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빛유니콘

배우들은 연기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이나 이미지 변신을 통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여러 노력을 하는데 체중 변화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 외모의 변화로 타 작품과 차별화를 두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실화 바탕의 작품에서는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분장은 물론 행동, 말투, 습관까지 동일시하려 애쓴다. 카멜레온 같은 배우들의 변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충격 변신한 배우들을 소개한다. 이 배우들의 평소 모습이나 다른 작품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게 다가올 해외 시리즈를 살펴보자.

팸 & 토미 (Pam & Tommy)

이미지: 디즈니+

드라마 [팸&토미]는 배우 파멜라 앤더슨과 가수 토미 리의 성관계 테이프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의 이야기다. 이 미드는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는 것과 함께 주연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베이비 드라이버], [다운튼 애비] 등으로 영국의 스위트하트였던 릴리 제임스와 마블의 윈터 솔져 역으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각기 파멜라 앤더슨과 토미 리로 변신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세바스찬 스탠은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 리로 변신하기 위해 노출은 기본에 타투와 피어싱 등을 선보였고, 릴리 제임스는 눈썹과 이마, 치아, 가슴 등 여러 신체 분장을 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실존 인물들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팸&토미]는 토미 리의 집 공사를 하던 도급업자가 공사비 관련 문제로 홧김에 훔친 토미의 물건 중에 있던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 사건을 다룬다. 다만 사생활 유포 같은 민감한 상황 때문에 파멜라 앤더슨은 이 드라마 제작에 동의하지 않았다. 작품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지만,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디즈니+)

매니악(Maniac)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엠마 스톤과 조나 힐 주연의 드라마 [매니악]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에서 그동안 봐왔던 조나 힐의 푸근한 모습이 아닌, 체중 감량으로 확 달라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조나 힐은 달리기 등 운동과 식단을 바꿔 체중 감량을 한 모습으로 드라마 [매니악]에 출연했다. 이 미드는 자신의 꿈과 환상 속에서 살 수 있는 정신병 신약 실험을 다룬 SF, 블랙 코미디다. 동명의 노르웨이 드라마가 원작인 [매니악]은 임상실험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결코 평범하지 않고 독특하다. 두 유명 배우의 열연과 미장센이 돋보이지만, 정신병을 소재로 하므로 드라마 [매니악]은 난해하고, 가볍게 즐길 시리즈는 아니다. 호불호가 나뉠 연출과 스토리로 드라마 초반을 극복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진 조나 힐의 모습을 보고 싶고, 엠마 스톤의 팬이라면 작품에 도전해 보자. (넷플릭스)

디 액트(The Act)

이미지: 훌루, 왓챠

[디 액트]는 영화 [키싱 부스]의 인간 비타민 같은, 만인의 연인이었던 ‘엘’을 연기했던 조이 킹의 출연작이다. 다만 그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기대하고 본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디 액트]는 집시 로즈 블렌처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 드라마인데, 조이 킹은 집시 역을 연기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드라마 촬영 중 조이 킹은 총 네 번의 삭발을 했으며, 네 개의 가짜 치아를 착용하고 목소리까지 바꿨다. 이 때문에 [키싱 부스] 속편에서는 가발을 착용해야 했다. 집시는 또래 아이들처럼 공주와 같은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휠체어 생활을 하며 거의 집에만 갇혀 지내는 소녀다. 조이 킹은 이 작품에서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에 고마워했지만, 진실을 알게 된 후 엄마를 죽이고 싶어 하는 집시 역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이 킹은 놀라운 외적인 변신뿐 아니라 훌륭한 연기력도 선보이는데, 이를 바쳐주는 뛰어난 연출도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디 액트]는 골든 글로브와 에미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집시의 엄마 디디 역의 패트리샤 아퀘트의 열연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왓챠)

블랙 버드(Black Bird)

이미지: 애플 tv+

[킹스맨], [로켓맨]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태런 에저튼이 최신 드라마 [블랙 버드]로 또 한 번 인생작을 만들었다. [블랙 버드]는 주인공인 제임스 킨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실화 바탕의 범죄 드라마다. 고등학교 시절 유명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제임스 킨을 연기하기 위해 태런 에저튼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웨이트 리프팅 등 운동으로 체중을 증량하고 근육을 키웠다. 그 결과 소년스러운 이미지 대신 압도적인 육체미로 기존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 또한 미국인 제임스 역을 위해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극중 제임스 킨은 마약 거래와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는데, 타고난 사교성 덕에 FBI로부터 위험하지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받게 된다. 드라마 [블랙 버드]는 제임스가 정신 이상자들이 많이 수감된 감옥에서 래리 홀과 가까워져 그가 살해한 여성들의 시체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는 미션을 다룬다. 태런 에저튼의 연기 변신도 놀랍지만, 래리 홀 역의 폴 월터 하우저의 연기와 작품의 연출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연 올해의 수작 중 한편으로 강력 추천한다. (애플 TV+)

더 씽 어바웃 팸(The Thing About Pam)

이미지: NBC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르네 젤위거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드라마 [더 씽 어바웃 팸]에서 르네 젤위거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감행했다. 이 미드는 2011년 발생한 주부 벳시 퍼리아 살인 사건을 다룬 실화 바탕의 드라마다. 르네 젤위거는 벳시의 절친한 친구 팸 허프 역을 맡아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 역을 위해 체중 증량을 했던 르네 젤위거는 건강상의 문제로 이 미드에서는 무리한 증량 대신 팻 슈트를 착용하고 코, 턱, 목, 팔뚝, 팔목 등 보철물을 이용해 매일 80분가량 특수 분장을 했다. 벳시 퍼리아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는 남편이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팸은 특유의 활약으로 스타 증인까지 되며 이 사건으로 주목받는다. [더 씽 어바웃 팸]은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수다스러운 벳시 위주로 그리는데,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타 범죄 드라마와 달리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코미디 장르에 가깝게 연출된 것이 특징이다. 르네 젤위거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며, 전개도 흥미롭고 여러모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