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겨울달

잘 챙겨서 보던 드라마가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진행되면 질려서 시청을 그만둔 적이 있을 것이다. 전개는 늘어지고, 관계는 복잡하고, 너무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나오면 좋아하던 드라마와도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들은 여러분이 떠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중 10 시즌 이상 진행된 몇몇 드라마의 현재 상황을 점검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니 스포일러 주의.

그레이 아나토미

이미지: ABC

미국 최장수 메디컬 드라마가 된 [그레이 아나토미]는 지난 5월 시즌 18 방영을 마쳤다. 18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레이 슬론 종합병원을 거쳐갔지만, 이젠 정말 “그레이만 남았다.” 저스틴 챔버스(카레브 역)가 시즌 16을 끝으로 하차하면서 인턴 5인 중 메러디스 그레이(엘렌 폼페오)만 병원에 남게 된 것이다. 쉐퍼드(패트릭 뎀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메러디스는 계속 병원에서 일하고, 새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해 왔다. 그레이 슬론 종합병원의 복잡한 러브라인 또한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다.

시즌 18은 병원을 이끌었던 시니어 의사들 – 웨버, 베일리, 헌트 등 – 이 병원을 떠나자, 시애틀을 떠나려 했던 메러디스가 재단 책임자가 된 에이버리(제시 윌리엄스)의 설득으로 병원에 남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시즌 19에서는 메러디스의 분량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오가 훌루 미니시리즈 [오펀]에 합류하면서 [그레이 아나토미] 새 시즌의 일부 에피소드만 출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는 건 아니다. 제작진과 방송사 모두 “폼페오가 그만둘 때까지 시리즈는 계속된다.”라고 말해왔기에, 폼페오가 완전히 그만둘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9에는 해리 슘 주니어, 아델라이드 케인 등 5명의 배우가 새 인턴 역으로 합류한다.

워킹 데드

이미지: AMC

[워킹 데드]는 작년부터 마지막 시즌인 시즌 11이 세 파트로 나눠 방영 중이며, 마지막이 될 파트 3은 10월 방영된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끝나지만, 스핀오프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미 [피어 더 워킹 데드], [워킹데드: 월드 비욘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워킹데드’ 세계관에서 파생한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래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뻗어나간 스핀오프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진다.

8월 14일 공개된 [테일즈 오브 더 워킹 데드(Tales Of the Walking Dead)]는 ‘워킹데드’ 세계의 여러 캐릭터가 개별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는 앤솔로지 시리즈다. 이미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와 새 캐릭터가 등장하며, 다른 시리즈의 사건과 연결되는 내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나올 스핀오프로는 대릴(노먼 리더스)이 중심이 된 시리즈가 있다. 원래 대릴과 캐럴(멜리사 맥브라이드) 중심의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촬영지와 스케줄 등의 이유로 맥브라이드는 하차했다. 다른 하나는 네간(제프리 딘 모건)과 매기(로렌 코헨)가 중심인 6부작 [아일 오브 더 데드(Isle Of the Dead)]로, 얼마 전 촬영을 시작했고 2023년 공개 예정이다. 마지막 스핀오프는 릭(앤드류 링컨)과 미숀(다나이 구리라)이 중심이다. 원래 릭이 주인공인 영화 3부작이 기획되었지만, 2022년 코믹콘에서 영화 대신 미니시리즈를 제작하며, 다나이 구리라가 합류를 발표했다. 무리를 떠난 릭과 미숀이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 펼치는 모험과 그들의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NCIS

이미지: CBS

2003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NCIS]는 지난 5월 시즌 19를 마무리했다. 시즌 13을 끝으로 마이클 웨덜리(토니 디노조 역)가 팀을 떠난 후 [NCIS] 출연진이 자주 바뀌었다. 윌머 발데라마, 제니퍼 에스포지토, 마리아 벨로, 듀안 헨리 등이 합류했는데, 발데라마를 제외하고 1~2개 시즌만 출연하고 하차했다. 깁스가 이끄는 팀의 끈끈한 팀워크에 매료된 팬들에겐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또한 시즌 15를 끝으로 폴리 패럿(애비 슈토 역)이 하차했다. 패럿은 촬영장에서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 만한 일을 당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시리즈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작년 5월 끝난 시즌 18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비숍(에밀리 위커샴)이 NSA의 언더커버 작전에 참여하며 팀을 떠났다.

