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메인 빌런 ‘카일로 렌’을 연기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린 배우 아담 드라이버. 그만큼 독보적인 비주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선보여왔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더욱 매력적인 연기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스타워즈] 시리즈 출연 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력으로 꾸준히 자신을 표현해온 그는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과 작업한 필모그래피로도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는 현대인의 불안을 다양한 장르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화이트 노이즈]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네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돌아와 과거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 다른 외모의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래서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아담 드라이버의 영화들, 그리고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큰 키에 특유의 분위기를 담은 외모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출연작이 궁금하다면 주목해 보길 바란다.

헝그리 하트(2014) – 주드 역

이미지: 찬란

[왓 이프](2013)에서도 우연히 만난 여성과 첫눈에 반해 결혼하는 캐릭터를 선보인 아담 드라이버. 그를 영화계에 알린 [헝그리 하트]에서 또한 그러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헝그리 하트]는 강렬한 사랑에 빠진 미국 남자 ‘주드’와 이탈리아 여자 ‘미나’가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아이를 낳으며 가정을 꾸리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담 드라이버는 [헝그리 하트]에서 이탈리아 여자와 결혼을 선택한 미국 남자 ‘주드’ 역을 맡았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의 과정보다, 결혼 후 겪게 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주드는 미나의 남편이자 아기의 아버지로서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하는 아기, 둘 사이에서 양보할 수 없는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의 내면, 감정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열연을 펼친 아담 드라이버는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배우로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패터슨(2016) – 패터슨 역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국내 개봉일 기준, 2017년에 아담 드라이버는 거장 감독과의 작품을 두 편이나 선보였다. 한편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사일런스]이고, 다른 한편은 짐 자무쉬 감독이 연출한 [패터슨]이다. 이중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잔잔한 일상, 그리고 그 기록들을 통해 소소한 삶의 아름다움을 전한 작품이다.

아담 드라이버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소도시 패터슨에서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 역을 연기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출근하는 인물의 하루하루를 디테일하게 보여주었다. 아내 ‘로라’ 골쉬프테 파라하니와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애정 표현, 반려견 ‘마빈’과 산책하는 여유 시간 등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 그만큼 한 사람의 일상을 평범한 듯 특별하게 그려냈다. 특히 자신의 일상을 시로 적는 인물이기에, 아담 드라이버의 목소리를 줄글 형식의 시로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2018) – 토비 역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아담 드라이버는 앞서 언급한 마틴 스코세이지와 짐 자무쉬 외에도 유명 감독들과 작업을 이어갔다. 그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프로젝트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필생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이다. 제작에만 무려 17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매너리즘에 빠진 천재 CF 감독 ‘토비’가 스페인의 광고 촬영지에서 여전히 환상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의 데뷔작 속 주인공 ‘돈키호테’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영화다.

아담 드라이버는 천재 CF 감독 ‘토비’ 역을 맡았다.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는 현재의 인물이 열정적이고 꿈이 많았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을 만나,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린다. 아담 드라이버는 ‘토비’이자, 돈키호테에 의해 ‘산초’로 오해받는 캐릭터를 연기해 그에게 반발하면서도 이끌려가는 모습을 선보였다. 여러 의미에서 변화하는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그 만의 스타일로 담아내어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결혼 이야기(2019) – 찰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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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감독은 노아 바움백이다. [프란시스 하]부터 [위아 영]과 [결혼 이야기], 최근 공개된 [화이트 노이즈]까지. 무려 4편의 작업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결혼 이야기]는 특별하다. 아담 드라이버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영화는 결혼 후, 파경을 맞았지만 이혼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남편 ‘찰리’와 아내 ‘니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담 드라이버는 자수성가한 연극 연출가이자, 이혼 문제로 인해 아내와 갈등을 빚는 남편 ‘찰리’ 역을 맡았다. 아내를 과거에는 사랑했지만, 지금은 이혼을 준비하는 남편으로 출연해 복잡한 내면을 공감 가게 보여준다. 가족의 탄생, 출산과 육아부터 함께 쌓아온 경력까지 많은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감정, 가족이기에 쉽지 않은 태도와 행동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아네트(2021) -헨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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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는 실험적인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홀리 모터스] 레오 까락스 감독의 뮤지컬 영화에 출연, 가벼운 대사를 제외하곤 감정의 표현을 뮤지컬 방식의 음악으로 전하는 연기를 선보인 경력도 있으니 말이다. 아담 드라이버와 레오 까락스가 만난 [아네트]는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면서 무대 그 자체가 된 그들의 삶을 그려낸 시네마틱 뮤지컬 영화다.

아담 드라이버는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를 연기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오페라 가수인 연인과 결혼, 이후 자녀를 출산하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잘 표현했다. ‘헨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이 이전과 같지 않은 식어 들어가는 인기, 아내의 사랑에 대한 흔들림 등 현대인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물. 이 때문에 아담 드라이버는 감정의 변화를 음악과 노래로 풀어내는 모습을 선보였고, 이전에 보여주었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결의 여운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