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머신(War Machine)

목적을 상실한 전쟁의 허상을 꼬집는 영화

 

By. Jacinta

 

<이미지: 넷플릭스>

 

오는 26일 넷플릭스에 공개될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 War Machine>은 16년째 끝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영화이다. 故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논픽션 <오퍼레이터스 The Operators>를 각색한 작품으로, 작품의 저자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맥마흔 장군’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 9.11 테러 이후 테러 척결이란 명분으로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전정성을 물으며 비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2일 오후 <워 머신> 시사회와 주연 배우 및 감독, 제작자가 참여한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날 진행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로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소개해본다.

 

 

<이미지: 넷플릭스>

 

블랙 유머와 풍자가 뒤섞인 전쟁영화

데뷔작 <애니멀 킹덤>으로 주목받은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워 머신>은 전쟁의 부조리함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예전부터 전쟁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감독은 제작자가 건네준 <오퍼레이터스>을 본 뒤, 전쟁의 광기를 담은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런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16년째 지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견된 주인공 맥마흔 장군과 그의 부하, 그 밖의 주변 인물들이 엮어내는 군대 안팎의 모습을 통해 ‘왜 이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즉,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기대되는 거대한 물량 공세로 탄생한 전투신이 등장하는 작품이 아닌 것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와 <퓨리>에서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잔혹한 나치에 맞선 군인 역을 선보였던 피트는 이번 작품에서는 전쟁 그 자체에 빠진 글렌 맥마흔 장군을 연기한다. 전쟁의 환상과 자만심에 빠져 현실도피형 인물이 된 맥마흔 장군은 피트의 의도적인 과장된 퍼포먼스로 드러난다.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 아닌 전쟁에 빠진 영화 속 캐릭터에 집중해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에 빠진 인물의 자만심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한 피트의 말처럼 맥마흔 장군은 전쟁을 책임지는 권한을 가진 인물임에도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지: 넷플릭스>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은 영화

영화는 맥마흔 장군의 몰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극중 인물, 롤링스톤 기자 ‘션 컬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보통 영화에서 작품을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내레이션에도 <워 머신>은 선뜻 친절한 영화로 다가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독특한 성격에 기인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탈레반 정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현재까지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라는 애초의 명분은 달성했지만, 아프가니스탄 곳곳에 흩어진 탈레반을 함락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과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과거 베트남 전쟁처럼 사실상 미국의 패전이나 다름없는 전쟁이 된 것이다.
여기서 맥마흔 장군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그의 부하들과 이미 확실한 패배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환상에 빠진 인물로 나온다. 맥마흔 장군과 부하들의 어리석은 환상은 그들이 만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이러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 친절한 내레이션에도 영화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미지: 넷플릭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틸다 스윈튼

중반 이후 독일 기자로 출연한 틸다 스윈튼은 길지 않은 분량에도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연합군 참전을 설득하기 위해 유럽으로 간 맥마흔 장군과 부하들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독일에서 전쟁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맥마흔 장군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 그는 여러 기자 중 평범한 인상의 여기자를 지목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바라보는 맥마흔 장군의 망상과 착각을 꼬집으며 어리석은 자만에 갇힌 맥마흔 장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지만, 전쟁과 승리에 도취된 자들은 끝끝내 현실을 부정하고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비록 영화 속 인물들은 그들이 매달리고 있는 전쟁의 허상을 깨닫지 못했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전쟁이 과연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한 전쟁영화

<워 머신>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테러 척결이란 명분으로 오랜 시간 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통해 부조리한 실태를 고발한다. 전쟁영화라는 장르적 성격을 본다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감 나는 전투 신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워 머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다. 플랜 B 공동 제작자 제레미 클라이너와 디디 가드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작가주의 시선이 다분한 작품에 열정적으로 응답하는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곳이다. 과감한 장르 혼합과 독특한 시선과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이 마음껏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칸 영화제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역시 넷플릭스의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이야기한 바 있다.
때문에 <워 머신>은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얻기 위해 애써 규모 있는 전투 신을 배치하지 않았다. 자칫 전투신에 묻힐 수 있는 작품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부조리함으로 가득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중 맥마흔 장군의 몰락 과정을 기자의 시선을 빌어 서술함으로써 목적이 사라진 전쟁의 광기와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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