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큰 영화 스크린, 작은 TV 화면, 관객과 직접 만나는 무대,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 등 다양한 매체에서 공연한다. 각 배우의 소위 “출세작”은 다르지만, 그중에서도 유달리 TV에서 활약이 두드러지는 스타들이 있다. 이들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주조연급 캐릭터를 맡으며 전 세계 안방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글에서는 인기 드라마 시리즈에 잇달아 출연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타들을 모아봤다.

맷  스미스: 닥터 후, 더 크라운, 하우스 오브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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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스미스는 10년 넘게 TV 스크린에서 가장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다. 주연 경험이 거의 없는 28살의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닥터 후]의 11대 닥터에 발탁된다. 캐스팅 전엔 [닥터 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11대 닥터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이끌어낸다. 2013년 [닥터 후]에서 하차한 뒤 뮤지컬과 영화 여러 편을 했지만, 그의 인생을 바꿀 다음 작품은 역시나 TV 시리즈였다.

넷플릭스의 시대극 [더 크라운]에서 스미스는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 필립의 젊은 시절을 맡았다. 야욕 있고 자존심 강한 왕자였던 필립 공은 평생의 일이 부인인 ‘여왕’의 보좌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적 갈등을 스미스는 섬세한 연기로 설득해낸다. [더 크라운]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왕좌의 게임] 프리퀄 스핀오프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다에몬 타르가르옌 왕자로 돌아왔다. 뛰어난 군인이자 드래곤라이더이지만 어떤 짓을 할지 예측이 힘들어 ‘통제 불가능한 왕자’, ‘왕가의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자신의 정당성과 능력을 인정받길 바라는 그가 타르가르옌 후계 전쟁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닐 패트릭 해리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언커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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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패트릭 해리스는 [천재소년 두기]에 출연하며 아역배우 시절부터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지만, 성인이 된 후엔 영화나 드라마에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가 성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데는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힘이 크다. 소문난 바람둥이 바니 스틴슨 역을 맡아 친구들 중 가장 속물적이지만 어떤 면에선 가장 순수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바니의 인기가 시즌 9까지 제작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해리스는 이를 계기로 뮤지컬과 영화 등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종영 후엔 넷플릭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올라프 백작 역으로 TV 스크린에 돌아온다. 작품 자체의 평가도 좋았지만 해리스의 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3개 시즌, 25개 에피소드로 막을 내린 후, 해리스는 올해 7월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가 제작하는 넷플릭스 코미디 [언커플드]로 돌아왔다. 시리즈는 뉴욕에 사는 게이 남성 마이클이 40대에 갑자기 싱글이 되며 겪는 일들을 그린다.

페드로 파스칼: 왕좌의 게임, 나르코스, 만달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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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파스칼은 1999년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건 없었다. 그에게 간절히 필요했던 ‘한 방’은 2014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왕좌의 게임]이었다. 그가 연기한 ‘오베린 마르텔’은 시즌 4 첫 에피소드에 등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충격과 경악을 안겼다. 연기는 잘하지만 그에 걸맞은 기회를 잡지 못한 파스칼이 완벽하게 시청자에게 각인된 순간이다.

이후 그는 넷플릭스의 마약 범죄 드라마 [나르코스]에서 실존 인물인 마약단속국 하비에르 페냐 요원 역을 맡아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추격한다. 시리즈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고 큰 인기를 얻었지만 2개 시즌을 이끌고 간 파스칼의 연기력도 빛을 발했다. [나르코스] 이후 주로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2019년 디즈니+ 최초의 오리지널 시리즈 [만달로리안]의 주연 ‘만달로리안’으로 출연해, 전통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 챕터를 써나가고 있다. [만달로리안]은 오리지널 팬과 시청자, 비평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2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시즌 3은 2023년 2월 공개 예정이다.

미셸 도커리: 다운튼 애비, 그 땅에는 신이 없다, 제이컵을 위하여,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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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시대극 [다운튼 애비]가 전 세계 시청자에게 사랑받으면서 배우들도 주목받았다. 특히 크로울리 가의 큰딸 메리를 연기한 미셸 도커리는 특유의 우아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2015년 [다운튼 애비]가 막을 내린 후 도커리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흥미로운 건 [다운튼 애비] 이후의 필모그래피 중 인상적인 연기는 모두 미니시리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017년 넷플릭스 [그 땅에는 신이 없다]에서는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싸우는 서부시대의 강인한 여성 앨리스를 연기했다. 2020년 애플TV+ [제이컵을 위하여]는 아들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가정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도커리는 제이컵의 어머니 ‘로리’를 연기하며 후반부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에서는 도커리는 유력 정치인의 성범죄 기소를 이끄는 검사 케이트 우드크로프트 역을 맡았다.

데이비드 보레아나즈: 엔젤, 본즈, 씰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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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데이비드 보레아나즈의 인기가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2000년대 이후 미국 드라마 업계에서 그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1997년 [버피와 뱀파이어]에서 매력적인 뱀파이어 엔젤로 등장한 그는, 캐릭터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단독 주연 스핀오프 시리즈의 주연이 된다. [엔젤]은 시즌 5까지 제작되었고, 보레아나즈는 주연급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엔젤]이 종영한 직후 그는 수사드라마 [본즈]의 주연이 된다. FBI 요원 실리 부스 역을 맡아 코미디, 로맨스, 액션 모두 다 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흥행이 곧 장기 시즌 제작으로 이어지는 미국 드라마 판에서 [본즈]는 시즌 12까지 제작되면서 인기를 증명했다. 보레아나즈는 [본즈]가 끝나자마자 새 드라마의 주연이 된다. 신작 [씰 팀]의 주연배우 제임스 카비젤이 창작적 견해 차이로 하차한 후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준비과정이 다소 짧았다는 우려와 달리 [씰 팀]의 시청률 성적은 좋은 편이며, 9월 시즌 6으로 돌아온다.

제나 콜먼: 닥터 후, 빅토리아, 샌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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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은 제나 콜먼은 [닥터 후]에 컴패니언 클라라 오스왈드로 출연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했다. ‘클라라’라는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제나 콜먼의 연기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콜먼은 itv 사극 [빅토리아]에 빅토리아 여왕 역으로 캐스팅되었고, [닥터 후]는 시즌 9를 끝으로 떠났다. [빅토리아]는 빅토리아 여왕의 젊은 시절과 남편 알버트 공과의 만남, 1830~50년대의 정치적 격동을 그린 작품으로, 시청률 면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3개 시즌이 제작되었다. 이후 미니시리즈 [더 크라이], [서펀트]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온 콜먼은 올해 8월 넷플릭스 드라마 [샌드맨]에 등장한다. 그의 캐릭터 ‘조한나 콘스탄틴’은 DC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인 오컬트 탐정 ‘존 콘스탄틴’에 바탕하였는데, 원작 캐릭터의 성별이 바뀐 것 때문에 방영 전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