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의 안방 복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역 후 첫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 [진검승부]는 마지막회 시청률 6.3%를 기록, 12회 연속 수목극 1위를 지키며 종영했다. 대박까진 아니어도 부진을 거듭했던 KBS 수목극에 모처럼 좋은 성적표를 안기며 주연 배우로서 역량을 또 한 번 각인했다.

[진검승부]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정의로운 검사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소재는 새로울 것 없지만, 거대악을 응징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드라마는 시청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매 에피소드마다 기획 의도에 맞는 시원시원한 전개를 선보인다.

이미지: KBS

주인공 진정(도경수)은 검찰청의 이단아다. 소위 말하는 검사의 본분에 충실하며 조직을 따르기보다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에겐 선임의 명령보다 자신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법과 원칙을 따르다가는 교활하게 빠져나가려는 나쁜 놈들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1회에서 “니들 같은 놈 잡으려면 더 악랄하고 더 뒤통수를 쳐야 한다는 거야”라고 비리 형사에게 건네는 진정의 말에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진검승부]는 진정을 만화적인 캐릭터로 그려내 극을 유쾌한 분위기로 끌고 간다. 선임 검사 신아라(이세희)에게 임관식 때 운동복을 입고 나타나기까지 자신의 성장사를 들려주며 ‘영웅 설화’라고 능청을 부리고(1회), 출세를 위해 검사직을 버리고 로펌 강산으로 옮긴 오도환(하준)이 태실장(김히어라)의 변호인으로 나타나 악수를 청하자 (가위 바위 보의) 가위를 내는 엉뚱한 행동(9회) 등에서 진정의 괴짜 같은 면모가 잘 드러난다. 캐릭터의 명랑한 면모는 살인과 누명이 얽힌 어두운 미스터리를 다루는 드라마가 무겁게 처지지 않도록 극을 적절히 환기한다. 그와 동시에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 시청자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서지 않도록 친밀함을 입한다.

서초동 살인사건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드라마는 사건의 배후를 하나씩 밝히는 전개 방식을 취한다. 진정은 살인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을 거라 확신하고,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는 이장원 차장 감사(최광일)를 의심한다. 수사 과정에서 차장 검사의 결백을 확인하지만, 그는 진정이 보는 앞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이에 진정은 사건을 조작하려는 배후를 맹렬히 추적하며 관련자들을 차례로 구속시킨 끝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을 주무르는 강산의 대표 서현규(김창완)에게 다다른다. 하나의 중심 사건에서 파생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 캐릭터의 감춰진 모습을 드러내(예상 가능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치밀함은 부족해도 사건 수사에만 직진하는 전개는 흥미롭고 몰입도 잘 된다.

이미지: KBS

무엇보다 통쾌한 활극을 표방하는 드라마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도경수다. 흔히 ‘군백기’라 불리는 연기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진정이란 캐릭터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으며 극을 종횡무진한다. 능청스럽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결의를 보이며 진지해지고, 상급자라도 정의와 양심을 외면한 이들 앞에서는 소신껏 행동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아들의 모습 등 인물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탁월하게 소화한다. 도경수의 원맨쇼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편으로는 검찰 공화국이라 불리는 요즘에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검사의 이야기가 온전하게 쾌감을 줄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진정의 활약을 따라가는 것은 분명 즐겁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드라마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8회에서 부장검사 김태호(김태우)가 취조실에서 진정에게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강한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굉장히 서늘하고 섬뜩하다. 그는 드라마 속 허구의 인물이지만 현실에 발 붙이고 서있는 것처럼 낯설지 않다. 그래서 “우릴 지켜주는 건 힘이나 위치가 아니야. 법과 국민이야”라고 일침을 가하는 진정의 이야기가 새로운 사건으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검찰청의 케케묵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진정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