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이혼은 더 이상 부끄럽고 터부시되는 일이 아니다. TV에서는 돌싱들의 이야기가 쉼 없이 나오며, 이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제는 결혼 후 잘 지내는 만큼,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JTBC 새 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이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품은 한때 잘 나가던 음대 교수였던 신성한이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로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혼이 주된 소재인 만큼 부부간의 갈등과 다툼이 빈번하다. 상대방의 불륜은 기본, 고부간의 갈등과 양육권 투쟁까지,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대사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사랑과 전쟁]의 엑기스만 보는 기분이다.

이미지: JTBC

무겁고 복잡한 소재의 성격과 다르게 서사의 흐름은 잔잔하고 담백하다. 극중 다루는 이혼 소송이 법정 다툼까지 잘 가지 않거니와,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감정들은 단순히 원망과 분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헤어짐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진지하게 그리며 이 작품만의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2화에서는 양육권 다툼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안타깝게 다가왔고, 4화에서는 고부갈등으로 이혼 위기까지 갔던 한 부부가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며 뜻밖의 감동을 자아냈다.

촉망받던 음악 교수였던 신성한이 왜 갑자기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그 배경에는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자리한다. 재벌가 남자와 결혼한 동생이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상대의 계략으로 양육권을 빼앗기고 그 충격으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이에 분노한 신성한은 자신의 직업까지 바꾸면서 동생의 이혼 소송에 얽힌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칼을 가는 중이다. 이혼 소송과 관련된 개별 에피소드로 진행하던 서사에 복수극이라는 중심 사건이 생기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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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성한 역을 맡은 조승우의 흡입력 넘치는 연기를 보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다. [비밀의 숲], [라이프] 등에서 보여준 냉철하고 이지적인 모습과 다르게 힘을 빼고 소탈한 모습으로 극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신성한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신이 맡은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것과 달리, 평소에는 허당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신성한과 친구들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는 장르를 아예 시트콤으로 바꿀 정도다. 신성한 밑에서 사무장을 맡아 변호사 사무실의 살림을 책임지는 형근(김성균), 이들과 같은 건물에 있는 공인중개사 정식(조문성)은 극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행동으로 웃음을 건네면서도, 상대의 상처를 위로하고 토닥여주는 찐우정의 훈훈함도 함께 그려낸다.

다만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서진(한혜진)은 극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이서진은 1화에서 신성한에게 이혼 소송을 맡긴 의뢰인이었는데, 이후 그의 사무실에 취직해서 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캐릭터의 분위기가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고, 주요 인물과도 이렇다 할 연결점이 부족해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서진을 서사에 스며들게 할 장치나 에피소드가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신성한, 이혼]은 매주 다양한 부부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풀어내며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신성한이 변호사가 된 이유가 밝혀져 잔잔한 흐름 속에서도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두 이야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이혼 소송 속에서 가족과 관계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오랜만에 조승우의 따뜻한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