올해 5월까지 방영된 시즌 19에선 [NCIS]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팀 리더인 깁스(마크 하몬)가 팀을 떠난 것이다. 깁스의 빈자리는 앨든 파커(게리 콜)라는 새 시니어 요원이 채웠다.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깁스는 없지만, 하몬은 총괄 프로듀서로 여전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팬들은 마크 하몬이 언젠가는 복귀할 것이라 믿고 있으며, 제작진 또한 “적절한 스토리가 있다면” 깁스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

이미지: NBC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치고 가장 오래 방영한 프라임타임 드라마가 되었다. 시즌 1에서 전담반의 막내 형사였던 올리비아 벤슨(마리스카 하지테이)은 시즌 21부터 반장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현재 전담반은 시즌 23을 기준으로 벤슨, 핀 투투올라(아이스 T), 아만다 롤린스(켈리 기디시)가 중심이고, 신입 형사들도 합류 예정이다. 시즌 16에 팀에 합류했던 등장했던 도미닉 카리시는 시즌 21에서 경찰을 그만두고 검사로 일하는데, 주로 성범죄 전담반과 일하면서 경찰과 검찰 양측의 신경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로 앤 오더] 프랜차이즈는 방영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새 시리즈 [로 앤 오더 오거나이즈드 크라임(로 앤 오더 조직범죄 전담반)]은 벤슨의 오랜 파트너였던 엘리엇 스테이블러(크리스토퍼 멜로니) 형사가 차량 폭발 테러로 아내를 잃은 후 조직범죄 전담반에 합류해 뉴욕 범죄조직과 전쟁을 벌인다. 팬들은 스테이블러가 돌아오면서 벤슨과 다시 만난 것을 반가워한다.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 초기 시즌부터 두드러진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것인지 기대하고 있다. 오리지널 [로 앤 오더] 또한 부활해, 올해 초 시즌 21로 돌아왔다. 오리지널 출연진인 샘 워터스톤, 앤서니 앤더슨 등이 복귀했고(앤더슨은 첫 시즌만 출연), 휴 댄시, 제프리 도노반 등이 합류해 드라마를 이끈다.

CSI

이미지: CBS

[CSI]의 피날레가 방영된 지 6년 후,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한 [CSI] 리바이벌 시리즈, [CSI 베가스]가 방송을 시작했다. 그 사이 오리지널 멤버들은 모두 떠나고, 새로운 과학수사대가 범죄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들이 맡은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퇴직한 짐 브래스 경감(폴 길포일)이 떠오르자, 이전 멤버였던 새라 사이들(조자 폭스)과 길 그리섬(윌리엄 피터슨)은 브래스를 위해서 사건 수사에 참여한다. 10부작으로 구성된 시즌 1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연계성을 강조하며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9월 시즌 2 방영을 앞뒀다. 폭스와 피터슨은 시즌 1을 끝으로 하차하며, 시즌 2에는 또 다른 오리지널 멤버 캐서린 윌로우스(마그 헬겐버거)가 합류할 예정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이미지: CBS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끔찍한 범죄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해 범인을 추적하는 [크리미널 마인드]는 2020년 시즌 15를 끝으로 종영했다. 팀의 기술 담당관 페넬로피 가르시아(키얼스틴 뱅스니스)가 FBI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1년 후, [크리미널 마인드]의 새 시리즈가 제작되며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촬영은 이미 시작됐으며,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 일부가 복귀를 확정했다. 가르시아 외에 데이비드 로시(조 만테냐), 에밀리 프렌티스(페이짓 브루스터), 제니퍼 ‘J.J.’ 재로우(A.J. 쿡), 루크 알베스(아담 로드리게스), 타라 루이스(아이샤 타일러) 등이 돌아온다. 아쉽게도 매튜 그레이 구블러와 다니엘 헤니는 복귀하지 않아서, 스펜서 리드 박사와 맷 시먼스는 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