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넷플릭스에 양(?)으로 대적할 수 있는 OTT는 없겠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북미에서 업계 2인자에 해당하는 ‘아마존 프라임’ 역시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다수 내놓은 바 있고, 여기에 9월에는 해외 드라마 팬들이 원기옥을 모으며 기대 중인 J. R. R. 톨킨의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OTT 시청자들에게 진심이라는 것. 우리가 또 그 마음을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은 아마존 프라임의 그 진심이 담긴 역작들을 장르별로 살펴본다.

루프 이야기 (Tales from the Loop)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첫 번째로 소개할 드라마는 스웨덴 작가인 사이먼 스탈렌하그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SF 드라마 [루프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은 스웨덴으로,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입자 가속기 위에 세워진 루프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지만 이 작품만큼은 시청 시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좋다. 그 만큼 이야기의 디테일이 장난 아니다. 1화는 로레타라는 소녀가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이야기, 2화는 몸이 바뀐 제이콥과 대니라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3화는 시간을 멈추는 팔찌를 얻게 된 메이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진행되는데, 한마디로 모든 에피소드가 루프라는 마을에서 일어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별개의 캐릭터와 스토리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드라마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아주 밀접하게 맞닿았다기보다는 느슨하게 연결된 형태랄까? 특히 80년대 배경 속에 스며든 오버 테크놀로지를 가미한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를 표방하는 작품이라, 독특한 SF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한다. 다만 작품이 일방향으로 이어지지 않고 나선형으로 돌고 도는 형태라 플롯이 복잡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하자.

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The Marvelous Mrs. Maisel)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 작품은 비단 시청자뿐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아마존 프라임에게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에미상을 안겨줬기 때문.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주연한 코미디 드라마 [마블러브 미스 메이즐]은 그 만큼 코미디라는 장르로 대중과 평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대학교수 아버지로 인해 부족함 없이 자라난 주인공 ‘메이즐’이 의류기업 후계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혼 4년 후 남편의 외도로 인해 메이즐은 실의에 빠지지만, 술집에서 ‘스탠딩 코미디’라는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이후 작품은 누군가의 딸, 아내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선 메이즐의 홀로서기를 코믹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린다.

한때는 이 드라마 하나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을 결제했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주인공 ‘메이즐’을 연기한 배우 레이첼 브로스나한은 에미상 코미디-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당당하면서도 사랑미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아베 역을 맡은 [명탐정 몽크]의 토니 샬호브는 역시나 이름값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드라마를 한 번에 달리면 귀에서 피가 날 정도의 TMI(?) 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메이즐’을 놓치지 말고 시청 목록에 꼭 넣어두자.

더 보이즈 (The Boy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의 히든카드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발돋움한 [더 보이즈]. 이 작품 때문에 해당 OTT를 구독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 중이다. 마블, DC 슈퍼히어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줄 작품이며, 여기에 재미까지 더해졌으니 믿고 시청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작품은 도발적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모든 슈퍼히어로가 착한 사람일까?” 결론적으로 아니다. 대중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홈랜더’를 비롯해 보우트라는 회사가 담당하는 슈퍼히어로 집단 ‘더 세븐즈(7명의 탑티어 슈퍼히어로로 구성된 집단)’ 역시 겉보기와 달리 많이 타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속셈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던 중 ‘더 세븐’에 소속된 슈퍼히어로 에이트레인의 폭주 때문에 여자친구를 눈앞에서 잃은 휴이가 ‘빌리 부처’라는 남자가 이끄는 비밀 자경팀에 합류해 보우트의 슈퍼히어로들을 응징하면서 드라마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존 히어로 작품의 가치관을 뒤집는 컨셉과 청불 등급에 걸맞은 잔인한 묘사들이 매운맛 슈퍼히어로의 매력을 확실하게 선사한다. 여기에 다음을 더욱 궁금하게 하는 떡밥들은 작품의 양념으로 제맛. 특히 최근 종영한 시즌 3에서는 부처와 휴이 역시 초능력을 얻게 되는 등 시즌이 계속되어도 좀처럼 그 재미가 줄어들지 않는다.

멋진 징조들 (Good Omen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암울하지만 유쾌한 판타지 코미디 [멋진 징조들]도 아마존 프라임 추천 목록에 넣어본다. 우선 이 작품은 원제를 보면 눈치챌 수 있는데, 호러의 대표작인 [오멘]의 패러디물이다. 이 때문에 원래라면 미국 대사의 아들로 입양되어 가족부터 가정부까지 모두 요단강을 건너보내고 아마겟돈을 일으켜야 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패러디물이라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에 원작에 없는 크롤리라는 악마가 지상으로 가서 사탄의 아들을 도우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놀기 좋아하는 그는 오히려 종말을 늦추기 위해 사탄의 아들을 교화시킬 정신 나간 생각을 품게 된다. 심지어 이 악마는 천사인 아지라파엘과 친구까지 맺으며, 지옥 입장(?)에서 보면 완전 막장 행동을 일삼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래 미국 대사에게 가야 했던 사탄의 아들이 다른 아이와 뒤바뀌면서 이야기는 점점 꼬인다. 이렇게 정신 나간 스토리와 정줄 놓은 천사와 악마가 충돌하는 [멋진 징조들]은 에피소드 내내 유쾌한 재미를 빚어낸다. 크롤리 역에는 [닥터후]의 데이비드 테넌트가, 아지라파엘 역에는 마이클 쉰이 출연해 웃음을 더한다.

한나 (Hanna)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한나]는 시얼샤 로넌, 에릭 바나, 케이트 블란쳇 주연으로 2011년 개봉했던 동명의 액션 영화를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어떤 연유로 갓난아이를 납치했던 비밀 요원 ‘에릭 헬러’가 CIA 추적을 받던 도중, 연인의 목숨을 잃자 결국 자신도 사고사로 위장해 16년간 깊은 산속에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 비단 사랑 뿐 아니라 무술, 은둔술, 사격 기술까지 전수해 그야말로 아이를 살인 병기로 키우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한나다. 영화와 차이점이라면 주인공 한나를 연기했던 시얼샤 로넌이 금발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진 가녀린 소녀였다면, 드라마판 한나는 여전사 같은 느낌으로 캐릭터를 더욱 다부지게 그린다. 그래서인지 한나의 자아 찾기 여정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판과 달리 드라마는 1화부터 호쾌한 액션씬을 펼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다소 밋밋한 전개와 부족한 액션에 실망했다면, 드라마의 화끈한 스펙터클 선물세트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