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으로는 동시대 최고로 평가받는 배우 전도연이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돌아왔다. 상대역은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정경호다. 게다가 작가와 감독은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으로 로맨틱 코미디 잘하기로 소문난 양희승과 유제원이다.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만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일타스캔들]은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맛집이었다. 잘하는 것을 정말, 매우 잘한다. 벌써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출처: tvN

전 핸드볼 국가대표였던 남행선(전도연)은 지금은 동네에서 소문난 반찬 가게를 운영하며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동생 재우(오의식)와 딸 해이(노윤서)와 함께 살고 있다. 학급 반장이자 우등생인 해이는 스스로 하는 공부에 한계를 느끼고 행선에게 처음으로 학원 강의를 듣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해이가 원하는 수업은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1조 원의 사나이’라 불릴 만큼 사교육계의 대스타인 치열은 매 수업마다 열정적으로 강의하지만 사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들 만큼 심신이 피폐한 상태다. 행선과 치열의 관계는 작은 오해로 시작됐지만, 치열은 지금 그에게 행선이 만든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치열은 먹고살기 위해, 행선은 딸의 교육을 위해 계약을 맺는다.

[일타스캔들]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매력은 ‘익숙함’이다. 우리는 수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로 주인공 두 사람이 여러 사건을 통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접해 왔다. 로맨틱 코미디는 ‘아는 맛’이라 손이 가지만, 조금만 뻔하면 지겨울 수 있다. 드라마는 차별화의 답을 2023년 대한민국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캐릭터와 관계 설정에서 찾았다. 행선과 치열은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학부모와 전국 일타 수학 강사라는, 맥락에 따라 갑과 을이 전환될 만한 관계로 만났다. 또한 ‘밥’과 ‘교육’이라는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두 가지가 얽힌 사건으로 끊임없이 부딪힌다. [일타스캔들]은 이렇게 한국적인 맥락 안에서 인생의 질곡을 겪은 어른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고 감정을 품는 과정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물론 대학 입시라는 냉엄한 경쟁 체제나 힘도 규모도 공교육을 넘어선 사교육의 현실도 그리고, ‘쇠구슬’로 사람들을 다치거나 죽게 하는 범인을 찾는 스릴러 요소도 더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어디까지나 장르적 관습 안에서의 변주일 뿐, 중심이 사랑 이야기이자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일타스캔들] 속 한국의 사교육 문화는 행선과 치열을 만나게 하는 배경이자 드라마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하는 장치이다.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입시 열기가 가장 뜨거운 ‘녹은로(가상의 지역)’에는 아이들의 입시 성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엄마들이 있다.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된 사람들 말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해이가 스스로 잘할 거라고 믿었던 행선도 결국 앞자리 사수를 위해 아침부터 뛰는 ‘열혈 엄마’가 된다. 이런 엄마와 아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사교육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린다. 최치열은 적수가 없는 스타 강사이지만 많이 외롭고 지쳐 있다. 자신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지만 또래 학생이 큰 사고를 당해도 여전히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로해야 한다. [일타스캔들]은 어찌 보면 비정할 만큼 치열한 입시 전쟁과 사교육 문화를 보여주지만 비난이나 비판은 자제한다. 대신 장르적 관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출처: tvN

[일타스캔들]은 일상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완성도와 매력을 얼마나 높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1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한 전도연은 그가 가장 잘하는 연기를 맘껏 보여주며 생활력 강하고 명랑한 행선에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정경호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열정적인 강사이지만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치열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두 배우는 스크루볼 코미디 스타일의 다툼부터 솔직한 감정 연기까지 매 씬마다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다른 배우들도 정말 매력적인데, 특히 이봉련, 김선영, 장영남 등은 등장 시간은 많지 않아도 매 씬마다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도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해이, 선재(이채민), 건후(이민재)의 삼각관계는 행선과 치열의 로맨스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 익숙한 시청자는 이미 [일타스캔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강은 알고 있다. 행선과 치열은 사랑에 빠진다. 생전 처음 겪는 강렬한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우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릴 것이다. 두 사람은 학부모들의 오해와 뜬금없는 소문들, 치열이 관련된 위험한 사건들 때문에 어려움도 겪겠지만, 결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가든 드라마가 품은 따스함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