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위나 재력, 혹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 드라마의 단골 설정이다. ‘불행의 아이콘’과 ‘행운의 여신’의 로맨스를 다룬 [징크스의 연인] 또한 이러한 흥행 공식을 따른다. 모두에게 익숙한 소재인 만큼, 소위 말하는 ‘아는 맛’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터. 과연 이 작품은 그 맛을 잘 살리고 있을까?

이미지: KBS

2년 전만 해도 공수광(나인우)의 삶은 남부러울 게 없었다. 잘생긴 외모와 착한 심성, 명석한 두뇌에 대기업인 금화그룹 입사를 앞두기까지 했으니, 흔히들 말하는 ‘엄친아’다. 하지만 슬비(서현)와 마주친 순간 불행이 시작됐다. 하나뿐인 어머니를 잃었고, 그 자신도 목숨이 위태로웠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모든 것을 잃은 채 ‘고명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에 적응할 무렵, 자신의 행복을 뒤흔들어버린 슬비가 눈앞에 나타났다.

2년 전 그날 인생이 완전히 바뀐 건 수광만이 아니다. 가족에게 물려받은 미래를 보는 능력 때문에 금화그룹 회장의 ‘행운의 부적’으로 이용된 어머니와 함께 갇혀 지낸 슬비에게 수광과 보낸 바깥세상에서의 하루는 꿈만 같았다. 슬비는 기나긴 기다린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지만, 자신을 반겨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광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수광이 모든 불행의 원흉을 슬비라 여기며 살아왔기에, 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슬비의 최우선 과제다.

[징크스의 연인]은 로맨스물답게 공수광과 이슬비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면서도, 두 사람이 각자 ‘운명’이라 여겼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난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서사를 함께 그린다. 뿐만 아니라 슬비를 뒤쫓는 탐욕스러운 금화그룹 선 회장(전광렬)의 모습이나, 수광과 함께 지내는 서동시장 사람들과의 관계성 등을 통해 풋풋한 설렘과 긴장감, 웃음과 감동까지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단연 나인우와 서현이다. 두 사람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은 물론이고,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나인우는 ‘엄친아’ 공수광과 능청스러움이 매력인 고명성, 동일인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른 둘을 완벽히 소화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배우 특유의 ‘대형견 재질’은 로맨스물인 이번 작품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0년을 갇혀 산 탓에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밝은 인물인 슬비는 서현의 퍼포먼스를 통해 완성된다. 다소 과장된 대사와 액션부터 로맨스 연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고, 매 순간을 영상 화보로 만드는 비주얼 역시 박수가 절로 나올 만큼 인상적이다.

전개가 빠른 것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는 첫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고구마 전개’는 없을 것이라 예고하듯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나간다. 두 주인공의 첫 만남과 수광에게 찾아온 시련, 그리고 슬비의 극적인 탈출까지 전부 1회로 마무리한 만큼, 시청자들은 별다른 방해 없이 메인 커플의 케미스트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믹하고 만화적인 상황들, 혹은 섬뜩한 악역이 선사하는 긴장감은 앞에서도 언급한 서사를 다채롭게 하며 극의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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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극의 전반적인 ‘밝고 유치한 톤’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다. 틈만 나면 책에서 본 내용을 줄줄이 읊거나 순진무구하게 사고를 치는 슬비의 모습, 혹은 시장 상인들과의 에피소드는 그저 귀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선사할 여지가 있다.

[징크스의 연인]은 4회까지 판타지 로맨스물의 매력을 잘 살린 채 순항 중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각종 위기와 설렘이 가득할 수광과 슬비의 앞날이 충분히 예상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이를 어떻게 맛깔나게 살릴지 궁금하다고나 할까. 이 작품이 끝까지 지금의 폼을 유지하며 간질간질함을 안겨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오글거리고 유치하다고? 오히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