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은 어떤 교육 방식으로 훗날의 제왕을 길러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참신한 상상으로 엮는 퓨전사극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조선의 왕비의 분투를 그린다.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에 들이는 정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기에, 처음엔 왕자들이 받는 교육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제목인 ‘슈룹(우산의 옛말)’처럼 내 아이를 위한 우산이 되어 주는 어머니의 사랑에 더 눈길이 간다. 

이미지: tvN

중전 임화령(김혜수)은 궁중에서 가장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위로는 대비부터 아래로는 약 열 명의 후궁과 수백의 궁녀들을 총괄하며 궁궐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챙긴다. 든든한 맏아들 세자(배인혁)는 미래의 왕이 될 교육을 성실히 받고 있지만, 나머지 네 아들은 종학(왕족 자제들의 교육을 위한 특수기관)에서 꼴찌를 도맡으며 ‘성군의 옥에 티’, ‘왕의 망나니 아들들’이란 비난을 받고 있고, 화령은 매일같이 사고를 치는 아들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한편 세자의 배동(같이 공부하는 동무)이 공석이 되자 왕은 배동을 왕자들 중 선발하겠다고 발표한다. 의외의 결정에 화령은 대비 조씨(김해숙)가 자신과 아이들을 위협할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그즈음 세자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오랫동안 비밀리에 투병한 것이 밝혀지고, 화령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만약을 대비해 다른 대군들을 단시간에 뛰어난 인재로 길러내야만 한다.

[슈룹]이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중전과 후궁들 – 즉 엄마들 – 이 왕자들의 교육에 열성적이라는 점에서 ‘조선판 [스카이캐슬]’이라는 설명은 적절하다. 좋은 선생님을 모시는 건 물론 온갖 연줄로 최신 시험 정보를 구하고, 민간 비법과 기도의 힘까지 동원하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을 위해서 엄마들이 못할 것이 없구나 싶다. 그렇지만 [슈룹]은 그 배경 때문에 왕자의 교육은 ‘자식의 성공’이나 ‘부모의 체면치레’ 그 이상으로 여겨진다. 조선 왕실 왕자의 자질은 본인뿐 아니라 어머니와 외가의 생존과 연결된다. 왕자의 운명은 군주가 되어 세상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거나, 그저 그런 왕족이 되어 그저 그런 삶을 사는 것뿐이다. 드라마에서도 왕비와 후궁들이 왕자 배동을 제왕학을 배우는 기회라 여기고 아이들을 경쟁시킨다. 그리고 세자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는 걸 보면 이들의 짐작과 준비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다만 이 부분 때문에 [슈룹]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역사 교육 속 조선 왕실과 드라마 속 왕실의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은 정통성을 위한 적장자 왕위 계승의 원칙을 지켰고, 적장자가 왕위 계승을 못할 경우 정비의 다른 아들이, 그마저 없으면 후궁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다. 중전 화령에게 세자 외에 아들이 넷이나 더 있는데 후궁의 왕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는 논란이 될 만한 설정을 “선례가 있다”라는 설정으로 돌파한다. 지금의 왕인 이호(최원영)가 일개 후궁의 아들에서 제왕이 된 것이다.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왕실의 큰 어른이 된 대비는 며느리 화령과 그의 아이들을 싫어하고, ‘아들과 왕실을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할 의지가 있음을 끊임없이 내비친다. 유력 가문 출신의 후궁들까지 합세해 화령과 대군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화령은 살기 위해서 왕자들의 존재 가치를 명분뿐 아니라 실력으로도 증명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역사적 핍진성을 무시했다’와 ‘용인될 수 있는 상상’이라는 의견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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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란이나 자잘한 고증 오류가 아쉽지만, [슈룹]에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도 있다. 캐릭터 설정이 매우 좋은데, 왕실 사람들, 그중 자식을 위해선 못할 게 없는 어머니와 그들의 금쪽같은 아이들 사이의 관계가 흥미롭다.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김혜수는 드라마의 주인공답게 매 에피소드마다 극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 덕분에 위엄 있어야 하는 조선의 왕비이자 자식의 교육과 건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어머니라는 캐릭터가 설득력이 있다. 특히 넷째 계성대군(유선호)의 비밀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에서 자식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한 후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화령의 모습은 큰 감동을 전한다.

지난 주말 방영된 5회에서 세자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후계자의 자리가 비자, 차기 세자 자리를 놓고 대비와 후궁들, 조정 신료들의 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화령 또한 세상을 떠난 아들의 가족과 자신의 아들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고, 형을 떠나보낸 왕자들도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과연 이들 중 미래의 왕은 누가 될까? 그리고 아직까지 드러나지 화령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문상민)의 비밀은 무엇일까? 여러 질문을 안고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