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과 [환혼: 빛과 그림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8월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며 종영한 [환혼]이 약 4개월 만에 [환혼: 빛과 그림자]로 돌아왔다 (편의를 위해 각각 파트 1, 파트 2라 부르겠다). 드라마를 2개 파트로 나눈 자신감 넘치는 결정이 드디어 시험대에 올랐다. 파트 2는 파트 1의 시청자들을 불러모으면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해야 한다. 과연 이 드라마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미지: tvN

파트 1은 낙수의 칼에 죽은 장욱은 얼음돌의 힘으로 살아나고, 석화되어 경천대호에 가라앉은 무덕의 시신을 누군가가 건져올리며 끝났다. 그로부터 3년 후, 대호국 최고 고수가 된 장욱은 환혼인 사냥꾼으로 일하며 일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과 연인의 죽음을 견뎌낸다. 하루는 환혼인을 쫓아 잠입한 진요원에서 별실에 갇힌 여인, 오래전 실종되었던 진씨 집안의 장녀 진부연을 만난다. 부연이 장욱의 몸에 깃든 얼음돌의 존재를 알아보자, 장욱은 부연의 “대단한 신력”이 얼음돌을 꺼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장욱은 부연의 탈출을 돕고, 혼인을 했다고 주장하며 부연을 진호경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킨다. 부연은 장욱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찾는 데 힘쓰는데, 부연이 과거를 기억해낼수록 장욱이 마음 깊숙이 숨겨둔 감정도 흔들린다.

파트 1과 2의 가장 큰 차이는 배우의 변화다. 파트 1에서 낙수/무덕을 연기한 정소민이 하차하고 고윤정이 합류했다. 그래서 파트 2는 두 개의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첫째, 캐릭터의 모습이 바뀐 것을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부분은 [환혼] 세계관의 기본인 ‘수기’로 설명한다. 진호경은 무덕의 시신을 경천대호에서 건져내고, 딸 부연의 몸에 깃든 신력을 이용하기 위해 낙수의 혼을 몸에 잡아놓기로 결심한다. 이 선생은 부연의 혼을 없애고 낙수의 기력을 개방해 몸을 치료했고, 그 과정에서 몸과 혼은 서로 어긋나지 않기 위해 얼굴은 낙수의 것으로 변했다. 즉 고윤정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기억과 기력을 모두 잃고 진부연이 된 낙수인데, 기억을 모두 잃었기에 살수가 아닌 발랄하고 솔직한 아가씨가 되었다.

이미지: tvN

다른 과제는 캐릭터가 바뀐 상황에서 장욱-무덕의 로맨스를 아름답고 애절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파트 2는 연인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장욱이 자신의 삶에 성큼 다가온 아름답지만 엉뚱한 여인, 부연과의 로맨스로 출발한다. 두 사람은 각각 원하는 것이 있어 결혼이란 계약으로 관계를 시작했지만, 장욱은 기억과 힘을 잃고 평생 갇혀 살 뻔한 부연의 아픔을, 부연은 죽은 연인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는 장욱의 그리움을 위로한다. 우리는 부연이 장욱이 그토록 사랑했던 낙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부연이 기억을 완전히 회복하고 나면 어떤 선택을 할지, 죽은 줄 알았던 연인이 그동안 자신과 조금씩 새롭게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장욱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지킬 것인지, 기대가 점점 커진다.

이 거대한 러브스토리를 어떻게 10회 안에 완성할 것인가. 이미 파트 1에서 20회 동안 [환혼] 세계관뿐 아니라 장욱과 낙수의 캐릭터와 관계를 공들여 구축했다. 설명은 이미 다 마쳤으니 파트 2의 이야기는 정말 거침없이 달린다. 파트 1의 장욱과 무덕을 아는 시청자라면 차갑고 냉정한 장욱과 사랑스럽고 엉뚱한 부연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왜 대호국 사람들이 장욱과 부연의 혼인을 믿지 않는지 이해하고, 서율과 고원 등이 부연과 인연을 맺는 과정을 반갑게 지켜보고, 진무가 장욱을 경계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계략을 짜는 것을 염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욱이 부연에게서 죽어도 잊지 못할 연인을 발견하는 순간에서 짜릿함과 설렘 모두를 느낄 것이다.

이 드라마가 궁금한 분들은 이 질문부터 하고 싶을 것이다. 파트 2를 보려면 파트 1을 꼭 봐야 할까? 그건 본인의 취향에 달렸다. 줄거리만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편집 영상으로 충분하다. 이미 tvN이 올려준 줄거리 영상만으로도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정한 매력인 캐릭터의 성장, 캐릭터 간의 관계, 그리고 마음을 울릴 아름다운 로맨스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1회부터 정주행하길 권한다. 파트 2 부터 시작했어도 장욱과 부연의 가슴 절절한 사랑에 빠진다면 스스로 1회를 챙겨볼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미 결말을 알고 본다면 그 또한 색다른 재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