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때 세상은 힘의 논리로 작동했다. 그러나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힘의 위상은 뒤로 밀렸다. 그렇다면 악한 자가 위협할 때도 대화로 접근해야 할까? [블랙 아담]은 강자를 더 강한 힘으로 제압하는 안티히어로를 내세워 사회적 통념에 정면으로 맞선다.

[블랙 아담]은 봉인됐던 블랙 아담이 5000년 만에 깨어나 위기에 빠진 도시 ‘칸다크’를 구하는 이야기다. 고대 도시 칸다크의 노예였던 테스 아담은 독재자의 부당함에 맞섰고, 그의 용기와 정의로움은 마법사들의 눈에 띄었다. 그렇게 선택된 테스 아담은 신의 힘을 얻었지만 이를 사적인 복수에 사용한 대가로 봉인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칸다크는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에게 점령당했고,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가 블랙 아담을 깨운다. 그렇게 다시 칸다크에 돌아온 블랙 아담은 인터갱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면서 국가적 영웅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힘과 자비 없는 성정으로 인해 블랙 아담은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타겟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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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히어로 영화와 달리 [블랙 아담]은 히어로와 빌런의 결투가 중점이 아니다. 5000년 만에 깨어난 블랙 아담이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안티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빌런이 영화 말미에 등장하고 심지어 허무하게 퇴장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다.

[블랙 아담]은 폭력을 평화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블랙 아담과 아드리아나는 무력이 평화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무력 남용을 경계한다. 입장이 엇갈린 두 집단은 결국 대립을 세우고, 여기서 파생된 블랙 아담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대결이 러닝타임을 채운다.

덕분에 진정한 안티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최근 극장에 안티히어로라고 지칭하기 애매한 캐릭터가 몇몇 등장했으나, 블랙 아담은 안티히어로의 정의에 들어맞는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법과 질서, 선처와 자비는 그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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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블랙 아담]은 스토리 대신 액션을 택했다. 쫓고 쫓기는 액션과 치고받는 전투 장면이 극의 과반을 차지한다. 이따금씩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화려한 액션은 관중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다만 단독 영화로는 묘수이지만 DC 유니버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자충수다. 유기적인 세계관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DC로서는 세계관을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할 요소도 있다. 이번 영화에서 사이드킥으로 출연한 아톰 스매셔와 사이클론이다. 닥터 페이트와 호크맨의 존재감에 가려졌지만 영화는 이들의 과거 및 배경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고유 능력과 다면적인 성격도 차세대 DC 히어로들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린다. 특히 당차고 매력적으로 그려진 사이클론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편 블랙 아담이 극중 내내 근엄하고 진지하기 때문일까? [블랙 아담]은 이따금씩 언어유희로 분위기를 환급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쉽게도 간혈적 코믹 대사는 관객의 웃음을 크게 자아내지는 못했다. 다행히 [블랙 아담]은 분위기가 가라앉을 새도 없이 액션이 치고 나온다. 세계관 설정과 조연 캐릭터의 서사를 함축하고 블랙 아담에 집중한 것도 돋보인다. 이로 인해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지만 덕분에 짧은 러닝타임 동안 강렬하게 몰아친다.

이렇듯 중간중간 아쉬움도 있지만 화끈한 액션과 빠른 전개가 [블랙 아담]의 단점을 메꾼다. 신선함은 다소 떨어질지 언정 오락영화로 즐기기에 손색없다. 쿠키 영상은 1개다. DC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니 꼭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