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주연급 배우 중 남궁민만큼 신뢰도 100%인 연기자가 있을까? 2020년 SBS [스토브리그], 2021년 MBC [검은 태양]까지 그가 선택한 작품은 시청률과 완성도 모두다 잡았다. 해당 드라마에서의 열연 덕분에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은 덤이다. 그렇기에 남궁민이 차기작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많은 관심을 모았고, 2022년 그의 선택은 [천원짜리 변호사]로 일찍이 결정되었다. 수임료는 단돈 천원만 받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괴짜 변호사 천지훈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사실 방영 전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과거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표절 논란이 불거졌고, 그동안 많은 법정물이 쏟아져 해당 장르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드라마는 남궁민의 열연과 통쾌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방영 8화 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하며 인기 행진을 달리고 있다. 과연 무엇이 [천원짜리 변호사]를 천만 불도 아깝지 않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거듭나게 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작품의 매력을 살펴본다.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법정극

이미지: SBS

법정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무겁고 어렵다는 것일 테다.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법정 안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공격적이거나 어둡다. 법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자리이기에 이러한 분위기를 어쩔 수 없다 해도, 답답함이 들 때도 많다. 그런 점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차별화를 꾀한다. 덕분에 장르적 거리감을 느끼던 시청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제목부터 작품의 목적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수임료가 천원, 즉 의뢰인들 대부분 높은 금액을 내기 힘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며, 천지훈은 이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부조리에 대항한다. 대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발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매치기로 몰린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서 직접 지갑을 훔치거나, 자동차 파손 문제로 억지를 쓰는 대기업 임원의 차를 직접 부수는 등 상상 밖의 행동으로 통쾌함을 배가한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 법정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경비원을 하대하는 아파트 주민의 갑질 논란, 고리대금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중고 자동차 매매의 사각지대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주요 사건으로 다루며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수임료를 단독 천 원만 받는 천지훈 변호사와 부와 명예를 가진 이들의 치졸한 모습까지 변호하는 대형 로펌을 비교하며, 과연 법은 힘없고 돈 없는 자에게도 공정한 건지 날카로운 질문을 건넨다.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데에는 남궁민의 열연에 있다. 그는 주인공 천지훈 역을 맡아 법의 사각지대에 빠진 이들을 도우며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법정에서 상식을 뒤집는 변호로 미궁에 빠진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거짓과 비리로 일관된 악당들을 한 방 먹인다. 이 과정에서 남궁민의 연기는 웃음은 물론, 정의구현 같은 상투적인 메시지를 부드럽게 풀어내며 드라마를 흥미롭게 한다.

극의 목표를 감동적으로 보여준 천지훈의 과거

이미지: SBS

매화마다 각기 다른 사건 속에서 천지훈의 활약을 그려왔던 드라마는 6화부터 그의 과거를 쫓기 시작한다. 그가 왜 잘 나가던 검사에서 변호사가 되었는지, 수임료를 왜 천 원만 받는지 숨은 사연을 풀어낸다. 여기에는 반가운 인물도 등장한다. 남궁민의 전작 [낮과 밤]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청아가 천지훈의 연인이자 변호사인 이주영 역을 맡아, 극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과거 에피소드는 극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먼저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었던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검사 시절, 천지훈은 자신이 조사하던 정치인 관련 사건이 실은 아버지와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는 사건의 실체를 혼자서 파헤치지만 끝내 아버지가 자살을 하고 마는 비극을 겪는다. 슬픈 가족사를 통해 천지훈이 아버지의 자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 싸우는 큰 그림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사건과 관련되어 갑작스럽게 살해된 지훈의 연인 주영의 사연을 더해 유쾌한 모습 뒤에 가려진 서글픈 비밀을 드러낸다. 지금의 ‘천원짜리 변호사’가 된 안타까운 과거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능글 맞고 장난스러운 모습과 진지함을 오가는 남궁민의 연기는 극에 몰입을 더한다. 천지훈의 과거 이야기가 부연 설명처럼 보일까 염려했지만, 애잔한 스토리가 인물의 괴짜스러운 행동에 설득력을 보탠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천지훈의 숨겨진 과거가 밝혀지면서 9화부터 제2막을 맞이한다. 천지훈은 여전히 법의 힘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그만의 방식으로 복수의 사이다를 선사할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빼앗아간 숨은 권력과의 싸움도 작품을 끝까지 보게 할 이유다. 천지훈이 또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통쾌함을 전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