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에서 톡톡 튀는 귀여운 로맨스를 선보였던 노지설 작가의 신작이 공개됐다. 말단 공무원 이홍조와 변호사 장신유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조보아와 로운이 주연을 맡았다.

녹지과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이홍조(조보아)는 가족도 친구도 없고, 심지어 새로 발령받은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며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홍조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흉가를 철거해 달라는 민원을 받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주인인 변호사 장신유(로운)와 만난다. 신유는 흉가가 된 신당을 보존하기 위해 홍조에게 건물의 주인인 무당 은월(김혜옥)에게 허가를 구하라며 밀어내는데, 의아하게도 은월은 홍조에게 철거를 허락한다. 신유는 신당을 철거하는 도중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 목함을 발견하고, 목함의 주인이 홍조라는 은월의 말을 따라 홍조에게 그 목함을 건네준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목함 안에는 ‘마력천자문’이라고 적힌 주술서가 들어있다. 집안 대대로 아들에게 이어지는 저주 같은 유전병을 앓고 있던 신유는 홍조에게서 질병을 낫게 하는 주술을 받길 원하는데, 홍조가 먼저 행한 애정을 갖게 하는 주술이 엉뚱하게 꼬이면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얽혀든다.
드라마의 초반은 홍조와 신유 각자의 서사를 쌓는 데 집중하는데, 따라가기 조금은 버거운 요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홍조는 직장에서 주변 사람을 살뜰히 챙기고 궂은일을 도맡아 열심히 일하는데, 신입 시절에 홍조가 친 사고로 승진이 물 건너갔던 팀장 공서구(현봉식)의 주도로 팀 전체가 대놓고 그를 따돌리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아무리 악연으로 얽혔다 한들 직장에서 대놓고 저렇게 행동해도 되나 싶은 의구심이 든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홍조가 고립되는 모습을 과장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홍조가 직장 내 만인의 연인으로 불리는 권재경(하준)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후에, 주술서의 ‘애정성사술’로 만들어 낸 정체불명의 액체를 재경에게 몰래 먹이려고 하는 범죄에 가까운 행동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영 찜찜하게 다가온다.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홍조가 만든 애정수를 신유가 우연히 마시게 되면서 비로소 재미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던 신유에게 홍조 역시 불호의 감정을 서슴없이 내비치는데, 주술의 힘으로 신유가 홍조에게 설렘을 느끼고 점차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가 유쾌하게 급변한다. 특히,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주술의 힘 때문에 서슴없이 애정을 고백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신유와, 그렇게 다가오는 신유의 행동과 말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반응하는 홍조의 대비가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긴 휴가 끝에 직장에 복귀한 과장 마은영(이봉련)이 홍조를 따돌리는 분위기였던 팀을 단칼에 재정비하면서 직장에서의 홍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시원하게 숨통이 트인다.
드라마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조보아는 외로움을 알기에 타인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사람의 애정이 고픈 탓에 작은 친절에도 금방 설렘을 느끼는 홍조의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잘 그려낸다. 로운은 화려한 비주얼에 차갑고 딱딱한 모습으로 시작해, 천연덕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는 귀여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두 배우는 설레는 로맨스에 이어 코미디까지 유쾌하게 소화하고, 가면 갈수록 말맛 넘치는 대사를 주고받으며 매력적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홍조와 신유의 로맨스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히 애정 주술이 아니라 먼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운명임이 이제 막 베일을 벗었고, 둘 외에도 홍조가 좋아하는 재경, 신유와 막 이별하게 된 전 여자친구 윤나연(유라) 역시 얽혀 들기 시작했다. 시작은 조금 삐걱거렸으나 통통 튀는 반전 매력을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