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맞는 금요일임에도, 13일의 금요일이 주는 기분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다. 우스운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13일의 금요일을 의식하고 있다면 오늘은 공포영화가 어떨까?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는 앤솔로지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부터 당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한의 공포를 이끄는 [제럴드의 게임], 스페인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Veronica]까지 마침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예정인 이번 불금은 넷플릭스로 달려보자.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저주와 여러 가지 실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미국식 정통 호러 스토리로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7개의 시즌으로 구성됐다. 귀신들린 집에서 벌어지는 시즌 1이나 범죄 성향의 정신 질환자들이 모여 있는 시즌 2 정신병자 수용소, 괴물쇼를 운영하는 서커스 집단을 다룬 시즌 4 등 각 시즌마다 전혀 다른 소재로 진행되다 보니 순서에 상관없이 가장 끌리는 작품부터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단순히 놀라게 하는데 그치는 호러물이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극을 진행하다 보니, 완벽한 떡밥 회수 등 내심 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시즌 1의 경우 불륜으로 금이 간 가족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해 온 한 가족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없이 저주받은 집에 모여 살고 있는 집에 터를 잡으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뤘다. 여자의 눈엔 늙은 할머니지만 남자의 눈엔 젊고 섹시한 여자로 보이는 하녀부터 기척도 없이 자꾸 집에 들이닥치는 무례한 옆집 가족까지 상상 이상의 설정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함께 공포와 재미도 배가 되니 지금 당장 넷플릭스에서 당신의 여름밤을 책임질 에피소드를 확인해보자.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별장을 찾은 [제럴드의 게임] 속 중년 부부 제럴드와 제스. 제럴드는 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이는 예기치 못하게 제스의 오랜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결국 두 사람의 다툼으로 번진 와중에 남편 제럴드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제스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인 상태로 홀로 남게 된다. [제럴드의 게임]은 주인공이 방에 갇힌 상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이 전개됨에도 보는 내내 팽팽하게 이어지는 긴장감에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 특유의 불길한 분위기와 공포를 잘 살린 작품으로 수갑에 묶인 채 방으로 찾아온 들개를 마주치는 물리적인 위협과 함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제시의 내적 갈등과 자아 분열까지 이어져 숨 쉴 틈 없는 공포가 러닝 타임 내내 이어진다. 13일의 금요일을 맞아 가볍게 납량특집으로 도전할만한 재미도 충분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의 불우한 어린 시절 그로 인한 내면의 갈등과 극복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스티븐 킹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심리 묘사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른다. 스티븐 킹 원작의 [제럴드의 게임]이 취향을 저격했다면, [1922]와 [미스트]까지 도전하며 14일의 아침을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실화 바탕의 무서운 이야기, 공포 영화는 극을 더욱 오싹하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인 영화 [Veronica]는 1991년 스페인에서 일어난 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 영화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는 장녀 베로니카는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바로 그날 친구들과 함께 모여 아빠를 불러내는 영혼 의식을 치른다. 마치 ‘분신사바’와도 흡사한 이 저주의 게임으로 인해 베로니카의 주변에 점차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가족들은 여자아이가 강령술을 한 후 몇 가지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집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으며, 당시 현장에 있던 수사관 2명은 메스꺼움, 현기증, 오한으로 급히 건물을 떠나야 했다. 사건을 맡은 로메로 형사는 수사 보고서에 말 그대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언급해 이는 스페인에서 경찰관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했다고 시인하는 최초의 경찰 보고서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Veronica]는 호러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REC]의 감독으로 유명한 파코 플라자가 연출해 작품상, 신인여우상, 감독상 등 스페인의 오스카상으로도 잘 알려진 ‘고야상’ 7개의 부문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가 주는 극한의 오싹함을 직접 체감해보자.

 

 

(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