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 이미지: 트윈플러스파트너스㈜

202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는 두 편의 영화로 칸에 진출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의 쾌거를 안겼던 [브로커]와 비평가주간 폐막작이었던 [다음 소희]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야말로 2022년의 배두나는 이 작품들에서의 폭넓은 연기로 영화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월드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진 한 해가 되었다.

이렇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다음 소희]가 지난달 개봉하여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8년 전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과 다시 한번 손잡은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작품 활동 중인 배두나의 다채로운 25년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배두나의 연기 인생을 바꿨던 대표적인 작품을 알아보고, 영화 속에서 그가 연기한 빛나는 캐릭터들에 대해서 확인해 보자!

고양이를 부탁해 (2001) – 태희 역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01년 10월에 개봉한 [고양이를 부탁해]는 정재은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국내 관객 수는 3만 명이 채 되지 않은 채 종영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으며 입소문이 시작되었고, 향후 다시 보기 운동까지 벌어지며 흥행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 결과 감독과 배우들에게는 국내외 영화 시상식에서 10여 개의 수상을 거머쥐게 했고, 현재까지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배두나의 대표작이 되었다.

영화는 고등학교 동창인 인천의 다섯 소녀들이 스무 살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여성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참혹한 민낯을 통해 사회 초년생들이 느끼는 생존에 대한 불안함을 이야기하며, 인간관계의 부담감을 달래주는 공감과 위안을 선사한다.

배두나는 극중 다섯 친구들 중 가장 철없는 소녀 ‘태희’를 연기한다. 졸업 후 독립하지 못하고 세계여행을 꿈꾸는 태희는 주위 사람들이 배려하고 연민하지만, 그런 태희를 엉뚱하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헤아림을 받지 못한다. 이런 간극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상에서 힘 있게 살아가는 태희의 모습이 꽤 깊은 인상을 건넨다. 영화는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시 공개되었는데, 현실과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캐릭터를 표현한 배두나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괴물 (2006) – 남주 역

이미지: ㈜쇼박스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로 국내 천만 관객을 넘긴 괴수영화의 수작이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소시민들의 울분과 분노를 장르 영화에 버무려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지금까지 괴물 재난 영화와는 다른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외 평론가와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괴물]은 한강에 출몰하는 괴수로부터 딸 ‘연서’(고아성)를 납치당한 소시민 ‘강두'(송강호)의 가족들을 주인공 삼아 연서를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서 배두나는 ‘강두’의 여동생이자 양궁 국가대표 ‘남주’로 분했다. 실력은 있지만 긴장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캐릭터이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배두나는 [플란다스의 개] 이후 다시 한번 봉준호와 재회했다. 극중 좋은 연기와 별개로 고소공포증 때문에 한강 다리를 왔다 갔다 하는 촬영이 힘들었다고.

여담으로 배두나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의 글로벌 광고 모델로 유지 중인데, 루이비통의 디렉터가 영화 [괴물]에서 운동복만 입고 활약하는 그의 모습에 매료되어 모델로 발탁했다고 한다.

도희야 (2014) – 영남 역

이미지: 무비꼴라쥬

영화 [도희야]는 정주리 감독의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작품이다. 아동 학대와 성 소수자를 조명하고 두 여성의 연대를 그려 호평받았으나, 소수자들에 대한 일상의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대중적인 흥행은 이끌어 내지 못하였다. 물론 영화는 숫자 이상의 호소력 깊은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는 하루도 폭력에 당하지 않고 살 수 없었던 아이와 동성애로 좌천된 경찰 소장을 배치한다. 사회의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나 저항할 수단이 없는 약자들이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모습을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특히 영화에 출연한 세 배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배두나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 작품은 영화관에서 상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경찰 소장 ‘영남’은 여러 갈등이 안에서 소용돌이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고민은 영남이 누명을 벗고 마을을 떠나는 순간 도희에게 손을 내미는 마지막 장면을 더욱 부각시키며 작품의 감동을 배가한다.

브로커 (2022) – 수진 역

이미지: CJ ENM

[브로커]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베이비 박스, 낙태 문제,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영화에 녹여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영화는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수'(강동원)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가면서 시작된다. 이튿날 아기를 찾으러 온 엄마 ‘소영'(이지은)이 찾아오고, 아기를 잘 키워줄 새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에 합류한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다양한 감정으로 빚어낸다.

배두나는 일본 영화 [공기인형] 이후 12년 만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재회했다. 감독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오랜만에 표현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로커 일행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을 연기한 배두나는 처음에는 해당 캐릭터에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어 번역 전의 일본어 대본을 구해 대사를 읽어보며 번역 과정에서 탈락된 감정들을 찾으면서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극중 배두나의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대변하며 영화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배두나의 다음 프로젝트는?

[레벨 문] 이미지: 넷플릭스

여기에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배두나는 ‘글로벌 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신비롭고 독특한 자신만의 이미지로 데뷔와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특히 봉준호, 박찬욱 등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으며 자신의 필모를 쌓아가는 중이다. 이런 최고의 감독들과 함께 한 덕분이었을까? 일본을 비롯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들도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제안했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거장들의 뮤즈’라 할 만하다. 최근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레벨 문] 촬영을 마쳤다고 하니 곧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게 될 배두나의 글로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