹은 묵직한 드라마 장르에서만 두각을 드러낸다고 단언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관객의 상상을 뒤엎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는 톰 크루즈가 선보이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예상외의 노래 솜씨로 즐거움이 가득하다.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로 1987년,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할리우드에 온 소녀 ‘쉐리’와 당대 최고의 락 클럽에서 일하는 가수 지망생 ‘드류’가 만나 펼쳐지는 로맨스를 주로 그린다.

톰 크루즈는 해당 시대를 대표하는 록 스타 ‘스테이시 잭스’ 역을 소화했다. 그는 ‘쉐리’와 ‘드류’가 동경하는 스타이자, 시대의 아이콘이다. ‘스테이시’는 사생활에 대한 소문은 그리 좋지 않지만, 인기는 절정에 달한 인물로, 영화의 전반적인 서사를 책임지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톰 크루즈는 록 스타라는 설정답게 다채로운 록 음악 연주를 실감나게 보여줬고, 몇몇 노래는 직접 부르기도 했다. 해당 영화가 1980년대 록 음악의 열기를 제대로 폭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스테이시’ 톰 크루즈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톰 크루즈가 이 영화의 온전한 주인공으로 출연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개성으로 거대한 존재감을 빚어내는 실력만큼은 그대로였다.

아메리칸 메이드 – ‘베리 씰’ 역

톰 크루즈의 완벽한 연기는 실화 소재의 영화에서도 빛난다. 1980년대, 미국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 ‘배리 씰’의 이야기를 다뤄낸 [아메리칸 메이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더그 라이만과 톰 크루즈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민항기 1급 파일럿 ‘배리 씰’이 CIA와 손을 잡고 무기 밀반출을 돕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사소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인물의 변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톰 크루즈는 민항기 1급 파일럿에서 마약 운반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배리 씰’이라는 인물의 삶을 스크린에 옮겨냈다. 실존 인물이 130kg의 거구였다는 점을 그대로 소화하기 위해 다소 살을 찌우긴 했지만, 톰 크루즈 본연의 외모는 가려지지 않은 것도 색다른 포인트이다. 범죄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지만, 파일럿이라는 직업 덕분에 [탑건]을 떠올리게도 한다. CIA를 비롯하여 마약 카르텔까지, 정반대의 존재들과 얽히게 된 한 사람의 아이러니한 인생을 톰 크루즈는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탑건] 등 그가 주로 맡았던 영웅적인 면모와 전혀 다른, 능청스럽고 야비한 인물도 매력 있게 그려내어 자신의 연기변신을 훌륭하게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