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예하

 

 

해가 바뀐 후 넷플릭스 알림창은 쉴 틈이 없었다. [강철비], [기억의 밤] 등 최신 개봉작부터 이제는 ‘고전’이 된 [투캅스], [여고괴담]까지 아우르는 한국영화 라인업의 기골이 순식간에 장대해졌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전후로 MCU의 거의 모든 작품이 지금 이 시각에도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당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필두로 많은 영화들이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계에서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얼추 봤다’ 싶은 마음은 태만이다. 눈을 빛내며 우리를 기다리는 작품들은 결코 줄어들 줄을 모른다. 가깝게는 여름휴가부터 멀리는 크리스마스까지, 또 어떤 작품들이 우리를 빈지워칭으로 끌어들일까?

 

 

 

1.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픽션

 

①고전을 사랑한다면, 역사를 목도하려면: 바람의 저편

이미지: 넷플릭스

 

잘은 모르지만 [시민 케인]이라는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언젠가 한국에 창궐했던 커피 브랜드 ‘로즈버드’를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오손 웰스를 아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1위로 심심찮게 꼽히는 [시민 케인]을 만든 이 위대한 감독의 미완성 유작이 할리우드 최고의 팀에 의해 재구성 및 완성되었다.

존 휴스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뛸 고전 영화 팬들에게 꿈같은 이야기임은 당연하지만, 보기 드문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다른 시대의 영화를 본다는 호기심과 쾌감은 관객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공개일 미정.

 

 

②생각 없는 포복절도가 필요하다면: The Package

이미지: CWTV, 넷플릭스

 

재미있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미국식 코미디들이다. 여기 또 하나의 말도 안 되는 영화가 나타났다. 캠핑을 가다 실수로 자신의 ‘그것’을 잘라버린 10대 남학생과 그 친구들이 접합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달려간다.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알려진 내용이 많지는 않다. 각본을 쓴 케빈 버로우스와 맷 마이더는 본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검색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이들의 첫 실사영화지만, 벤 스틸러를 필두로 한 코미디 센트럴 군단이 제작을 맡아 작년 초 총 5개 업체가 유치 경쟁을 벌였다.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만나 웃다 지치게 될 날짜는 올 8월 15일.

 

 

③영리한 코미디가 필요할 때: 프라이빗 라이프

이미지: 넷플릭스

 

마흔을 넘긴 부부가 아이를 가지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한 줄짜리 평범한 시놉시스를 가장 웃긴 사람들이 채운 영화가 등장했다. 불임 부부가 인공 생식과 입양 등 갖은 방법을 시도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분투한다는 내용의 이 코미디는 올 초 선댄스 프리미어에서 찬사를 받았다. 빛나는 작은 영화들을 만들어온 여성 감독 타마라 젠킨스는 전작 [새비지스]에 이어 익숙한 중년 배우들과 함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캐서린 한과 폴 지아마티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보지 않아도 좋은 영화임을 확신할 수 있다. 보증 수표와 같은 세 사람과 익숙한 얼굴의 조연들에 더해, “넷플릭스 시리즈 한 시즌 전체를 127분으로 구겨 넣은 것 같다”는 인디와이어의 코멘트가 궁금증을 더한다. 공개일 미정.

 

 

④없으면 아쉬운 지구멸망물: Extinction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롯데엔터테인먼트 

끊임없이 가족을 잃는 꿈을 꾸는 한 남자. 지구가 외계의 침공을 받고, 그의 악몽은 현실이 된다. 가족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던 그가 문득 가족을 지키는 알 수 없는 힘을 깨닫는다.

그리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감독 벤 영과 주인공 마이클 페냐, 리지 캐플란을 필두로 이루어진 영화를 입방아에 올린 건 재미있게도 유니버설 픽처스의 개봉 취소 소식이었다. 올해 1월 26일로 잡혀 있던 개봉이 취소되고 영화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뛰어들어 배급권을 사들인 것이다. 유니버설이 버리고 넷플릭스가 줍는다니, 이쯤 되면 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진다. “넷플릭스가 다른 스튜디오들이 어질러 놓은 걸 다 치운다”는 어느 네티즌의 댓글에 잠시 웃었다.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날짜는 아직 미정.

 

 

 

2.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다큐멘터리

 

①처참한 현재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The Bleeding Edge

이미지: 넷플릭스

‘미국에서 사소한 일로 병원에 갔다가 얼마가 나왔다더라’ 하는 괴담 아닌 괴담은 심심찮게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이클 무어가 만든 다큐 [식코]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고, 관련된 미드를 봤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잘 알려진 대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최신 의료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커비 딕과 에이미 지어링이 이곳에 눈을 돌려 고가의 첨단 검사로 처참히 망가진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공식 소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가운데 사실 우리를 죽이고 있는 건 뭘까?” 한국에서도 MRI는 한 번 찍어도 값이 만만찮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7월 27일 확인해보길.

 

 

②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필름을 돌아보다: 셔커스

이미지: 넷플릭스

 

가끔 세상에는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유리병에 넣고 바다에 던진 편지가 진짜 주인을 찾아간다든지, 오래 못 본 누군가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다든지. 이 다큐멘터리 또한 이런 이상한 일에서 시작했다. 청소년기에 고향 싱가포르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몰려다니며 만든 영화의 16mm 필름 70통이, 지금은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소설가로 LA에 살고 있는 산디 탄에게 떡 하니 나타난 것이다. 버리든, 누굴 주든, 기증을 하든, 고를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를 앞에 두고, 주인공은 이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옥자] 이후 칸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 금지령을 내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 극장에서도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시대, 필름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영상 플랫폼에서 필름에 관한 다큐를 제작한 것은 무척 의미심장하고 마음이 복잡한 일이다. 화해와 통합의 제스처일까? 아니면 더 큰 독식의 서막일까? 이야기는 보고 난 뒤에 시작하도록 한다. 공개일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