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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 영화 [스위치]가 개봉했다. 필자에게 ‘스위치’는 1991년 개봉한 성별 전환 환생 영화로 기억되며, 유사한 바디체인지 한국 영화로 정준, 김소연 주연의 [체인지]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이다. 이런 까닭에 옛날 영화의 포맷과 식상한 소재일 거라는 선입견으로 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극장에서 영화관람을 포기했다.

하지만 최근 OTT 서비스에 공개된 [스위치]는 한동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어 여유시간에 가벼운 영화를 찾아 보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관람 이후, 역시 영화는 선입견 없이 보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영화의 기본 골격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예상 가능한 플롯이었다. 하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거르기에는 의외로 코믹과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건넸다.

[스위치]는 2017년 개봉했던 [그래, 가족]의 감독이었던 마대윤 감독이 한 번 더 도전하는 가족을 주제로 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 영화. 마대윤 감독은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인생이 바뀌었을까?’라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봄직한 물음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스위치]의 내용은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안하무인 톱스타가 하루아침에 무명 배우로 인생 역전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 우정 등 물욕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훈훈하게 담아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와 비슷한 영화들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스위치]가 동어반복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꽤 마음을 울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해본다.

한층 더 편안해진 연기와 찐친 케미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전하는 따뜻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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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연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톱스타 ‘박강’ 역에는 권상우가 캐스팅되어 하루아침에 재연배우와 매니저 일을 하게 되는, 극과 극의 인생을 살게 되는 인물을 연기한다. 권상우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등에서 멜로 연기를 주로 했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에는 [탐정] 시리즈와 같은 생활 코믹 연기에서 매력을 발산하며 한층 편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위치]에서는 양쪽의 모습을 잘 버무리며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마대윤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권상우를 겨냥해 캐릭터를 빌드업했다고 밝혔다. ‘소라게 패러디’와 같은 배우의 개인적인 요소도 시나리오에 적극 반영하였다. 이런 모든 것들이 권상우의 다양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상했기에 보다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와 여유로움의 근간이 되지 않았을까.

여기에 연기파 배우 오정세가 ‘박강’의 찐친이자 매니저인 ‘조윤’역으로 등장하여 뒤바뀐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이민정도 결혼 전보다 한층 편안한 연기로 억척스러운 아내 ‘수현’ 역을 소화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영화 속의 인물에 공감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든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이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준 원동력으로 다가온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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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대로 영화 [스위치]는 과거의 선택이 달랐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전제로 출발한 영화이다. 친구 사이인 톱스타 박강과 매니저 조윤이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오디션 결과가 바뀌었다면, 혹은 과거 헤어진 첫사랑과 결혼을 했었다면 등, 마치 한동안 유행한 인생극장이나 테마게임처럼 이 모든 것들이 자고 일어나니 바뀌었다.

박강은 더 이상 톱스타가 아닌 재연배우로 첫사랑 수현과 육아에 힘들어하며 체면을 구기고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박강도 기약 없이 바뀐 운명에 조금씩 적응하며 톱스타 조윤의 매니저로 살아간다. 바뀐 운명에 적응하며 가족들의 사랑을 깨달아가고 있던 그때 다시 현실로 돌아온 박강은 인생의 참의미를 찾기 위해 과거 첫사랑 수현을 찾아간다.

영화는 단순하고 코믹한 내용으로 전개하지만, 보는 내내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너무 익숙해서 일상이 돼버린 지금의 모습들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이며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이라고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래서일까? 뭔가 모를 이유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한국적인 정서로 잘 포장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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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치]를 본 관객들의 후기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이야기가 2000년에 개봉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소재나 전개, 그리고 작품이 전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많이 비슷하다. 주인공의 직업이 톱스타/투자 전문 기업 사장으로 분야만 다를 뿐,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위치라는 것도 흡사하다.

다만 필자는 [스위치] 쪽에 좀 더 마음이 끌린다. 기본적인 설정이 유사하긴 하지만, [스위치]에는 한국적인 정서와 현실이 가득하고, 이 덕분에 주인공에게 이질감 없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작품이 건네는 교훈적인 메시지의 공감대도 [스위치] 쪽이 훨씬 컸다.

[스위치]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지만 웃음을 강요하지 않았고, 감동이 있지만 신파로 빠지지 않았다. 특히, 박강이 이런 깨달음을 얻게 한 계기가 곁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누군가의 가르침이었던 부분은 우리네 부모님의 뒷모습이 떠오르며 울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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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연기자들의 케미가 좋았고, 박강의 자녀로 나오는 아역배우 박소이, 김준의 꾸밈없는 연기도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하는 영화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내용이기에 크리스마스에 개봉했었더라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제 극 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의식한 장치와 연출도 있다.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가 부족한 한국 영화 시장에 [스위치]는 이제 성탄절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이 될 듯하다. 물론 이 작품이 건네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