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마블의 [왓 이프…?]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멀티버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왓쳐’가 등장한다. 매 이야기마다 각각의 세계를 관찰하던 그는 멀티버스에 위기가 닥치자, 자신의 의무를 어기면서까지 그동안 지켜보던 인물들 중에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골라 소환한다. 이처럼 [왓 이프…?] 시리즈는 왓쳐의 해설을 통해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으며, [로키]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는 또 다른 방식의 접근을 보여줬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이 작품에서 착용한 몇몇 아이디어가 나오기에, 마블 페이즈 4의 이해도를 돕기 위해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왓쳐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멀티버스를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가 원작 코믹스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고 싶다. 그야말로 멀티버스를 감시하는 살아있는 CCTV ‘왓쳐’, 오늘은 원작 코믹스에서 그의 정체와 활동을 살펴본다. 

왓쳐란?

이미지: 마블 코믹스

그렇다면 왓쳐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신일까, 아니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개념일까? 왓쳐는 특정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한 외계 종족의 이름이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지만 워낙 오랜 역사를 지나오며 잊었다고 한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 중 하나라고 하니 기억하고 있는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지켜보고만 있을까, 집단으로 관음증 환자들일까?

1963년 [판타스틱 포] 코믹스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왓쳐는 기술이 아주 발달한 종족이었는데, 이 기술과 지식을 이용해 우주의 다른 종족들을 도와주러 나섰다. 굉장한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만, 이들이 처음 도와준 행성은 점차 발달한 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전쟁을 벌여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한 왓쳐들은 다시는 다른 종족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 뒤로부터는 오로지 우주의 모든 지식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것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지식들을 한 군데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와투의 개입과 처벌

이미지: 마블 코믹스

애니메이션 [왓 이프]에선 와투라는 왓쳐가 멀티버스 전체를 보고 있었는데, 원작에서의 와투는 지구-616으로도 알려져 있는 프라임 마블 유니버스에서 지구를 주로 담당하며, 다른 우주에서도 자신이 보고 싶은 세계를 지켜보고 있다. 평소엔 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중요하고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때 모습을 드러낸다. 갤럭투스가 지구를 삼키러 오던 때나 슈퍼히어로들의 시빌 워, 스크럴 종족의 지구 침공 같은 순간에 그는 현장에 나타나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자연에 어떤 전조현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와투가 등장하는 것인데, 동그란 머리를 한 거대한 생명체가 곁에 나타나서 가만히 서 있다고 생각하면….. 사건 자체보다도 와투의 존재가 더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와투는 지구가 잘못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지 못하고 자꾸 간섭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종족의 규칙을 어긴 것이 3백 번이 넘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향으로 끌려가 재판도 받고 추방당하기도 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또 다른 문제아들

악당이 된 왓쳐, 아론 이미지: 마블 코믹스

와투가 관찰대상의 문제에 개입한 유일한 왓쳐는 아니다. 자꾸 규율을 어기는 와투에게 조카인 아론을 곁에 데리고 지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와투는 아론과 같이 지구를 지켜보면서 절대로 개입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모험의 욕구를 이겨낼 수 없었던 아론은 도망쳐서 판타스틱 포의 모험에 뛰어들었다. 그의 ‘탐구심’이 도를 넘어서 혼란과 파괴를 야기하자, 결국엔 와투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형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투라는 왓쳐는 다른 우주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지만 새로운 우주에서 얻은 지식은 그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왓쳐들과 연락을 끊은 다음, 야심에 찬 권력자와 손을 잡아 주민들을 희생시켜가며 그 영혼들로 자신들의 파워를 키웠다. 결국엔 실버 서퍼로 인해, 자신의 영혼마저 빼앗기고 목숨을 잃었다.

왓쳐의 힘

이미지: 마블 코믹스

왓쳐들은 상당히 강력한 존재들로 셀레스티얼 종족이나 갤럭투스와도 엇비슷한 레벨이며, 시공간을 조작하고 분자를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등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능한 수준의 힘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죽을 수 있는데,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처럼, 와투는 닉 퓨리에 의해 살해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부활했다. 와투가 죽은 기간 동안, 닉 퓨리가 다른 왓쳐들에 의해 와투의 역할을 대신 하는 형벌을 받았다. 활동적인 스파이인 사람이 단지 관찰만 하는 일을 맡은 것은 나름 큰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마블에 왓쳐가 있다면 DC엔 모니터

DC 멀티버스를 감시하는 모니터 종족 이미지: DC 코믹스

마블보다 멀티버스에 더 진심인 DC 코믹스에도 이런 비슷한 존재가 있다. ‘모니터’라는 종족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멀티버스를 지켜보며 보호하는 이들이다. DC 유니버스의 절대자인 프레즌스가 새로 탄생한 멀티버스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1982년 [뉴 틴 타이탄즈] 시리즈에 처음 등장했으니, 마블의 왓쳐와는 약 20년의 차이가 난다. 모니터들은 차원과 차원 사이의 공간에서 다 함께 머무르며, 각자가 맡은 지구를 감시하고 때로는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처음엔 몸만 다르고 하나의 정신을 공유하는 것 같은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지구에 맞도록 개인적 성격이 발달하게 되었다. 일반 우주의 반대 개념인 반물질 우주를 책임지는 모니터는 안티모니터라는 조금은 다른 존재가 되었다. 안티모니터는 멀티버스를 파괴하며 수십 억 이상의 생명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니터도 불사의 능력과 현실을 재창조하는 등 멀티버스의 비밀에 대한 지식을 가진 신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우주를 다시 창조하려는 다크사이드에 의해 단 한 명, 닉스 우오탄만 빼고 전멸하고 말았다. 

MCU에서의 활약 가능성은?

이미지: 마블

왓쳐는 영화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쿠키 영상에서 3명의 왓쳐가 스탠 리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으로 짤막하게나마 등장했었다. 현재 마블 페이즈 4부터 6까지 ‘멀티버스 사가’를 다룬다고 하니, 스크린에서 제대로 왓쳐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