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TV 시리즈와 방송계의 시상식으로 유명한 에미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 예정이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도 드라마를 다루지만 영화에 더 집중하는 반면, 에미상은 온전히 방송계만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는 9월 12일 열리는 제74회 에미상에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이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TV 드라마 부문의 남우주연상 (이정재), 남우조연상 (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 (정호연), 게스트 여자배우상 (이유미),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작품상 등 대거 후보에 올라서 국내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해외 언론에서 수상이 유력하다고 언급되고 있는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오징어 게임]의 선전을 기원하며, 에미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단골 후보 시리즈를 제외하고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작품을 소개한다.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

Hacks
이미지: 왓챠

2021년 에미상에서 TV 코미디 부문의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3관왕을 기록한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은 2022년 에미상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작이다. 올해도 TV 코미디 부문의 여우주연상 (진 스마트), 여우조연상 (해나 아인바인더) 게스트 남자배우상 (크리스토퍼 맥도날드), 게스트 여자배우상 (제인 아담스, 로리 멧칼프, 케이틀린 올슨),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두루 이름을 올렸다.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은 전설적인 스탠딩 코미디언 스타지만, 한물갔다는 이유로 설 무대를 잃을 위기에 처한 데버라가 막말 농담으로 업계에서 외면당한 젊은 작가 에이바와 함께 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일중독인 코미디언 상사와 할 말을 다해야 속이 풀리는 직원. 세대도, 성향도 개그 코드도 다른 두 사람은 같이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서로 재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여곡절을 함께 겪게 된다. 실감 나는 캐릭터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 웃긴 전개로 드라마에 절로 빠져드는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은 시즌 2까지 공개되었고, 시즌 3도 제작을 확정 지었다. (왓챠)

천국의 깃발 아래

Under the Banner of Heaven
이미지: 디즈니+

최근 앤드류 가필드는 [틱, 틱…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 [천국의 깃발 아래]까지,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앤드류 가필드는 [천국의 깃발 아래]로 에미상 TV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부문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 시리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는 미스터리 범죄 드라마다. 한 여성과 그녀의 15개월 된 딸이 자택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의문스러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내용인데, 이 사건에는 종교로 인한 끔찍한 뒷이야기가 숨어있다. 모르몬교의 기원과 연관된 내용을 소재로 하는 [천국의 깃발 아래]에서 앤드류 가필드는, 형사 젭 파이어리 역을 맡아 사건을 조사하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앙심과 신념 전체가 흔들리는 인물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이 외에도 샘 워싱턴, 데이지 에드가 존스, 빌리 하울, 와이어트 러셀이 열연하며, 뛰어난 연출력에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디즈니+)

스테이션 일레븐

Station Eleven
이미지: 왓챠

[스테이션 일레븐]은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인류의 99.9%가 사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다. 바이러스 발생 당시 리어 왕 공연의 아역 배우였던 키어스틴은 관객이었던 지번의 도움으로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채로 생활해 살아남았다. 바이러스 발생 20년 후 키어스틴은 리어 왕 역을 연기했던 배우 아서에게 받은 책 [스테이션 일레븐]과 함께 유랑 악단을 만들어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연하며 떠돌이 생활을 한다. 드라마는 판데믹 발생 전과 후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키어스틴이 어떻게 생존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무슨 목표로 살아가는지를 그린다. 다소 전개가 느리지만, 드라마의 메시지는 상당히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작품을 볼수록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인다.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의 맥켄지 데이비스가 키어스틴 역, [예스터데이]의 히메쉬 파텔이 지번 역을 연기했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테이션 일레븐]은 에미상 TV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부문의 남우주연상 (히메쉬 파텔),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왓챠)

애봇 초등학교

Abbott Elementary
이미지: 디즈니+

모큐멘터리 시트콤 [애봇 초등학교]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공립 애봇 초등학교의 교사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담았다. 예산이 없어 교직원도 부족하고, 낡은 시설에 학용품도 부족한 이 초등학교는 새로 온 교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다. 자닌은 2학년 학생들을 맡은 1년 차 신임 선생으로, 학생들을 위해 의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일하려 한다. 하지만 고참 선생들은 자닌을 도와주지 않고 비관적인 태도로 심드렁한 조언만 해주고, 교장 역시 학생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기에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암담하기만 하다. [애봇 초등학교]는 코미디 장르로 웃음기가 가득하지만, 열악한 미국 공교육에 대한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드라마는 예산 부족과 교직원의 부적절한 지출 등 웃음 코드 속에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더욱 호평받았다. 이 드라마는 TV 코미디 부문의 여우주연상 (퀸타 브런슨), 남우조연상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 여우조연상 (쉐릴 리 랠프, 자넬 제임스), 각본상,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올 9월 시즌 2도 방영 예정이다. (디즈니+)

화이트 로투스

White Lotus
이미지: 웨이브

하와이의 고급 리조트 ‘화이트 로투스’에 여름휴가를 온 손님들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화이트 로투스]는 코로나19로 인해 탄생한 작품이다. HBO가 판데믹으로 한 장소에서 촬영이 가능한 시리즈를 주문해 마이크 화이트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좋은 각본과 연출,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마는 대중과 평론가 모두를 사로잡았다. [화이트 로투스]는 에미상 TV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부문의 남우주연상 (스티브 잔), 여우주연상 (코니 브리튼, 제니퍼 쿨리지,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나타샤 로스웰, 시드니 스위니), 남우조연상 (머레이 바틀렛, 제이크 레이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 많은 후보에 올랐다. 주•조연 배우들이 대부분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이 작품의 뛰어난 앙상블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리조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주로 다루지만, 등장인물들의 특색 있는 사연에 빠져들고, 숨겨진 풍자도 돋보인다. 그냥 봐도 흥미롭지만, 이야기에 숨겨둔 사회 비판 설정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 [화이트 로투스]는 시즌 2 제작도 확정되었다.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