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아이언 피스트 시즌 2]가 공개된 이후로, 아이언 피스트와 루크 케이지 시즌 3이 캔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알려졌다. 두 시리즈 모두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공개하며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점을 시사했는데, 아쉽게도 시리즈 캔슬로 인해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고,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팀 ‘디펜더스’의 앞날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걱정스러운 소식들과 함께, [데어데블 시즌 3]이 공개되었다.

 

‘데어데블’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마블 히어로다. 어릴 적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초인적인 감각을 갖게 된 맷 머독은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붉은 악마 형상을 한 슈트를 입고 자경단으로 활약하며 헬스 키친을 구한다. 시즌 1에서는 윌슨 피스크와 맞서고, 시즌 2에서는 프랭크 캐슬, 일명 ‘퍼니셔’가 처음으로 등장하며 비밀스러운 단체 핸드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MCU 영화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깊고 어두운 톤이다. 피 튀기는 액션과 고뇌하는 내면 심리를 잘 묘사하여, 여러 단점과 문제점을 제치고 매 시즌 호평 일색으로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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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시리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오리엔탈리즘과 와패니즘이다. 맷 머독이 데어데블로 활약하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각을 대신하는 초인적인 감각도 있지만, 자신과 비슷하게 앞을 볼 수 없지만 체술을 겸비한 ‘스틱’에게서 무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를 전사로 길러내고 싶어 했던 스틱은 핸드와 대적하는 존재이며, 아이언 피스트를 배출한 쿤룬의 분파 ‘체이스트’의 일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어데블 역시 핸드와 대적하게 되며, 필연적으로 닌자들과 싸운다. 그 과정에서 와패니즘이 진하게 묻어나오고, 서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양인을 묘사하며 닌자 집단의 수장으로 백인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시즌 3에서는 [디펜더스] 이후로 더 이상 핸드와 닌자들을 그리지 않고, 인물 간의 서사와 내면의 고뇌를 더욱더 다채롭게 그려내며 시즌 중 최고의 완성도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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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의 최대 숙적은 시즌 1의 빌런이었던 윌슨 피스크다. 무력뿐 아니라 지력으로도 강력한 적이었던 그가 시즌 3에서 드디어 ‘킹핀’으로 각성하며 맷 머독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훌륭한 점은 오로지 킹핀과 데어데블의 관계만을 조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맷 머독과 데어데블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만을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맷 머독 뿐 아니라 꾸준히 등장했던 주요인물 카렌 페이지, 포기 넬슨의 서사를 심도 있게 그려냈다. 악역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킹핀의 각성뿐 아니라 새로 등장한 빌런 ‘벤자민 포인덱스터’의 서사까지 완벽하게 설명하며, 어느 누구 하나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두 개를 꼽자면, 첫 번째는 벤자민 포인덱스터가 윌슨 피스크를 구출하는 장면이다. 전복된 차 안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피스크를 FBI 요원 포인덱스터가 단신에 총 한 자루만으로 모든 위협을 거리낌 없이 제거하여 구해낸다. 이 장면에서 피스크와 포인덱스터가 처음 마주하는데, 피스크는 단번에 포인덱스터의 기질을 알아보고 자신의 수하로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훌륭한 액션 시퀀스를 통해 포인덱스터의 완벽한 조준 능력을 그리고, 피스크의 지능적인 상황 조종 능력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윌슨 피스크와 카렌 페이지의 대치 장면이다. 킹핀으로 거듭난 피스크의 앞에서, 자신을 공격해 그를 감옥으로 다시 보낼 명분을 만들 수 있도록 카렌은 그의 절친 제임스 웨슬리를 자신이 쏴 죽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는 피스크와 그 앞에서 모든 것을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의 카렌의 연기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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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마지막 장면은 꽤나 감동적이다. 같이 일하던 동료로 시작해 뿔뿔이 흩어졌던 머독과 넬슨, 그리고 카렌이 다시 함께 모여 ‘머독 앤 넬슨, 카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호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감동도 잠시, 큰 상처를 입고 재기불능이 되었던 벤자민 포인덱스터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불스아이’로 거듭남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액션과 사운드 이펙트는 기본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심도 있는 서사의 전개와 반전까지 훌륭하게 갖추어 로튼토마토의 신선도를 획득한 [데어데블 시즌 3]은 연일 팬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부디 다음 시즌이 확정되어 데어데블과 불스아이의 대결을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