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불쾌하고 기괴하다. 그런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그저 타인의 사랑과 관심을 원했을 뿐이었던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에서 느껴지는 ‘매운맛’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자극의 향연, 바로 넷플릭스 [마스크걸]의 이야기다.

이미지: 넷플릭스

어릴 적부터 춤과 노래를 사랑했던 김모미의 꿈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화려한 삶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라는 과정에서 점차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에 맞지 않는 외모가 걸림돌이라는 현실을 깨달으며 꿈과 멀어지고 만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얼굴을 가린 채 몸매를 한껏 드러내는 인터넷 방송인 ‘마스크걸’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은밀한 이중생활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면서 모미의 삶은 180도 뒤바뀐다. 

“어디까지 가나 한 번 구경이나 하자”. 원작 웹툰을 정주행 할 때 들었던 생각이다. 죄책감은 사치라는 듯 폭주하는 악인들의 모습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매번 충격을 안겨주었다.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선뜻 정을 붙이기 힘든, 그야말로 ‘빌런 대잔치’였다. 그에 반해 드라마는 뭔가 순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원작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드라마 역시 거부감이 드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3년이란 기나긴 시간 동안 연재한 웹툰을 7부작 드라마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을 덜어낸 것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김모미의 캐릭터성과 서사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김모미는 안타까운 피해자인 동시에 지독한 범죄자다. 그가 겪은 일들에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드려는 순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살인과 범죄에 학을 떼게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반면 드라마는 모미가 겪은 폭력에 더욱 초점을 둔다. 이로 인해 모미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원작과는 달라지고, 또 어느 정도의 정당성까지도 부여된다(물론 살인은 끔찍한 범죄다). ‘지독한 범죄자’보다 ‘안타까운 피해자’ 쪽에 집중하다 보니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면서 극에 몰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렇다 보니 오히려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전형적으로 느껴질 여지도 발생한다. “나조차도 주체하지 못했다”라는 원작자의 후기가 있을 정도로 폭주기관차 마냥 내달리던 김모미의 다채로운(?) 매력이 다소 반감된 셈이다. 원작의 핵심이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스토리를 압축함에 따라 대폭 줄어든 대신 ‘연대’와 ‘모성애’ 서사의 비중이 커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다만 ‘모성애’에 치중하다보니 결말부가 다소 ‘K-신파’스러워진다는 부분은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가히 압도적이다. 우선 김모미를 연기한 세 배우는 정말이지 ‘김모미 그 자체’다. 이한별은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눅 들어 살아가는 김모미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나나는 화려한 삶에 대한 희망과 그 뒤에 숨겨진 불안함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고현정 역시 오랜 교도소 생활로 피폐해졌지만 딸을 위해 탈옥까지도 불사하는 강인한 면모의 김모미를 완성시켰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여러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이 한편으론 우려스럽기도 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안재홍과 염혜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안재홍은 겉보기엔 존재감이 없는 직장 동료지만 모미를 향한 뒤틀린 집착과 애정을 지닌 주오남이란 인물을 정말이지 ‘보기 불편할 만큼’ 음습하게 그려냈다. 오남의 엄마이자 모미의 숙적인 김경자 역의 염혜란은 엄청난 존재감을 선보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과 섬뜩함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엄청난 퍼포먼스가 없었더라면 [마스크걸]도 없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작보다는 덜할지 몰라도 넷플릭스 [마스크걸]의 맛은 여전히 자극적이다. 그런데 뭐랄까, 먹으면 탈이 날 것 같은 맛이 아니라 제법 맛있게 맵다. 얼얼한 자극의 향연, 그 속에서도 분명하게 전달되는 메시지, 거기에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몰아치는 배우들의 연기를 즐기다 보면 7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