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금솔이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최근,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DC 코믹스 원작 영화 [조커]가 후속작 제작을 확정 지으면서 수많은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속편 소식이 뜨거운 반응을 낳을 정도로 2019년에 개봉한 [조커]는 당시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단순히 코믹스 빌런 캐릭터를 단독적으로 다뤄낸 것 이상으로, 새로운 ‘조커’를 선보인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패러디를 낳은 계단 씬을 비롯한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만큼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연기는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에겐 조커가 전부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와 매력적인 영화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하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호아킨 피닉스’. 이번에는 조커(?)가 아닌 조카와 만나게 된 삼촌의 이야기 [컴온컴온]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의 연기에 엄지척이 아깝지 않은 영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래디에이터’ 코모두스 역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대부분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000)를 말하면, 주인공이자 검투사 ‘막시무스’ 역을 연기한 러셀 크로우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극의 비장미를 더한 배우가 있으니, 바로 빌런 코모두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이다. 서기 180년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마르쿠스 황제의 총애를 받던 막시무스가 황태자 코모두스로부터 질투를 받아,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속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이자 차기 황위 계승 유력 후보, 이 때문에 막시무스에게 질투한 ‘코모두스’ 역은 호아킨 피닉스가 맡았다. 코모두스는 자신의 왕위를 위해, 자신과 타인의 가족을 해할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한 인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영화 속 검투사 ‘막시무스’가 앞을 가로막으며, 오히려 이 때문에 그의 행보를 더욱 전설로 만들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숨 막히는 대결을 비롯해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시대의 권력다툼과 스케일을 역동적으로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로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음향상을 수상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앙코르’ 조니 캐시 역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수많은 아티스트가 당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앙코르]의 주인공 ‘조니 캐시’ 역시 그러한 인물 중 하나이다. 조니 캐시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컨트리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리고 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앙코르]는 작은 레코드 회사에서 제작한 앨범으로 시작하여 스타가 된 조니 케시의 사랑과 음악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담았다.

호아킨 피닉스는 [앙코르]에서 미국 소녀들의 우상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컨트리 가수 ‘조니 캐시’ 역을 연기했다. 노래를 좋아하고, 가수를 갈망했던 그의 서사를 잘 다룬 것은 물론, 가수 ‘준 카터’와 불꽃 같은 사랑도 의미 있게 그린다. 해당 캐릭터는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했는데, 당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실존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호아킨 피닉스의 역시 안정감 있는 연기로 리즈 위더스푼과 좋은 케미를 선보이며 영화를 이끌어갔다.

‘마스터’ 프레디 퀠 역

이미지: 영화사 진진

영화 [마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프레디 퀠이 도망치듯 도착한 항구에서 파티를 벌이는 유람선에 탑승, 우연히 랭커스터라는 인물과 그가 이끄는 연합회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참전용사였던 ‘프레디 퀠’은 전문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상담, 진료를 거부하고 살아가다가 누군가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의심까지 받은 인물. 호아킨 피닉스는 이러한 ‘프레디 퀠’이라는 인물을 통해 불완전한 존재가 가지는 심리, 태도 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영화의 호평을 이끌어낸다.

작품은 신흥 종교 단체와도 같은 연합회 ‘코즈’와 그곳의 마스터 ‘랭커스터’와 존재로 주인공의 삶이 뒤바뀌는 과정을 묵직하게 보여준다. 랭커스터를 자신과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는 프레디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 같은 열연으로 호아킨 피닉스는 상대 배우였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함께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마스터]는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존재에 대한 신뢰와 의심, 혼란 등 다양한 감정 변화를 남다른 연기로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의 활약이 눈부셨던 작품이다.

‘그녀’ 테오도르 역

이미지: (주)더쿱

만약 과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단순히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까지 가능한 인공지능도 만날 수 있을까? 영화 [그녀]는 이 물음에 깊이 있는 대답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작품이다. 작품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 그로 인해 조금씩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테오도르’의 이야기를 은은하게 보여준다.

호아킨 피닉스는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대신 편지를 쓰는 대필 작가이지만, 아내와는 별거 중인 ‘테오도르’ 역을 연기했다. 타인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가 정작 자신의 감정은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우연히 만난 인공지능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캐릭터의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는 보이지 않는 상대(인공지능)임에도 가슴 절절한 감정을 녹여내며 절정에 다른 열연을 펼친다. [그녀]는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수많은 시상식에서 각본상도 휩쓸며 많은 분들의 인생영화로 남았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 조 역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호아킨 피닉스는 수많은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빼고 그의 열연을 칭송할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인생 연기를 펼치며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청부업자 ‘조’가 상원 의원의 딸 ‘니나’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아 이를 수행하던 중, 납치 사건에 연루된 거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는 이야기다. 호아킨 피닉스는 끔찍한 유년기를 보내고, 전쟁 트라우마로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 ‘조’를 맡았다. 이 때문에 죽어도 아쉬운 것 하나 없는 태도를 취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작품의 흥미를 유발한다. 간결한 스토리 속에서도 빛나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 그의 깊이 있는 표현력을 만나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