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예능, 연기 다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와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흥행 배우로 우뚝 선 이세영이 로맨스 드라마로 돌아왔다. 동명의 웹소설에 바탕한 [법대로 사랑하라]는 법률상담카페 ‘로(Law) 카페’를 배경으로, 인생의 절반을 친구로 지냈던 정호와 유리의 사랑을 그린다. 원작이 두 사람 사이의 오랜 역사와 현재의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드라마는 로맨스의 기본 뼈대는 놔두고 주인공들이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더해 법률 드라마의 성격을 강화했다.

이미지: KBS

유명 로펌에서 공익사건을 전담하며 ‘패소의 여왕’으로 불리던 김유리는 마침내 사표를 던지고 오랜 시간 구상한 목표를 실현한다. 바로 로 카페. 커피 한 잔 값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법률 관련한 조언을 제공하는 공간을 꾸리는 것이다. 발품을 팔아서 카페로 딱 알맞은 공간을 찾았는데, 문제는 건물의 주인이 친구 김정호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전교 1, 2등을 다투던 라이벌이고, 대학교 과 동기이며, 정말 친한 친구였지만 어느 순간 사이가 서먹해진 17년 지기다. 정호가 결사반대했지만 유리는 결국 카페를 열고, 동네의 여러 사건을 당차게 해결해 간다. 정호는 고생길에 스스로 뛰어든 유리를 걱정하며 그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나서서 돕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품은 감정과 정호가 그동안 유리에게 거리를 뒀던 이유도 드러난다.

드라마는 원작의 핵심 설정은 가져오되 ‘변호사’라는 직업의 디테일을 강화했다. 유리가 의뢰받은 사건을 통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준다. 층간소음,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 우리의 일상엔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 유리는 발로 열심히 뛰며 송사에 휘말린 양측과 협상을 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호는 유리를 걱정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하도록 돕는다. 두 사람의 활약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만날 수 있는 변호사’라는 컨셉을 강조하면서, 법률드라마가 굳이 법정을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흥미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건의 디테일을 더했다면, 공간과 인물은 과감하게 집중시켰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 중 카페는 유리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면서 ‘아는 동네 변호사’라는 유리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다른 공간인 옥탑방은 정호의 세상이지만 유리가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공간이 되어간다. 이 두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유리와 정호의 사랑이 깊어진다. 반면 인물은 원작에서 가져오면서 비중이나 성격을 다르게 부여했다. 바리스타 은강, 아르바이트생 배준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을 전면에 배치해 드라마의 사건 전개에 활용한다. 반면 정호와 유리의 구구절절한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한정적으로 등장한다. 대신 과거 회상 장면이 등장해 두 사람의 서사를 드러내고, 정호와 유리는 인터뷰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꽤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시청자의 호불호는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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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사랑하라]는 로맨스 드라마다. 정호와 유리, 두 사람이 서로에게 품은 감정과 둘의 관계 변화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정호는 17년간 유리를 짝사랑했지만 죄책감 때문에 유리를 멀리했고, 유리는 정호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고 나서야 정호에 대한 감정이 우정 이상임을 깨닫는다. 유리는 감정을 깨닫는 순간 직진했는데, 이 과정이 우연찮게 유리가 의뢰받은 성추행 사건과 얽히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웃음을 더했다. 아무리 서로를 좋아한다 해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애정 표현과 동의가 없는 스킨십은 절대 안 된다는, ‘yes means yes’라는 메시지도 전한다. 그럼에도 둘의 감정은 흔들리지 않고 더욱 깊어진다. 정호는 유리를 위해서 유리의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가족을 해치는 일이라도 말이다.

이제 중반에 접어든 [법대로 사랑하라]는 유리와 정호가 여러 사건을 함께 겪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과 함께, 정호가 자신의 방식으로 유리의 아버지가 얽힌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최종 빌런인 이편웅뿐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진실을 덮을 강력한 힘에 함께 맞설 것이다. 앞으로 유리와 정호가 일도 연애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하니,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함께 겪으며 사랑을 키워나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