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천룡팔부: 교봉전]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홍콩, 중국의 배우이자 무술감독으로서 오랜 세월 활동해온 배우 견자단이 새로운 무협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미 수많은 액션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고, 무술감독까지 맡으면서 자신만의 긴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던 그가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무협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온 것이다. 무려 40년이 넘는 시간, 액션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그 어느 배우보다도 무술에 진심인 태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은 [천룡팔부: 교봉전]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견자단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정확히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여러모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영화들을 다뤄볼까 한다. 첫 할리우드 진출작부터,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시리즈까지. 견자단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 궁금하다면 주목해 보길 바란다.

상하이 나이츠(2003) – 초 우 역

이미지: 브에나비스타코리아

견자단이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그때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레이드 2]에서 무술감독으로 활동했고, 까메오로 ‘스노우맨’ 역을 맡으면서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상하이 나이츠]도 그러한 예시 중 한 편이었다. 성룡과 오웬 윌슨이 주연을 맡은 [상하이 나이츠]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런던의 한복판으로 향한 ‘장웨인’(성룡)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견자단은 청나라 황제의 동생 ‘초우’ 역을 맡아 황제의 옥쇄를 빼돌린 악역 캐릭터를 맡았다. 때문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성룡과 맞붙는 장면을 소화, 홍콩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만남을 할리우드에서 성공시켰다. 아쉽게도 명성에 비해 작은 역할이라,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견자단의 첫 할리우드 공식 출연작이라, 그의 필모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칠검(2005) – 초소남 역

이미지: 튜브엔터테인먼트

중국, 홍콩 그리고 할리우드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던 그가 의외로 한국어 연기를 소화한 작품이 있다. 영화 [칠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칠검]은 황제가 반란의 싹을 자르기 위해 무기를 소지하거나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금지하자, 이를 이용해 재산을 축적하려는 이의 야만적인 행위를 멈추게 하려고 모인 7명의 영웅을 그린 작품이다.

견자단은 검술의 대가 회명의 수제자이자, 고려인 무사 ‘초소남’ 역을 맡았다. 이번 연기를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으나, 아쉽게도 어색하게 들리면서 한국에서는 국내 성우가 더빙한 버전으로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견자단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무협 영화, 사극 영화로서의 매력은 충분히 담고 있다. 참고로 김소연이 녹주 역으로 이 영화에 출연했다.

도화선(2007) – 마준 역

이미지: 스크린조이

이제는 무술, 액션 장르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한 견자단. 이미 수많은 대표작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작품을 꼽자면 바로 [도화선]이다. 영화는 홍콩의 암흑가에 자리잡고 악행을 펼치는 토니 형제를 검거하기 위해 마 형사가 자신의 파트너 윌슨을 그들의 조직원으로 위장 투입시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견자단은 강력계 형사팀의 반장이자, 서내 검거율 1위를 놓치지 않는 ‘마준’ 역을 맡았다.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이 짙은 인물이다. 과잉진압이 그의 특기처럼 그려질 정도인데, 캐릭터의 특징 덕분에(?) [도화선]에서는 그의 다양한 무술 액션과 종합격투기 기술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견자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여과없이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열연으로 견자단은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무술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엽문(2008) 시리즈 – 엽문 역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견자단을 중화권을 대표하는, 아니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한 영화는 역시 [엽문] 시리즈가 아닐까. 폭발적인 액션 시퀀스, 완성도 높은 이야기의 [엽문]은 자타공인 액션 장인 견자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영화는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영춘권의 고수이자, 백전불패를 자랑하는 엽문의 이야기를 담았다.

견자단은 영춘권의 대가 ‘엽문’ 역을 맡았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겸비한 실존 캐릭터를 견자단은 전혀 어색함 없이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견자단은 영춘권을 실제로 구사하기 위해 엽문의 아들 엽준에게 영춘권을 전수받은 것으로도 알려졌으며, 10kg 몸무게 감량과 대역 없는 액션 소화 등 [엽문]의 완성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시리즈에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는 등, 견자단을 대표하는 영화로 그의 필모에 자리잡았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 치루트 역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엽문] 시리즈의 성공 덕분일까? 중화권 대세배우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견자단은 이 명성에 힘입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서 비중있는 캐릭터를 맡으며 다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이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견자단은 눈이 보이지 않지만 포스를 믿는 수도자 ‘치루트’ 역을 맡았다. 배우 본인이 눈이 보이지 않는 설정을 추천, 극에서 더욱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위해 진지하게 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홍콩 영화에서 선보이던 액션들과는 사뭇 다른 액션을 소화했다. 견자단 영화에서 항상 등장해오던 뒤로 차내는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 볼 수 없을 정도다.

참고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견자단이 할리우드 영화 공식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넣은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이후 디즈니 라이브 액션 [뮬란] 에서 ‘텅 장군’으로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곧 개봉할 [존 윅: 챕터 4]에서는 메인 타이틀을 맡아 다시 한번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레이징 파이어(2021) – 장충방 역

이미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렇다고 그가 할리우드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홍콩, 중국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상황.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무술감독상을 수상한 [레이징 파이어]가 바로 그의 대표적인 최신 영화다. [레이징 파이어]는 운명을 뒤바꾼 그 날의 사건으로 한순간에 동료에서 적이 되어버린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결투를 그린 영화다.

견자단은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강력계 팀장으로, 위험한 임무를 도맡는 캐릭터 ‘장충방’을 연기했다. 과거에는 절친한 사이였으나, 경찰로서 서로 다른 운명을 걷게 된 두 사람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인물. 견자단은 악을 처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경찰이라는 설정 덕분에 파워풀한 몸싸움은 물론, 거침없는 총기 액션까지 소화했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약 30대 후반의 캐릭터 설정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평소에도 자신의 이미지와 연기를 위해 철저히 몸관리를 한다는 그의 프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