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점차 높아지는 기온과 습도에 무기력해지는 신체와, 코로나19로 무료해진 마음을 달래줄 여름휴가 시즌이 돌아왔다. 일상으로의 회복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판데믹 전과 같은 여름휴가는 상상하기 힘든 시기다. 이럴 때 해외 시리즈를 통한 대리만족 랜선 여행은 어떨까? OTT 서비스 구독료만 있다면 최저가로, 어디든 당장 여행을 떠나 즐길 수 있는 여름 탈출 휴가지로 제격이다. 드라마를 통한 가상의 여행이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니 코로나 시국에도 안전할 것 같은, 청정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맞춤 여름 휴가지 해외 시리즈들을 추천한다. 본인의 취향과 여행 스타일, 선호 지역에 따라 마음에 드는 해외 시리즈를 선택하고 여름휴가를 떠나보자!

서바이빙 서머 (Surviving Summer)

이미지: 넷플릭스

여름 휴가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바다다. 휴가라면 시원한 바닷가에서 즐기는 물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여행지는 호주다. 드라마 <서바이빙 서머>는 뉴욕 도심에 사는 반항적인 십 대 소녀 ‘서머’가 엄마의 절친 가족이 살고 있는 호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지내게 되는 이야기다. 서머는 대도시가 그리워 미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자신의 또래인 ‘아리’와 함께 호주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서머는 일 년 전 큰 부상을 당했다가 회복해 다시 서핑대회에 나가려 하지만 트라우마로 힘들어한다. 이때 아리의 도움을 받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한다. <서바이빙 서머>는 십 대들의 우정과 사랑, 꿈과 희망에 대한 내용으로 가족과 함께 즐기기도 좋은 시리즈다. 신나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장면을 쉴 새 없이 자아내며 제대로 된 피서 기분을 내게 해준다. 물론 멋진 서핑 장면들은 보는 이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며 드라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호주는 판데믹에도 할리우드 영화나 해외 시리즈의 촬영지로 각광받은 만큼 청정지역이니, <서바이빙 서머>로 안전한 랜선 여행을 떠나보자. (넷플릭스)

더 써드 데이 (The Third Day)

이미지: HBO

‘여름에는 더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오싹한 공포 체험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면, 드라마 <더 써드 데이>를 적극 추천한다. <더 써드 데이>는 하루에 두 번만 바닷길이 열려 육지로 나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오씨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한 남자가 우연히 폐쇄적인 오씨 섬을 방문했다가 나갈 시간을 놓쳐 머물게 된다. 그는 이후로도 여러 번 섬에서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기이한 일들을 겪는다. 이 섬에서는 축제 준비가 한창이지만, 뭔가 모르게 마을 사람들은 의심스럽고 기이하다. 거기에 주인공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며 혼란에 빠진다. 어떤 이야기인지 추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본 드라마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몇몇 장면들을 건네며 무더위를 가시게 한다. <더 써드 데이>에는 나오미 해리스, 캐서린 워터스턴, 에밀리 왓슨, 패디 콘시딘 등 유명 영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특히 주드 로의 열연이 돋보인다. 평범함을 거부한 다크한 분위기의 여행지를 방문하고 싶다면 <더 써드 데이>의 오씨 섬으로 떠나보자. (웨이브)

라그나로크 (Ragnarok)

이미지: 넷플릭스

코시국에는 사람이 적은 장소를 여행지로 선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듯하다. 여행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서도, 안전도 보장된 장소를 찾고 있다면 노르웨이 드라마 <라크나로크>가 최적의 명소가 될 것이다. 노르웨이 가상의 시골 마을 ‘에다’를 배경으로 하는 노르웨이 드라마 <라그나로크>에는 마블 영화로 익숙한 토르와 로키, 그리고 거인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드라마는 북유럽 신화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청소년 판타지 장르다. 현란한 액션이나 빠른 속도감의 전개가 있진 않지만, 이 드라마만의 은근한 매력이 있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까지 스토리에 잘 녹여낸다. 노르웨이의 빼어난 자연 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가운데, 사람까지 드물어 드라마를 보는 내내 한적한 힐링 여행을 왔다는 기분을 계속 들게 한다. 노르웨이 인기 드라마 <스캄>에 출연했던 배우 다비드 스탁스톤과 헤르만 툄메로스 등이 출연, 탁월한 캐스팅도 돋보이는 드라마다. 2시즌까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

더 테러 (The Terror)

이미지: AMC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여름 휴가지는 반대의 계절인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다. 드라마를 통한 랜선 여행이라면 보고만 있어도 추워 보이는 <왕좌의 게임> 속 윈터펠이나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장벽 체험이 제격이지만, 이보다 덜 유명해 상대적으로 안전한(제목과는 정 반대인) <더 테러> 속 배경으로도 가보자. 북극 탐험기를 다루는 <더 테러>는 영국 해군 탐험대가 조난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제목인 ‘더 테러’는 극중 배의 이름으로, 영국 해군 원정대의 북극 항해 탐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한 환경에서 조난당한 탐험대가 겪는 공포와 생존기를 치열하게 그린 작품으로, 드라마의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추워 보이지만, 진짜 추위는 체감효과에 있다. 극중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절로 체감 온도가 내려가는 서늘함을 자아낸다. 이 시리즈는 리들리 스콧 감독과 <파친코>로 익숙한 수 휴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자레드 해리스, 토비어스 멘지스, 시아란 힌즈, 이안 하트 등 연기 경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평단과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시리즈로, 재미는 물론 드라마에 몰입하면 추위에 덜덜 떠는 자신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빨간머리 앤 (Anne With An E)

이미지: 넷플릭스

여름휴가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내고 힐링 받고 싶다면, <빨간머리 앤>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그린 게이블스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빨간머리 앤>은 순수했던 동심으로 다시 돌아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 줄 최고의 힐링 여행지다. 주근깨에 빼빼 마른 빨간머리 앤은 감수성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언제나 수다스럽지만 마냥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드라마는 마릴라와 매슈 남매와 함께 초록지붕집에서 함께 살게 된 고아 출신 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과 책, 영상 작품 등으로 익숙한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해당 장르만의 매력을 더하며 새롭고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상상 속의 캐릭터 모습 그대로이자,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앤 (에이미베스 맥널티)과 길버트 (루카스 제이드 주먼) 등 극중 등장인물들은 어디선가 진짜 살고 있을 것 같은 친근함을 계속 들게 한다. <빨간머리 앤>은 아름다운 영상미는 물론, 웃음과 감동까지 완벽한 명작 드라마로 다가온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