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영화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직업이다. 보편적으로 지적이고, 냉철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법조인 역할을 소화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부조리를 파헤치는 신입 변호사부터 속물 변호사, 엉뚱발랄한 변호사, 마약왕을 검거하는 열혈 검사, 승률 100% 변호사, 심지어 저승사자 변호사까지. 다양한 매력의 법조인 전문 배우들을 만나본다.
‘톰 크루즈’ – 톰 크루즈의 전성기는 법정에서


[어 퓨 굿 맨] (1992) / 다니엘 캐피 중위 역
[야망의 함정] (1993) / 미치 맥디어 역
할리우드 대표 배우 톰 크루즈의 연기 진가는 법정 스릴러 장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톰 크루즈는 전성기 시절 2편의 법정 스릴러 영화에 출연했고, 미모를 뚫고 나오는 연기력을 뽐냈다. 의문의 살인 사건을 통해 군 내부의 문제를 폭로하는 영화 [어 퓨 굿 맨]에서는 능수능란하게 사건을 합의하는 군변호인 역할을 맡았다. 잭 니콜슨의 포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데미 무어와의 특별한 케미도 선보였다.
이후 [야망의 함정]에서는 하버드 법대 졸업 후 법률 회사에 취직하였으나, 회사의 미심쩍은 구석들을 발견하고 부조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았다. 야망과 함정을 오가는 청춘의 덫과 톰 크루즈의 비현실적인 미모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법정 스릴러가 탄생했다.
‘매튜 맥커너히’ –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의 지성미


[타임 투 킬] (1996) / 제이크 타일러 브리건스 역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2011) / 미키 할러 역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로 선정된 바 있는 로맨틱 가이 매튜 맥커너히는 2편의 영화에서 변호사로 등장하며 지성미를 뽐냈다. 그는 실제로 변호사를 지망하는 법학도였던 경험을 살려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법정 영화 [타임 투 킬]에서는 딸을 강간 살해한 범인을 향해 총을 난사한 피고인을 변호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혐오와 비난이 오가는 법정에서 외쳤던 최후의 변론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맥커니히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는 자신의 실수로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자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속물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그는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교활한 기회주의자이면서도, 양심에 이끌려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는 복잡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리즈 위더스푼’ – 기죽지 않는 인싸 변호사


[금발이 너무해] (2001) / 엘 우즈 역
[금발이 너무해 2] (2003) / 엘 우즈 역
리즈 위더스푼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에서 법대생 출신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전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엘 우즈’는 ‘넌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며 매번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민첩하고 사교적인 변호사로 거듭나며 ‘금발 미녀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멋지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즈 위더스푼은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에서 통통 튀는 연기를 선보이며 ‘엘 우즈’ 그 자체가 되었다. 또한 [금발이 너무해 3] 개봉 소식이 들려오며, 팬들은 2020년대에 걸맞은 속편이 탄생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정우’ – 현실에서 지옥까지 변호하기



[의뢰인] (2011) / 강성희 역
[1987] (2017) / 최환 역
[신과 함께 – 죄와 벌] (2017) / 강림 역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 / 강림 역
수많은 직업을 연기한 하정우는 3편의 영화에서 법조인으로 등장했다. 1987년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87]에서는 공안검사 최훈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경찰 조사를 받던 대학생이 사망하자 대공수사처장은 사건 은폐를 지시하지만, 최검사는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하고 부검명령서를 발부하며 대공수사처에 맞선다. 비중은 적지만 극 초반의 에너지를 확실히 책임졌다.
이후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저승 삼차사의 리더이자 망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강림’ 역할을 맡았다. 영화 속 강림은 원작 웹툰의 저승차사에 변호사 ‘진기한’이 더해진 캐릭터이다.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하정우에게도 낯설었을 ‘저승사자 변호사’인데, 그는 어려운 저승 세계 용어와 액션까지 소화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조정석’ – 전문직 마스터 배우

[마약왕] (2017) / 김인구 역
[행복의 나라] (미정) / 정인후 역
의사, 선생님, 앵커, 경찰, 검사, 변호사 등을 연기한 조정석은 전문직 마스터 배우다. 조정석은 영화 [마약왕]에서 마약왕 이두삼을 검거하려는 열혈 검사 김인구로 등장한다. 그는 마약왕과 대비를 이루는 정직한 검사 캐릭터로, 점잖고 심플한 스타일에 짙은 회색과 베이지 톤 패션으로 소신 있는 공무원의 이미지를 살렸다.
또한 조정석은 2023년 공개 예정인 [행복의 나라](가제)에서는 법정에는 정의가 아닌 승패만이 있다고 믿는 생계형 변호사 정인후로 분할 예정이다. [행복의 나라]는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 속에 휘말린 한 인물과 그를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생활연기 장인인 조정석이 선보이는 생계형 변호사 캐릭터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윤진’ – 승률 100% 변호사 전문 배우


[세븐데이즈] (2007) / 지연 역
[자백] (2022) / 양신애 역
강렬하고 진지한 연기가 인상적인 ‘스릴러 퀸’ 김윤진은 승률 100% 변호사 전문 배우다. 한국형 스릴러의 중요한 작품인 [세븐데이즈]에서 김윤진은 딸을 납치당한 승률 100%의 냉혈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냉철함과 판단력을 유지하며 사상 최악의 협상에 뛰어든다. 기존 한국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여성 캐릭터였다.
이후 김윤진은 [자백]에서는 승률 100%의 냉철하고 유능한 변호사 양신애 역할을 맡아, 밀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누명을 쓴 남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하고 퍼즐을 맞춰가는 가운데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변호사를 연기하기 위해 “답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라고 답한 김윤진의 노력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노력은 다른 의미에서 큰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그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