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개 글만 봐도 이 작품이 어떤 류의 작품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방영된 ‘힐링 드라마’들과 달리,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하 당소말)]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제법 괜찮은 작품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니 아쉬운 마음이다.

이미지: KBS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윤겨레(지창욱)와 강태식(성동일)의 첫 대면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돈 때문에 깡패들에게 쫓기던 겨레가 환자를 이송 중이던 태식의 구급차를 들이받을 뻔한 바람에 태식이 다치고 만 것. 어쩔 수 없이 구급차 운전대를 잡은 겨레는 동해바다로 향하는 동안 태식이 몸담고 있는 ‘팀 지니’에 대해 듣는다. 임종을 앞둔 이의 마지막 소원을, 그것도 무료로 들어주는 일이라니. 겨레의 관심 밖인 일이지만, 교통사고의 죗값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그는 결국 팀 지니의 일원으로 합류해 시한부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 소년원과 교도소를 전전했던 삶,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순간까지. 팀 지니에 합류하기 전 겨레에게 행복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팀원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에너지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둡기만 했던 겨레의 인생에 자그마한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단 한 번만이라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겨레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미지: KBS

[당소말]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따뜻하게 배웅해주는 모습과 함께 미성숙한 주인공이 성장해나가는 여정을 그려나간다. 또한 겨레의 슬픈 과거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하준경(원지안)의 서사, 아직 밝혀지지 않은 태식과 겨레의 과거, 서연주(최수영)와의 로맨스, 그리고 팀 지니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조금은 뻔하게 느껴지는 지점들도 있으나 작품 감상에 큰 지장은 없는 수준이다.

극중 팀 지니는 환자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다. 한여름에 눈을 뿌리는 작은 노력부터 유명 뮤지컬 배우와의 공연을 계획해주거나 임종 장소로 예전에 살던 집을 빌리는 것까지. 이들의 열정은 어찌 보면 ‘낭만’ 그 자체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제법 심각한 문제들도 야기된다. 아무리 소원을 들어주기 위함이라 해도,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거나 가족의 동의 없이 환자의 치료를 중단시키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걸 양치훈(신주환)과 팀 지니의 몇 차례 갈등을 통해 상기시켜준다. 드라마 속 ‘이상’과 우리가 사는 ‘현실’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주연배우들의 퍼포먼스도 눈여겨볼만하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지창욱은 이번 작품에서 불량하면서도 내면의 깊은 상처로 인해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윤겨레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중이다. 강태식과 서연주를 맡은 성동일, 최수연 또한 생활 연기와 진지함, 코믹 연기를 오가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다만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죽음’이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여지가 있다. 아무리 따뜻하고 아름답게 묘사했다고는 하나, 주제 자체가 주는 인상이 무겁고 어둡다 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신파 요소와 다소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의 느린 속도감이 아쉬운 시청률에 한몫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다소 저조한 성적으로 8화까지 흘러왔지만, 그래도 아직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 팀 지니의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가 여전히 극을 이끌겠지만, 이제 막 예열을 끝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준경과 태식은 각각 겨레와 어떻게 얽힌 관계인지, 또 수수께끼로 남은 403호실 환자의 정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소말]이 이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