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임스 카메론은 바다와 우주를 사랑하는 SF 덕후이자, 고도화된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선보이는 영화감독이다. 그의 작품이 영화 기술과 산업에 끼친 영향을 보면 감독을 넘어, 그의 별명 대로 ‘영화의 왕’일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 속에서 데뷔를 한 그는 화려한 시각적 세계를 구현하여 고퀼리티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흥행시켰고, ‘흥행의 제왕’이라는 별명으로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로 자신의 종전 기록(?)을 깨기 위해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스스로를 탐험가라 칭하며,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관을 만나보자.

터미네이터(1984) / 터미네이터 2(1991)

이미지: 캐롤코 픽처스

미래에서 온 로봇과 인간의 추격전을 그린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혁신적인 스토리와 비주얼 혁명,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활약 등 끊임없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도 제임스 카메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대표작으로 인식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1편은 65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I’ll be back’이라는 강렬한 명대사를 남기며 속편을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는 공식을 깨부순 2편은 영화 사상 최초로 제작비 1억 달러를 넘겼으며, 그 해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전체 1위를 하는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연출, 액션, 캐릭터, 스토리,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완성도를 보여주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여전히 SF 액션 영화의 대명사로 꼽힌다.

에이리언 2(1986)

이미지: 20세기 폭스

흉악한 외계 생물 에이리언과 인간의 혈투를 그린 SF 스릴러 [에이리언] 시리즈 중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가장 높은 흥행 수익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은 단연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다. [터미네이터 2]의 성공 이후 ‘속편의 제왕’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된 그가 또 한번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만든 것이다. (정확히는 [에이리언 2]로 먼저 성공을 거둔 뒤, [터미네이터 2]로 자리매김했지만) [에이리언 2]는 박진감 넘치는 입체 음향과 낯설지만 빠져들게 만드는 시각적 연출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본 적 없는 이 역동적이고 화려한 우주 전쟁은 공상과학을 사랑하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야망과 꿈을 품어줬을 테다. 1편은 리들리 스콧, 3편은 데이비드 핀처, 4편은 장피에르 죄네 감독이 제작했으며, 개성 강한 감독들로 인해 4편 모두 주제 의식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재미 요소이다.

어비스(1989)

이미지: 20세기 폭스

바다를 배경으로 과학 기술의 오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어비스]. 중년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 미지와의 조우를 해저 심연에 아름답게 펼쳐낸 작품으로, 전작들과 달리 역동적인 액션은 덜어내고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심해를 외계 생물들이 가득한 SF 세계라고 말할 만큼, 바다를 사랑하고 열망하는 감독의 순수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대중들이 즐기기에는 심심했는지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이를 시작으로 바다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과학 기술과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지지, 희생적인 사랑에 의한 구원의 모티브 같은 그의 꾸준한 주제 의식은 후에 [타이타닉], [아바타 2]까지 정신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트루 라이즈(1994)

이미지: 20세기 폭스

첩보 기관의 비밀 요원이 아내와 힘을 합쳐 테러리스트에게 잡혀간 딸을 구하는 [트루 라이즈]. 17년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편과 가짜 첩보원에게 반해 한눈을 팔던 아내의 좌충우돌 테러조직 소탕 작전이 펼쳐진다. 프랑스 영화 [라 토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제임스 카메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한번 시너지를 보여주며 역시나 흥행에도 성공했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부부를 중심으로 액션과 코미디, 멜로와 첩보를 흥미진진하게 섞어 놓은 유쾌한 가족극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도화된 테크놀로지의 악용, 오용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제임스 카메론이 그동안 숨겨왔던 소박한 위트와 유머를 잔뜩 뽐냈다.

타이타닉(1997)

이미지: 20세기 폭스, 씨네힐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남자와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의 황홀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타이타닉]. 특수 효과의 향연과 스펙터클,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결합하며 장인의 경지를 보여준 [타이타닉]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위에 기록된 작품으로,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14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고, 11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주연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훌륭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만인의 연인으로 등극하게 된다. 최대 관심사가 우주와 바다인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 잠수함에 타 바닷속과 타이타닉을 촬영했으며, 당시 기준으로 가장 깊숙히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기록도 세웠다. 오직 바다와 심해를 향한 욕망에서 출발한 [타이타닉]은 상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최고의 수익을 올린 전대미문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남게 된다.

아바타(2009) / 아바타: 물의 길(2022)

이미지: 20세기 스튜디오

2009년 12월,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신작 [아바타]를 내놓았다. [아바타] 시리즈는 머나먼 행성 판도라와 지구의 피할 수 없는 전투에서 출발해 무자비한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의 긴 여정, 견뎌내야 할 상처와 성장에 관한 서사로 이어진다. 1편은 극장 개봉 2개월 만에 12년간 흥행의 아성을 지켜오던 [타이타닉]의 기록을 뛰어넘었고, 현재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12월에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되었고, 사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아바타: 물의 길]은 192분 동안 이제껏 본 적 없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시각적 세계를 마음껏 보여준다. 속편에서 저력을 과시해온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물의 길]에서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것 같다. [아바타] 시리즈는 현재 4개의 속편이 동시에 진행 중이며, 5편은 2028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