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청춘월담]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됐다. 원작 소설 작가의 혐한 논란 때문에 “오리지널” 작품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발표를 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박형식과 전소니 등 젊고 실력 있는 배우들의 합류로 시선을 모았다. 20화 중 4화까지 방영된 지금, [청춘월담]은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고 있을까?

이미지: tvN

조선의 왕세자 이환(박형식)은 세자로 즉위하는 날 끔찍한 저주가 담긴 귀신의 서를 받는다. 그날 이후 환은 사람을 경계하고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인 개성부윤 민호승이 부임지에서 가족과 함께 독살당했고, 범인이 혼인을 앞둔 그의 딸 민재이(전소니)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사건과 자신의 처지 때문에 복잡함을 느끼던 환의 앞에 재이가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한다. 재이는 세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낸 밀서 때문에 가족이 죽었다고 주장하지만, 환은 밀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맞선다. 재이는 개성부의 흉악 사건을 자신이 해결했으니 세자에게 내려진 저주의 실체도, 부모님을 죽이고 자신을 살인자로 몰린 사건의 진실을 직접 밝히겠다고 장담한다. 환은 재이의 능력을 시험하고, 재이는 스스로를 증명하며 환의 신임을 얻어간다. 

[청춘월담]은 엄격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본성은 따뜻한 세자와 여성에게 강제된 규범을 뛰어넘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소녀가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믿음을 쌓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미스터리한 저주와 살인 사건, 차기 권력을 놓고 벌이는 후계자 전쟁까지, 재미있을 만한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데는 조선 시대의 법의학과 범죄심리학적 요소도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청춘 로맨스 사극과 미스터리, 정치 요소가 잘 연결되어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 초반부를 환과 재이라는 주요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키고 둘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할애했는데, 다른 서사와 그렇게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듯하다. 또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등장하는 코믹 씬도 신선하거나 재미있지도 않고 극에 잘 스며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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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연기력 논란이 벌어진 것이 가장 아쉽다. 특히 전소니의 발성이나 표정 연기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나, 당장 크게 실망하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하고 싶다. 지금까진 감탄을 불러내진 못해도 ‘재이’라는 인물의 매력은 잘 드러냈고, 회차가 진행되며 연기도 안정되고 있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몫을 잘 해낸다. 박형식은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쌓아온 연기력으로 환의 다양한 면을 잘 그리는데, 특히 3회에서 마비된 팔의 기능을 되찾으려 글을 쓰고 활을 쏘며 괴로워하던 장면에선 캐릭터의 불안, 공포, 슬픔 모두 느낄 수 있다. 가람 역의 표예진도 인상적이다. 가람은 재이에겐 몸종이자 의리 넘치는 친구이며, 지금은 명진(이태선)과 도성 내 사건을 조사하며 궁 밖에서 환과 재이를 돕는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면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캐릭터를 표예진은 매력적으로 소화한다. 그 외에도 조성하, 정웅인, 홍수현 등이 탄탄한 연기로 극을 든든하게 받친다. 이들의 연기 덕분에 연출이나 각본에서 다소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어도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청춘월담]은 청춘사극이니 만큼 두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가장 기대했었다. 하지만 4화까지 시청하니 오히려 로맨스의 속도를 늦추고, 드라마의 목적지에 최대한 늦게 다다랐으면 하는 엉뚱한 바람이 생긴다. 환과 재이, 그리고 둘의 관계가 로맨스만을 보고 달려가기에 가까울 만큼 다룰 수 있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재이의 뛰어난 수사력이 빛을 발하는 에피소드가 많아지고, 환 또한 재이의 능력을 이용해 정적의 공세에 대응하며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깊어질 것이고, 그러면 어느 순간 시청자가 목놓아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길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청춘월담]엔 분명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을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본격적인 전개를 위한 기초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고 그 과정이 그렇게 흥미롭지 않아서, 빼어난 영상미나 배우의 매력으로는 눈길을 붙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달려 나갈 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당장 5회부터 다뤄질 연쇄살인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지도 알고 싶고, 재이가 일가족을 죽인 범인과 그에 얽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 저주의 실체와 자신을 노리는 자들을 모두 밝혀낼지, 환과 재이가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