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벌써부터 주방이 분주해지는 듯하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가족들의 입맛을 돋울 명절 음식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갖가지 종류의 전부터 직접 빚어내는 송편, 우리의 디저트인 수정과 등이 대표적인 추석 음식이다. 명절을 맞아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건강하고 정갈한 한식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불고기] (2006)

(주)데이지 엔터테인먼트

같은 추억을 가진 두 형제의 ‘불고기 배틀’을 그린 코미디 영화 [불고기]. 어릴 적 엄마의 비밀 소스로 만든 깻잎을 즐겨 먹고 자란 두 형제는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헤어져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형 토라오는 최고의 갈비구이 요리사로 성장했고, 동생 타츠지는 곱창의 달인 밑에서 요리를 배우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식당끼리 경쟁이 발생하며 형제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요리 대결 프로그램 ‘불고기 대결’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다.

[불고기]는 일본에서 제작된 한식 소재의 영화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재일 한국인 2세인 구수연 감독의 정서가 녹아 있는 작품으로, 일본의 유명 요리연구가인 하토리 유키오가 감수한 다양한 한국 음식이 등장한다. 된장찌개, 깻잎, 불고기, 곱창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의 요리 과정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현란하고 알록달록한 영상과 경쾌하고 발랄한 연출은 뮤직비디오나 CF를 연상시킨다. 더불어 음식과 가족을 통해,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소중함까지 일깨워준다.

[식객] (2007) / [식객 : 김치전쟁] (2010)

CJ ENM MOVIE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요리 전쟁을 그린 영화 [식객] 시리즈. 1편 [식객]에서는 음식에 마음을 담는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과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봉주(임원희 분)’가 최고의 맛을 잇기 위한 운명의 대결을 펼쳐진다. 2편 [식객 : 김치전쟁]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인 ‘춘양각’을 둘러싸고, 두 천재 식객 ‘성찬’(진구)과 ‘배장은’(김정은)이 숙명적인 김치 전쟁을 펼친다.

한국만화계 대부 허영만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식객] 시리즈는 요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불가마 속에서 바로 익혀 나오는 삼겹살부터 하나의 화려한 꽃을 연상시키는 육회, 바다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듯 만들어 놓은 도미면, 화려한 날개짓을 하는 황복회,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까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요리들이 군침을 돌게 만들고, 배꼽시계까지 활발히 움직이게 한다. 특히 [식객 : 김치전쟁]에는 전국 팔도를 대표하는 ‘한국의 맛’이 등장하니, 영화를 통해 각 지역의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키친] (2009)

실버스푼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의 달콤 쌉싸름한 시크릿 로맨스를 그린 영화 [키친]. ‘상인’(김태우)은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예전부터 친했던 ‘두레’(주지훈)를 불러들인다. 하지만 두레는 그의 곁에 있는 ‘모래’(신민아)에게 운명을 느끼고, 상인 역시 모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달콤한 악마 같은 모래, 사랑 앞에 거침없이 돌진하는 두레, 완벽한 조건에 자상한 매력까지 겸비한 상인은 불안함 속에서 키친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나른하고도 아찔한 영화 [키친]은 [결혼전야], [새해전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을 연출한 홍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다채롭고 화려한 연출과 맛있는 대사를 통해 놀라운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요리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방에서 탄생하는 요리 과정 또한 섬세하게 그려진다. 채소를 우린 국물에 바닷가재를 넣거나, 남자 둘이 도미 비늘을 전용 칼로 벗기는 장면 등이 그렇다. 햇살이 잘 드는 화사한 키친과 더불어 신민아, 주지훈의 풋풋한 모습은 상큼함까지 선사한다.

[된장] (2010)

CJ엔터테인먼트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된장의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 [된장]. 방송국 PD ‘최유진’(류승룡)은 탈옥한 희대의 살인마 김종구가 된장찌개를 먹던 중 검거됐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요원)은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뒤였다. 이후 연이어 3명의 죽음이 밝혀지며 미스터리는 점점 미궁에 빠진다. 김종구의 수감 동료부터 국과수 연구원, 교통사고 목격자, 식당 주인, 독 짓는 맹인 노인까지. 수많은 관계자들의 흥미진진한 진술이 이어지면서 이 미스터리는 또 다른 반전을 향해 치달아 간다.

류승룡, 이요원, 이동욱 주연 영화 [된장]은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인 된장을 소재로 한다. 살인적인 맛을 가진 된장의 비밀을 찾아나서는 기발한 스토리를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며,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연출을 맡은 이서군 감독은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맛’이라는 것을 더욱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교도소를 탈출한 살인마마저 사로잡은 ‘마의 된장’의 맛을 눈으로 확인해 보자.

[리틀 포레스트] (2018)

메가박스㈜플러스엠

모든 것이 괜찮은 청춘들의 아주 특별한 사계절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난다. 세 친구는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사계절을 보낸다. 혜원은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의 건강하고 싱그러운 에너지가 빛나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하는 방식 중 하나로 우리의 전통적인 요리를 소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푸르게 피어나는 농작물과 제철 음식들, 정성껏 만들어 먹는 시루떡과 막걸리, 젊은 관객 층을 사로잡을 파스타와 떡볶이, 극중 추억 속 음식으로 등장하는 크렘 브륄레와 오코노미야키까지. 국적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 속 다양한 음식들을 통해, 마음의 허기를 채워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